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내년엔 500만! 통신지도 바꾼다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알뜰폰 

오프라인 판매 활기 띠며 급성장 ... 기존 통신료보다 30% 저렴

▎서울 서린동 광화문우체국에서 한 시민이 알뜰폰 구입 상담을 하고 있다.



직장인 김도엽(33)씨는 최근 아버지께 2G 알뜰폰을 선물했다. 휴대전화가 낡아 바꿔드리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한사코 비싼 스마트폰은 싫다며 거절한 때문이다.

김씨는 “더 좋은 걸로 사드리고 싶었지만 자식들과 통화하는 것 이외엔 쓸 일이 없다는 말씀에 알뜰폰으로 결정했다”면서 “비용도 저렴하고 아버지도 만족하시니 잘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뜰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올해 말로 2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 수준이다. 2011년 7월 일부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알뜰폰은 도입 첫해인 2011년 가입자가 47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다. 단말기 종류가 부족해 이용자들이 구매를 꺼렸고, 신뢰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판매망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단말기도 최신형 스마트폰 등으로 확대되면서 구매 계층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알뜰폰은 비싼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MVNO) 사업자가 자체 주파수를 보유하는 대신 이동통신망사업자(MNO)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알뜰폰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통신비다. 이동통신 3사보다 평균 20~30%, 최대 50% 가량 싼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업자가 목돈을 들여 통신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보조금이나 마케팅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단말기도 삼성·LG 등 유명 제조업체의 제품이고, 기존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품질은 이동통신 3사와 동일하다. 단말기 가격은 대략 3G 피처폰이 3만~5만원, 스마트폰은 10만~20만원 정도다.

알뜰폰 주 고객층은 40대 이상이다. 사용자들은 주로 고성능 스마트폰보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기본적인 기능만 제공하는 피처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정사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G 피처폰을 구입한 가입자가 61%, 3G 스마트폰이 11%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월 기본료가 1500원인 상품이 가장 인기가 높은데 알뜰폰 이용자 중 약 75%가 2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중 하나인 에버그린은 기본료가 0원인 ‘제로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초당 1.8원인 음성통화료, 건당 20원인 문자메시지 사용료만 내면 된다.

현재 알뜰폰은 세븐일레븐·CU·GS25 등 편의점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전국 226개 우체국과 신협, 새마을금고에서 판매 중이다. 우체국은 9월 2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뒤 17일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하고, 두 달 만에 2만명을 돌파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농협도 알뜰폰 판매에 가세했다. 농협중앙회는 12월 12일부터 농협 경기 고양·성남·수원 유통센터에서 알뜰폰 시범판매를 시작했다. 내년 초 전국 2100여 개 하나로마트로 판매처를 확대한다.

농협까지 가세하면 알뜰폰 판매처는 전국 4000여 곳으로 늘어난다. 약 4만여 개인 이동통신 판매점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틈새를 뚫고 내년 후반기쯤이면 무난히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알뜰폰의 기습에 이동통신 3사도 바빠졌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면 알뜰폰 시장은 이동통신 3사의 또 다른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시장점유율과 수익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해서다. 소비자로서는 나쁠 게 없다.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어떤 것이 나에게 더 적합한지 고르기만 하면 된다.

1218호 (2013.12.3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