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회계는 세상 재는 저울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1966년 이전에 ‘계리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공인회계사’가 내년이면 2만명 시대에 들어선다. 경기침체로 공인회계사·변호사·의사 등 전문직도 예외 없이 힘들다고 한다.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위상은 그 수의 증가에 비해 예전만 못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필자는 올해 초 ‘공인회계사 장기 발전 방안’을 공표하고 공인회계사 재능기부 실천 등을 통해 신뢰받는 공인회계사 상(像)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 중이다.

공인회계사는 어떤 일을 할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회계감사일 것이다. 이외에도 개인·법인 대상 세무대리, 인수·합병(M&A) 주관 및 자문, 기업평가,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회계 분야의 파트너이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협력자며, 자본주의 경제의 토대인 회계투명성을 감시하며 지키는 ‘파수꾼’임을 자임한다.

공인회계사는 어떻게 알려져 있나. 주로 기업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업무의 전문성과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대중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건 분식회계나 기업 비리 등과 같은 부정적인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공인회계사가 무언가 나쁜 짓을 했구나”라는 정도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더구나 세무대리 업무는 공인회계사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임에도 세무사가 좀 더 잘할 거 같다는 편견도 있다. 사실 세무사는 공인회계사 뒤에 나온 파생 자격증인데 말이다.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어떤가. 회계를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하고 유효적절하게 알려 좀 더 올바른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문가다. 그렇기에 복잡한 숫자 사이의 행간을 잘 읽고 객관적인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고객과 신뢰를 유지하며 도덕성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는 외부 강연이나 축사를 할 때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을 소개하며 회계를 종종 시에 비유한다. ‘세상에 / 큰 저울 있어 / 저 못에 담긴 / 고요 / 달 수 있을까 / 산 하나 담긴 / 무게 / 달 수 있을까 / 달 수 있는 / 하늘 저울 / 마음일 뿐’.

시인이 말하는 저울을 필자는 회계라고 정의하고 싶다. 저울이 측량할 수 있는 도구인 것처럼 숫자를 측량할 수 있는 도구가 회계이기 때문이다. 정제되고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시에 행간의 뜻이 중요하듯, 공인회계사가 다루는 회계도 숫자 뒤에 숨겨진 속뜻이 중요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체질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업과 산업의 체질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필자는 “창조경제 실현에는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하고, 창조경제의 기반은 회계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공인회계사들도 어느 때보다 전문성, 사회적 책임, 철저한 윤리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공인회계사라는 전담 코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해, 기업 체질 개선과 기초 체력을 보강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205호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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