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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역공의 급소를 찾아라 

특허 공격 대응법 

공격 의도, 자금력, 승소 확률 냉정하게 따져야 … 정부 지원 제도 최대한 활용할 만



“특허 소송을 당하거나 경고장을 받으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대표는 당황해요. 특허 소송 자체가 영세한 업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거죠. 공격을 가한 상대방이 유명한 ‘특허 괴물’이면 더 겁을 먹게 마련이죠. 위기 상황일수록 담대해질 필요가 있어요.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상당 수는 훌륭한 기술을 가진 기업입니다. 그만큼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고 견제가 들어온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성공한 기업이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야 본 게임에 들어가죠.” 정병직 법무법인 대아 대표변리사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특허 소송이 무서운 건 맞지만 잘만 대응하면 큰 피해 없이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특허 소송 예방이다. 해외에 진출하기 전 자신이 보유한 기술이 특허 침해의 소지가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다.

만약에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면 회피하거나 역으로 특허 무효 소송을 벌이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밖에 예상치 못한 소송에 직면하면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매뉴얼도 마련한다. 정동준 특허법인 소 대표변리사는 “특허 소송 예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 플랜을 짤 때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다. 이 단체는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에게 사전 기술 조사나 특허 소송 회피 컨설팅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한다. 또 매달 일정한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특허 소송을 당하면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보험상품도 내놨다. 이대호 파이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 등 찾아보면 중소기업 규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이 꽤 된다”고 말했다.

예방을 철저히 하고 많은 특허를 확보한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제품에 들어가는 기술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자동차·정보기술(IT)·바이오 등의 기술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지금은 자동차에도 전자장비가 장착되고, 의료기기에도 IT 관련 기술이 들어간다. 자신의 업종과 관련된 특허만 살피고 시장에 진출했는데 예상치 못한 분야 기업의 공격을 당할 수 있다. 특허 괴물이 의도적으로 특허를 숨기기도 한다.

특허를 등록할 때 검색이 쉽지 않도록 키워드를 설정한 다음, 중소기업이 미처 대응하지 않고 시장에 진출하면 공격하는 전략을 쓴다. 가령 스마트폰 관련 기술임에도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단말’ ‘컴퓨팅 기기’ 등의 키워드로만 검색이 되게끔 등록을 하는 것이다. 전동준 변리사는 “키워드가 하나 늘어나면 살펴야 하는 특허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모든 특허를 완벽하게 살피고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허 괴물이 특허 숨기기도

특허 소송을 당하거나 경고장을 받으면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변리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나아가 역으로 공격 할 수 있는 약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공격한 대상이 경쟁 업체인지 특허 괴물인지, 목적이 로열티로 돈을 요구하는지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최선의 전략일 때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사이에 특허 괴물에 대한 공포가 널리 퍼져 있지만 의외로 특허 괴물이 상대하기는 편하다”고 말했다. 특허 괴물은 목적이 명확하다. 대부분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요구한다. 중소기업이 매출을 올려야 특허 괴물에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어도 회사 자체를 망하게 하거나 사업을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 또 중소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만 잘 파악하면 오히려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허 괴물이 가진 특허는 일반적·보편적 특허가 많다. 특허 괴물은 주로 돈이 될 만한 특허를 사들인다. 돈이 될 만한 특허란 다양한 기기와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많은 회사를 상대로 라이선스를 맺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 대신 광범위한 분야를 커버하는 만큼 기술 자체의 허점이 많다.

특허 괴물이 가진 특허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사한 기술(선행 기술)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강민수 변리사는 “특허 괴물은 하나의 특허로 여러 기업을 상대로 협상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특허가 무효가 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중소기업이 확실한 선행기술을 찾아 제시하면 의외로 금방 겁을 먹고 다른 공격 대상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대응이 상책일 때도 있어

무대응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때도 있다. 미국의 특허 괴물 로드시스가 4월 전 세계 모바일 게임업체 10여 곳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모바일 게임 선두업체인 게임빌이 소송을 당했다. 애플리케이션 내 결제 방식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의 또 다른 모바일 게임 회사인 A사도 동일한 내용으로 로드시스에 경고장을 받았다. A사는 경고장 내용을 검토하고 로드시스의 정보를 수집한 결과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 로드시스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경고장을 보낸 후, 반응을 보이는 상대부터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로드시스가 우리 회사보다 매출이 많은 회사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결과에 따라 장기적인 문제는 아직 남아 있지만, A사 입장에서는 당장 닥칠 수 있는 위기를 피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선택이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특허 소송은 경쟁 업체와 벌이는 소송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면 원래 사업을 하던 기업은 점유율을 잃게 마련이다. 위기를 느낀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로열티를 요구하는 특허 괴물과 달리 시장 사수가 목적인 만큼 협상의 여지가 적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생결단을 각오한 소송이 벌어지는 일도 잦다. 정동준 변리사는 “일단 소송이 벌어지면 두 기업 모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나와 상대방의 자금 여력, 승소 확률, 진출하려는 시장의 경제성까지 꼼꼼히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행기술 특허를 출원하기 이전에 이미 등록된 기술. 특허 소송을 당했을 때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가진 특허가 과거부터 존재하는 기술(선행기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히면 특허를 무효로 만들 수 있다.

1201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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