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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명 선택한 흥행의 보증수표 

2013 한국인의 삶 바꾼 히트상품 - 배우 송강호 

올해 개봉한 ‘설국열차’ ‘관상’ 이어 ‘변호인’도 흥행 조짐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그가 출연한 영화에 올해 총 2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2013년 영화계는 관객수 2억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배우 송강호(46)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설국열차’로 934만명, ‘관상’으로 91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연말에 개봉한 ‘변호인’이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데 힘입어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맥스무비 영화연구소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개봉 1주일 만에 송강호의 올해 누적 관객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한국영화 시장의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의 흥행영화 순위 3위 안에 송강호의 작품이 2편이니 흥행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개봉한 ‘푸른소금’ ‘하울링’에서 조직폭력배와 형사 역을 맡아 거친 남성 캐릭터를 연기한 송강호는 아쉽게 흥행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 후 1년 넘는 공백 끝에 복귀한 작품이 설‘ 국열차’다. 살‘ 인의 추억’ ‘괴물’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한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열쇠 수리공 남궁민수 역을 맡았다. 4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배우 송강호로서는 생애 처음 할리우드식 영화 제작에 참여한 셈이다.

영화 속 인물은 약물과 담배에 찌든 회의주의자로 반란군에 휩쓸리며 심적 변화를 겪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틈틈이 능청스러운 유머로 관객을 웃겼다. 조연이라 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국열차’의 잔상이 채 사라지기 전에 송강호는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관상’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관상쟁이인 내경 역할을 맡은 것이다. 사람의 얼굴로 운명을 꿰뚫어보는 내경이 초야에 묻혀 살다가 한양으로 올라오면서 수양대군이 왕위를 노리고 일으키는 계유정난의 회오리에 휩쓸리는 내용이다. ‘관상’은 송강호를 필두로 이정재·백윤식 등 굵직한 배우들을 대거 섭외해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개봉 10일만에 5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인기작 대열에 올라섰다.

여기서도 송강호는 초반부 내내 배우 조정석과 호흡을 맞추며 웃음을 선사한다. 코미디 연기로 데뷔해 코미디 영화로 인지도를 쌓은 그의 내공이 드러났다. 영화 속에서 역모가 진행되며 비극에 휘말리는 부분에서는 감정을 품는 듯한 연기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상대 배우를 받쳐주며 극의 균형감을 살리는 송강호 특유의 장점도 잘 살아난 작품이다. ‘관상’으로 그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강호는 올 연말 영화 ‘변호인’으로 흥행 3연타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대표 남자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개봉 첫 날만 11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1980년대 초반을 살아가는 소시민적 변호사가 한 재판의 사회적 정의를 위해 맞서는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됐던 반체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더욱 화제다. 영화평론가인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이 영화 후반부의 재판 변론 장면에서 송강호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강렬하게 쏟아내는 원맨쇼와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들은 평범한 개인이 사회 변혁이나 역사적 변곡점에 휩쓸리며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은 그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며 희망을 얻고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1218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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