Column

CEO에세이 - 감정 노동자와 감성 경영자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얼마 전 일어난 ‘항공기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감정 노동자의 고충과 애환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학술적으로 ‘감정 노동자’란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표현을 억제하면서 고객을 대해야 하는 근로자를 지칭한다. 이번 사건의 항공기 승무원은 물론 전화상담원·여행가이드 등의 역할과 업무가 까다로운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라 갈등을 빚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업에서는 감정 노동자가 고객과 갈등을 빚을 때를 대비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운용한다. 일반적으로 고객만족 팀장 또는 상담실장이란 자리다. 일종의 전문 태스크포스 또는 폭발물 처리반 같은 역할이라고나 할까.

이번 사건만 봐도 그렇다. 기업의 감정 노동자가 통상 만나는 ‘진상 고객’은 필자의 경험상 일정한 패턴이 있다. 큰소리부터 치고, 무턱대고 사장이나 책임자를 데려오라고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거만을 떨면서 엄청난 권력자의 후광을 받는 듯 과시한다.

법률 전문가 수준의 고소·고발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 나중에는 “절대 돈 때문에 이런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결국 본인의 생떼가 드러날즈음 되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발뺌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을 당한 사업자가 다 잘했다고, 아니 잘못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203개 직업 종사자를 상대로 조사 발표한 직종별 감정 노동 실태에 따르면 직종별 스트레스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항공기 객실승무원, 홍보 도우미, 휴대전화 판매원, 장례 지도사, 아나운서 그리고 음식서비스 관리자 순이었다. 그러나 사실 기업의 전문경영자야말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감정 노동자가 아닐까? 노동자라는 용어가 귀에 거슬리면 ‘감정 경영자’라고 해두자.

아무튼 경영자는 속으로 곪아터져도 행여 표정이 노출될까 잘된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CEO, 마음을 읽다』에 보면 CEO의 70%가 분노·경쟁심·불안감·우울증 탓에 힘들어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일본의 경영학자 고야마 노보루는 그의 저서 『경영은 전쟁이다』에서 경영자가 직원을 꾸짖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휘둘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질책하지 말고 일이나 업무를 질책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처럼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오래 전의 기억이 남긴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심리적 경향을 ‘감정 애착’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단순한 개인의 감정 애착은 그야말로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경영자의 감정 애착은 회사를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감정은 양날의 검과 같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 또는 실이 된다. 감정을 가벼이 폭발시키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덕목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다. 체면상 “경영자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감성 경영자’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1187호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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