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레저열풍 타고 고속 질주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년 대비 판매량 15.6% 증가 여성 운전자에게도 인기



경기침체로 올 한 해 판매 부진에 시달린 자동차 업계의 위안거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SUV는 26만대가 넘는다. 지난해보다 15.6% 늘었다. 세단은 물론이고 경차마저도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올린 성과라 더욱 값지다. 업계에서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SUV를 시장에 쏟아내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어린 자녀를 둔 30~40대가 SUV의 주요 수요층이다. 최근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C를 구입한 전성현(34·대전)씨는 “아이랑 함께 다니다 보니 짐이 많아 수납공간이 넓고 출퇴근에도 지장이 없는 차를 찾았다”며 “아내가 가끔 운전을 하는데 차가 높고 시야가 좋아 여성이 운전 하기에도 SUV가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BMW 미니 컨트리맨, 닛산 쥬크, 기아 쏘울 등 개성 강한 디자인을 찾는 여성 SUV 운전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SUV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레저와 캠핑 열풍이다. 캠핑과 SUV가 서로 시너지를 낸다. 올해 현대 쏘나타에서 싼타페로 차를 바꾼 최천용(38)씨는 최근 캠핑 풀세트를 구매했다. 그는 “승용차를 탈 때는 짐 실을 공간이 부족해 캠핑 용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든든한 차와 장비가 생긴 최씨는 올해만 가족과 함께 네 번이나 캠핑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트렁크에 작은 텐트 하나를 싣고 다니며 사용한다.

송상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여행을 주제로 다룬 ‘아빠 어디가?’ ‘1박 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주 5일제가 정착하면서 캠핑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오프로드에 강하고 많은 레저용품을 실을 수 있는 SUV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 브랜드마다 판매하는 SUV 종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만해도 브랜드별로 한두 가지의 SUV 모델만 있었다. 아예 국내에 판매하는 SUV 모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2종은 기본이고, 많게는 4종 이상의 SUV를 보유한 브랜드도 있다. 세그먼트도 다양해졌다.

한국GM은 올 초 소형SUV 트랙스를 2000만원 초반 가격에 출시했고, 현대자동차는 산타페를 변형해 만든 9인승 SUV 맥스 크루즈를 출시했다. 일본 혼다는 오딧세이·파일럿·크로스투어 3종의 SUV 신차를 두 달 간격으로 선보였다. 이 브랜드가 원래 보유하고 있던 CR-V까지 가세해 탄탄한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는 일본차로는 드물게 디젤 SUV를 국내에 들여와 시장에 가세했다. 소비자는 크기·가격·용도·엔진종류에 따라 소비자 입맛에 맞는 SUV를 고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근 SUV의 인기는 기술 발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SUV는 여러모로 실용성이 높은 차종이다. 하지만 단점이 많았다. 주로 디젤엔진을 많이 사용해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 덩치가 커 주차가 힘들고 디자인도 투박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요즘 나오는 SUV는 세단 못지 않은 승차감에 연비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신차 중에서는 “SUV에 쿠페의 멋과 성능, 세단의 안락함을 더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가 많다. SUV가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분간은 SUV의 인기가 지속될 것 같다. 내년을 노린 신형 SUV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뜨거운 모델은 르노삼성의 소형 SUV QM3다. 11월 실시한 사전예약에서 준비한 물량 1000대가 7분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내년 초에는 푸조의 소형 SUV 2008의 출시가 예정돼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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