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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터널의 돌파구···활력경영 

정이만 전 한화63시티 대표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10년 CEO 경험에서 체득 … 내년 ‘활력경영연구소’ 열 계획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인 롤프 옌센은 이렇게 말했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자산에서 물적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인적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다. 기업과 회계사들은 살아 있는 자산이 아니라 죽은 자산만 따져왔다. 인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회계 시스템은 잘못됐다.”

5월 중순 『활력경영』이란 책을 낸 정이만(61) 전 한화63시티 대표가 책의 프롤로그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저자는 “많은 CEO가 숫자 중심 경영을 하지만 나는 인간 중심 경영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9년 한국화약에 입사해 한화그룹 홍보팀장을 거쳐 한컴·63시티·프라자호텔 대표를 지냈다.

10년간 3개 회사의 CEO로 일하며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든 노하우를 전하려고 이 책을 썼다. ‘활력경영(活力經營)’이란 개념을 만들고 강연·저술 활동을 하는 그는 “인간 중심 경영에서 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63시티 상근고문인 그는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면 ‘활력경영연구소(가칭)’를 열 계획이다.

왜 활력경영입니까?

“CEO들은 숫자 중심 경영을 합니다. 매출이나 이익 목표가 있죠. 숫자 중심 경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인간 중심 경영을 하면 플러스 알파가 있어요.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발휘하게 하면 목표의 130%도, 심지어 200%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3개 회사를 경영하며 체험한 사실입니다.”

그는 “회사에 끊임 없이 활력이 샘솟게 경영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활력이 넘치면 산 조직이고, 활력이 없으면 죽은 조직이다. 직원을 살리고 회사를 살리려면 활력이 넘쳐나야 한다. 활력경영이란 개념을 만든 배경이다. 그는 “경영학 교과서에서 보던 먼 나라, 남의 이론이 아니라 내가 경영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발견한 체험의 소산”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1000명 넘는 직원의 얼굴과 이름을 외웠다. 매주 월요일 모든 직원에게 공들여 쓴 ‘CEO e메일’을 보냈다. 직원의 생일에 정성이 담긴 축하문자도 보냈다. 처음에는 대표가 보낸 문자인지 모르고 ‘에이~장난 치지 마요’라는 답을 보내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을 감동시키니 고객 서비스도 자연히 좋아졌다.

2003년 17건이던 63시티 이용 고객의 칭찬 건수가 2004년에는 227건으로 늘었다. 특히 63시티의 고객의 소리 코너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남자 화장실에서 92세인 친정아버지가 대변을 실수했습니다. 바로 그때 젊은 직원이 양치하러 들어왔다가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다 씻겨주고 옷도 다시 입혀주었습니다.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습니다.’ 이 가족은 이후 63시티의 평생 고객이 됐다.

활력경영의 요체는 무엇인가요?

“뭔가 특별하고(Something special), 뭔가 재미 있고(Something funny), 뭔가 다른(Something different) 것입니다. 조직원을 감동시켜 회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도록 하고, 직장에서 재미를 찾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뭔가 특별한 건 조직 내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존중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거죠. 그러면 성과가 나고 조직이 삽니다. 뭔가 재미 있는 건 회사 생활이 재미 있어야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겁이다.

그냥 재미 있을 순 없어요. 회사가 계획·관리·주도해서 재미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가 재미 있으면 휴일에 쉬라고 해도 나오는 법이에요. 뭔가 다른 건 혁신과 관련된 겁니다. 기업 경영에서 생존이 가장 중요합니다. 늘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납니다. 거기서 살아남고 성장하려면 뭔가 달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혁신이 절실합니다. 혁신의 요체는 결국 아이디어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활력이고요.”

그는 회사 혁신 프로그램인 ‘하이미팅’ ‘이노미팅’을 만들어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사업장과 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약 4개월간 고객 만족, 영업 활성화, 의식 혁신 등의 주제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었다. 사장과 임원진 앞에서 발표한 아이디어는 사장이 바로 시행 여부를 결정했다. 정 전 대표는 “그중 90% 이상 채택됐다”며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니 직원들이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더라”고 말했다.

활력경영을 하려면 CEO부터 달라져야겠군요.

“한국화약 구매부 과장 시절 큰 사고를 쳤어요. 구매한 원료가 잘못돼 수십억 원대의 클레임이 발생했죠. 주변의 시선은 싸늘했고 바늘방석에 앉은 듯했죠.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다행히 말끔히 정리했어요. 결과를 보고 받은 사장이 임원회의 때 ‘정이만 과장은 나중에 분명히 사장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33년 내내 그 말을 품고 다녔어요. 사장이 평사원에게 사장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지 않겠어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게 리더의 몫입니다. 나중에 진짜 사장이 됐을 때 가장 먼저 찾아뵌 분이 그때 그 사장님이었어요.”

그는 “라면 상무, 빵 회장, 남양유업 막말 영업사원이 나온 건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구시대적 리더십 탓이 크다”고 했다. “고객은 왕이 맞지만 직원이 종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직원을 아끼고 존중해야 회사가 달라진다. 그는 1979년 한화그룹 입사 첫해부터 해마다 한 권씩 회사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다. 한화63시티 대표로 내정된 날(2004년 10월 8일)엔 ‘높은 63빌딩을 경영하게 됐다. 겸손함을 잃지 말자. 그리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자. 더 많이 공부하자. 나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자’라고 썼다.

그는 요즘 직장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마지못해 회사에 다니거나, 월급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개탄했다. 그래도 이런 현실을 탓하기보다 CEO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이 먼저 달라져야 직원들의 자발적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그래야 개인은 물론 기업과 사회 전체가 활화산처럼 타올라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활력경영을 하려면 단기 성과에 집착해선 곤란하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연구·개발, 인재 확보, 교육 등에 투자를 아껴선 곤란하다”며 “인간 중심 경영의 믿음과 철학이 있어야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93호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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