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나눔의 씨앗 당장 티는 안 나도…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



태국의 한 통신사 광고가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광고다. 한 아이가 나온다. 그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약국에서 약을 훔치다 잡혀서 약국 주인에게 호되게 혼난다. 그런데 어느 음식점 주인이 아이 대신 약값을 내주고 자신의 가게에서 음식까지 손에 쥐어 보낸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후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음식점 주인은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문제는 엄청난 병원비였다.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음식점까지 내놓았다. 고민하던 어느 날 누군가 음식점 주인 대신 병원비를 냈다. 병원비 영수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청구된 비용은 이미 30년 전에 지불됐습니다.’ 음식점 주인이 30년 전에 도운 소년이 자라 의사가 돼 그를 도운 것이었다.

오래 전 심은 작은 ‘나눔의 씨앗’이 30년이 지나 아주 커다란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된 셈이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나눔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나눔 문화의 실태는 어떨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사회공헌과 개인의 다양한 나눔 활동이 많이 소개된다. 하지만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 의문을 품을 경우가 적잖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일회성 보여주기 활동으로 기업 혹은 개인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건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이걸 바탕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까지 있는 나눔이 돼야 태국 통신사의 광고 속 훈훈한 얘기처럼 먼 훗날 더 큰 나눔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배움의 기회가 부족한 소외 계층에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나눔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은 소외 계층 혹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학습과 일자리 제공의 기회가 된다. 더 멀리 보면 더욱 희망적이다. 그들 중 장차 한국을 이끌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당장 돈을 벌 사업도 벌이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큰 돈을 투자한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변화무쌍한 때일수록 장기적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눔 활동에도 그래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나눔 활동을 펼친 기업이 많지만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그게 기업에도 이익이다. 당장은 돈·시간·인력이 들어가더라도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금의 크고 작은 사회공헌 활동 덕에 10년, 20년 후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기업은 사회를 떠나서는 성장할 수 없고, 사회는 기업이 제공하는 많은 가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회가 경제적 어려움 탓에 힘들어 하는 요즘 기업이 앞장서서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먼 훗날 나눔의 나무를 기대하며 오늘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길, 그래서 사회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나눔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1207호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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