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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지각변동 진원지 

3D 낸드 반도체 

반도체 용량 5년 내 8배로 스마트폰·저장장치 가격 대폭 떨어질 수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차원(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 총회에서 황창규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기존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는 반도체 신성장 이론 ‘황의 법칙’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02년 2Gb(기가비트)를 시작으로 2008년 128Gb까지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용량을 매년 두 배 늘리며 황의 법칙을 증명했다.

‘황의 법칙’은 2009년 멈췄다. 반도체를 미세화하는 기술적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반도체 성능(집적도)은 일정한 공간에 메모리 셀(소자)을 얼마나 많이 촘촘히 채우느냐에 따라 향상된다. 문제는 집적 기술이 나노 단위로 작아지면서 더 이상 셀을 촘촘히 채울 수 없게 됐다. 셀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 현상이 나타났다. 256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이 늦어진 이유다. 황 전 사장조차 ‘미세화의 물리적 한계’를 인정했다.

기술의 한계는 신기술로 극복되는 법. 지난해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신기술이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3차원(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이하 3D V낸드)를 개발했다. 기존 반도체 제조·공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혁신적인 기술이다.

3D V낸드는 평면(2차원)에 메모리 셀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높인 기술이다. 일정한 면적에 단층 주택을 빼곡히 짓는 게 아니라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삼성전자는 셀을 3차원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현재 업계 최대 용량인 128Gb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256Gb 이상 집적도를 가진 반도체 개발도 가능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최대 용량은 1테라비트(Tb)라고 한다. 128Gb의 8배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최정혁 플래시개발실장(부사장)은 “개인적으로는 5년 내에 1Tb에 도달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3D V낸드는 기존 반도체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지고 셀 수명인 쓰기 횟수(내구연한)는 2~10배 향상되면서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감소됐다.

3D V낸드는 당장 올해부터 반도체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에 생산 장비 입고를 마치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중 중국 시안공장에서 3D V낸드 출하가 시작되면, 반도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삼성전자가 3D V낸드로 치고 나가면, 마무리됐던 반도체 시장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2~3%만 늘어나도 가격이 20% 가량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맞서 SK하이닉스, 도시바·샌디스크 공동개발팀, 마이크로·인텔 공동개발팀도 3D낸드 양산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D V낸드는 일반 소비자에도 직간접 영향 미친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많이 쓰인다. 용량이 늘어난 3D V낸드가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면, 영상·사진·음악 저장 창고는 몇 배로 늘어나고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또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탑재되면 SSD 가격이 내려가고 HDD를 대체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3D V낸드를 적용하면 1Tb급 SSD를 현재 256Gb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21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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