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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샐러리맨, 만화에서 희망을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웹툰 ‘미생’ 

조회수 10억회 … 직장생활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

▎올해 최고의 인기 웹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잇단 회의와 야근,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업무에서 겪는 스트레스…. 월급쟁이 직장인의 어깨는 늘 무겁게 마련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매일 일하는 걸까. 힘겨운 직장생활 속에서 나름의 목표와 보람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웹툰(webtoon) ‘미생(未生)’이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웹툰은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를 뜻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7월까지 연재된 미생은 누적 조회수 10억회를 넘기고 책으로도 50만부 넘게 팔려나가 ‘국민 웹툰’이라고 불렸다.

미생은 바둑 규칙에서 따온 제목이다. 두 집을 만들어야 완전히 사는 바둑에서 한 집만 가지고 있어 아직 살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제목처럼 만화의 주인공인 장그래는 프로 바둑기사 입단에 실패해 고교 졸업장만 들고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입사한다.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전형적인 ‘88만원 세대’다.

종합상사 영업팀에 입사한 장그래는 특유의 통찰력과 대처 능력을 발휘해 계약직 취업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오 차장, 김 대리 등의 직장 선배들과의 관계도 흥미롭게 다뤘다. 자질을 알아 본 선배들이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여러 가르침을 준 덕분에 장그래는 회사에서 성장을 거듭한다. 마지막에는 오 차장이 세운 새로운 회사에 장그래와 김 대리가 들어가는 내용으로 끝이 났다.

만화의 서두에서 작가 윤태호(44)는 “겨우 두 집이라도 내기 위해서, 살아있기 위해 자신의 한 판 바둑을 승리하기 위해서 터벅터벅 한 수 한 수 돌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바둑 애호가인 작가는 회사생활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바둑에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접목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수없이 취재했다.

작가의 현실적이고 치밀한 묘사 덕에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만화에 달린 팬들의 댓글에도 ‘바로 내 이야기’라는 내용이 가장 많다. 사내에서 목격한 부조리에 대한 고뇌, 워킹맘의 걱정 등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만화 속 인물 중 악인이 없다는 점이다. 캐릭터에선과 악을 나누고 편을 가르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다. 서로 협력하며 성장하는 관계를 그려낸 이 만화는 독자에게 ‘이상적인 직장생활’을 보여주며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준다.

허영만의 문하생으로 시작한 윤태호 작가는 소년지에 연재한 ‘야후’,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이끼’ 등을 그린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 중 하나다. 미생으로 ‘2012 오늘의 우리 만화상’,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 만화는 내년 여름 정식 드라마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캔커피 브랜드와 합작해 장그래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윤 작가는 해방과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인천상륙작전’을 연재하며 다음 작품으로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활동하는 보물선 도굴꾼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내년 가을쯤 미생 시즌2를 재개할 계획이라는 윤 작가는 “주인공들이 중소기업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며 기업회계에 대한 내용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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