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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빚 갚는 美·日 신세 우려 

中 지방채시장 3월에 열리면…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지방정부 부채 해결 고육책 … 글로벌 채권시장 경쟁 격화

▎금융시장 개혁개방을 주도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이르면 2014년 3월부터 중국 지방채시장이 열린다. 최근 차이나데일리는 인민은행과 재무부 등이 지방채시장 운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구체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채란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일종의 공공채권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금 수요를 조사해 일괄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지방으로 내려 보냈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건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지방정부가 재정 운용에서 필요한 재원을 직접 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남의 나라 지방채시장이 열리는 게 우리랑 뭔 상관이냐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방채시장, 나아가 중국 전체 채권시장의 발전은 새 지도부가 설정한 금융시장 개혁개방 일정과 맞물려 앞으로 신흥시장과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다.

우선 중국이 왜 지금 지방채시장을 열려는지 알아야 한다. 2012년 말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20조 위안(약 3조4000억 달러)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가기관마다 조금씩 다른데 많게는 25조 위안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렇게 막대한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불어 닥친 해외발(發) 악재를 내수 확대와 투자 촉진으로 막는 과장에서 생겨났다. 수출길이 막힌 업체들과 일자리를 잃게 생긴 농민공을 위해 지방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여기저기 개발 프로젝트를 벌이다 보니 생겨난 빚이다. 이렇게 불어난 빚은 이제 중국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실 불어난 공공부채를 해결하는 법은 두 가지뿐이다.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실질적인 부채 감축에 나서거나 채권시장을 통해 무한 만기 연장(Roll over, 롤오버)를 해야 한다. 중국의 선택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정공법만으로 풀어나가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 그래서 이른바 ‘돌려 막기’를 더했다. 지방채시장을 연다는 의미는 천문학적인 빚을 안고 있는 지방정부에 부채 돌려 막기의 길을 터준다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일종의 지방채 만기 분산을 통한 위험 줄이기의 일환이다.

지방채시장 개장은 중국의 향후 핵심 성장동력이 될 신형 도시화(도농간통합발전전략) 사업에서도 필수다. 신형 도시화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해도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호구제도를 개혁해 도시민과 이주 농민공에 동일한 수준의 복지혜택을 주기 위해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농민들의 집체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보상금을 주기 위해서도 돈은 더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이를 위해 소비세와 자원세 등을 지방정부에 귀속시켜 지방재정을 보충할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래서 지방채시장을 열어 신형도시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지방정부 부채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채권시장을 통해 순조롭게 만기를 연장하는 선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그 사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날 테니, GDP 대비 부채비율은 다시 안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나아가 지방채시장이 지방정부의 부채상환 부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고,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중국의 건전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미국이나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처럼 빚은 또 다른 빚을 부르며 지속적으로 팽창한다. 중국이라고 예외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신형 도시화 사업이든, 지방정부 차원의 신규 프로젝트가 됐든 경제를 떠받치려면 신규 자금이 필요한데, 민간 자본을 효율적으로 끌어오지 못할 경우 다시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불어나는 부채로 언젠가는 지방정부가 이자를 갚기 위해 신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방채 가이드라인이 어떤 내용으로 마련될 지가 관건이다. 지방채 발행을 순전히 지방정부 손에 맡겨놓을지, 아니면 연간 총채권 발행 규모가 지방 재정의 몇 %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한도와 제약 요건을 설정할지, 설정한다면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미리 전제하건 데 그 영향은 단기간 내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그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신흥국 채권시장 내 경합이 심화될 수 있다.

채권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큰 신흥국의 경우 중국 금융시장 개방과 중국 채권시장 발전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이들 국가는 향후 중국 채권시장으로 옮겨가는 투자자들을 붙들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인민은행은 자본시장 개방 과정에서 본토 자금이 덜 빠져나가고 해외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위안화 가치 상승과 시장금리 상승을 일정 부분 용인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채권시장 내 경합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위안화 위상의 제고와 인민은행의 단계적인 외환보유액 축소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인민은행 고위당국자들은 잇따라 “더 이상 외환보유액를 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중국의 계획대로 언젠가 위안화가 기축 통화의 반열에 오르면 인민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유럽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외환보유액 없이 발권력만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조정하려 들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적은 중국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이 더 이상 글로벌 국채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주던 나라에서 미국 못지 않게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공급하는 나라가 된다는 의미다.

세계 국채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따라서 중국 채권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된다는 의미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작업과 맞물려 선진국 채권시장 내 경쟁 역시 치열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국 금융시장은 서서히 해외발 변수에 더 많이 흔들리는 시장으로 변모할 위험도 안게 된다. 이런 흐름은 이론적으로 글로벌 금리를 끌어올리는 재료다.

다만 그 영향은 글로벌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저물가 추세, 늘어난 고령층의 이자상품 선호, 그리고 여차하면 재연될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를 통한 금융억압 등으로 제한될 수 있다. 물론 언젠가는 부실화된 중국 재정을 떠받치기 위해 인민은행발 양적완화가 등장하는 날도 올지 모른다.

산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실업자 구제대책, 금융권 부실 해소, 지방정부 부채 처리 과정에서 중국의 재정 부담은 좋든 싫든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둔화되는 경기와 이에 따른 세수 감소가 정부 부채 증가를 가속화시킬 위험도 도사린다. 이로 인해 중국 재정과 채권시장은 점점 비대해져 지금의 미국과 일본의 모습을 닮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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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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