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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금·은 값에 기업가치 휘청 

미저리 지수 5위 - 고려아연 

달러·귀금속 가격 변화에 취약 … 아연 생산량 늘려 대응



고려아연은 지난해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직원 1인당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고려아연의 직원 1명이 벌어들인 평균 이익은 6억8742만원이다. 반면 지출은 최대한 줄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7600억원 중 인건비로 지출한 돈은 786억원, 노동소득분배율 9.3%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영 분석 대상으로 삼는 영업이익률 4.8% 이상의 100대 기업 중 소득분배율이 가장 낮았다. 직원들은 인색한 회사가 원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주주나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에서 5위에 올랐다. 별다른 사건·사고도 없었고, 뚜렷한 경영상의 실책이 없었는데도 시가총액이 37.3% 떨어지고,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2.5%, 3.6%포인트 줄었다. 문제는 금·은의 가격이다.

고려아연의 주 매출 품목인 금·은의 국제 가격은 매출과 영업이익, 나아가 주가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매출 중 은이 32%, 금이 9%, 아연이 30%를 차지했다. 최근 1년 동안 금값은 1g당 6만1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은은 1트라이온스(31.1g)당 3만5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모든 기업이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경기·환율·원자재 가격에 따라 호황을 맞거나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최근 3년 동안 고려아연의 주가는 금·은의 국제시세에 따라 요동쳤다. 가장 낮을 때가 23만1500원(2011년 10월), 가장 높을 때는 50만5000원(2012년 10월)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괴롭다. 결정적 실수를 했거나 경영 판단의 착오가 있었다면 개선하고 수정하면 되겠지만, 금·은 값은 고려아연이 정하는 게 아니다.

오매불망 금과 은의 시세 차트만 바라보고 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매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쩔수 없는 문제”라며 “금과 은의 가격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해도 뾰족한 대응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의 시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변 연구원은 “귀금속의 가격은 달러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한다면 고려아연에 희소식이 되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속가격이 거의 최저점에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금속 가격이 언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도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외부 변수에 약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은 아연 생산늘리기에 돌입했다. 사치품목인 금이나 은과 달리 실수요 품목인 아연은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 아연의 매출 비중을 늘리면 그만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고려아연은 내년 10월에 울산 전해공장의 증설을 마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해공장 증설이) 생산량 확대의 목적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량이 연간 60만t에서 90만t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15년에는 울산에 제2 제련소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아연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고려아연에서 아연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늘어난다.

1209호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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