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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일·영국이 선진국 대표주자 

선진국 옥석 가리기 

경기 회복에 증시 기대감 커져 … 일본 증시도 10% 이상 더 오를 듯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밝히고 유럽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선진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선진국 모두가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재정위기를 겪은 유로존 국가들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위험 요인들이 많은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기업들이 실적 개선으로 2014년에도 투자 매력이 높은 나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시장은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13년 12월 24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2.94포인트(0.39%) 오른 1만6357.55를,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5.33포인트(0.29%) 상승한 1833.32를 기록했다. 테이퍼링 발표 후 5일 연속 상승세다.

앞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미국의 2013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7분기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14년 성장률 전망치도 3.2%로 상향 조정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회복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최저 임금제 도입에 긍정적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늘면서 기업 체감경기도 나아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2013년 11월 기준)는 전월보다 0.9포인트 상승한 57.3을 나타냈다. 애초 전망했던 예상치 55.1을 웃돈 수치로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제조업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제조업 경기 확장을,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주택시장 호조로 건설장비·가구·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2월 24일 발표된 11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는 46만4000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44만 건을 웃돌았다. 전년대비 17% 늘었다. 11월 내구재 제조 주문 증가율은 예상치인 2%를 넘어선 3.5%로 나타났다.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5월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 개선 추세가 미국 제조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적 완화 축소는 미국 금리 상승을 동반하고, 이는 글로벌 금리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여전히 높은 실업률(7%)은 미국 경제의 확장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정정희 신한은행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경제지표가 계속 개선되고 있는 만큼 미국 증시가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유로존도 모처럼 분위기가 좋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에서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지수가 2014년 1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유럽연합 경제성장률이 1.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또는 0%대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유로존이 성장하는 데는 무엇보다 기업 투자와 소비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독일의 산업설비가 완전 가동에 가까워졌고 소비심리가 개선된 것이 낙관론의 배경이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2013년 12월 경기 신뢰지수는 62.0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클레멘스푸에스트 ZEW 소장은 “독일과 유로존 경제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라며 “2014년 경제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이 아주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최저 임금제 도입이 내수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실제 독일은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반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유럽 최고 수준이다.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클럽 영업1부 센터장은 “최저 임금제 도입은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전체 유럽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수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 비율은 2012년에 7%를 넘은 데 이어 2013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유동성 공급 확대도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초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이은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예상한다”며 “독일은 3차 저금리 장기대출(LTRO)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TRO는 최장기 저금리 대출 제도로 유럽중앙은행은 앞서 1·2차 LTRO 시행으로 1조 유로 이상의 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유로존 긴축재정 여파로 위축됐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면서 2014년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도 낙관적이다. 영국 정부가 최근 제시한 자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 기존 전망보다 0.6%포인트 높게 잡았다. 이같은 전망치 상향 폭은 14년 만에 최대치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긴축정책 성과에 힘입어 영국 경제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활발히 펴고 있다.




영국 경제성장률 상향폭 14년 만에 최대치

2013년 10월 영국왕립우편 주식의 52.2%를 상장해 민영화시킨데 이어 정부의 대학 등록금 지원을 대폭 줄이고, 공공부문 임금 상승률을 연 1%로 정하는 등 긴축에도 힘을 쏟았다.

앞으로 영국은 2020년까지 3750억파운드(약 651조원)를 에너지·교통·통신 등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민생 지원을 위해 유류세와 주류세 인상 계획은 철회하고 가구당 월 50파운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에너지 요금관련 세금을 낮추는 등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에너지 요금과 식료품값 하락에 힘입어 2013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1%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거비용 등을 반영한 소매물가지수(RPI)는 전월과 같은 2.6%를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은 영국 중앙은행의 장기 관리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부정적’인 영국의 신용등급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정책 완화로 불거진 주택 거품에 대한 논란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은 2013년 10월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집값의 2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주택구매지원(Help to Buy)정책을 실시한 이후 런던 집값은 1년 새 10% 이상 급등했다. 논란이 일자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 대출을 중단키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논란을 잠재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2014년 1월 구제금융 졸업

스페인도 주목해야 할 유럽 국가 중 하나다. 스페인은 2014년 1월 ECB와 EU·국제통화기금(IMF) 등 대외채권단(트로이카)의 구제금융에서 졸업한다. 그만큼 스페인의 ‘재기’에 대한 기대가 높다. 스페인의 2013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9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했다. 2012년 7월 연 7%를 넘었던 스페인 국채 10년물은 현재 4%대 초반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물론 26%에 달하는 실업률과 GDP 대비 93%인 정부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투자가들은 스페인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3년 10월 22일 스페인 건설사 FCC 지분 6%를 1억1354만유로(약 1631억원)에 인수했다. 게이츠의 FCC 투자에 대해 호세 마누엘 소리아 스페인 산업부 장관은 “스페인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살아났다는 증거”라고 말한 바 있다.

스페인의 서비스업 경기는 3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민간 시장조사 업체인 마르키트는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의 49.6에서 1.9포인트 오른 것으로 세 달 만에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을 웃돌았다. 지난 2010년 6월 이후 최고치기도 하다. 신규 수요의 증가가 경기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신규주문지수는 2007년 7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일본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국가 중 하나다. 2014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기존의 양적·질적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먼삭스는 “일본 경제가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회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시한 내년 일본 증시 전망 역시 장밋빛이다. 바클레이즈는 닛케이225지수가 2014년에는 2만2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먼삭스도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딧스위스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었던 일본 증시가 이번에는 세계 경기 회복의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2014년에도 일본 증시가 다른 증시에 비해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 일본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4년 1분기에는 소비세 인상 전 사재기 현상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19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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