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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잔치 끝났나, 일시적 부진인가 

시름 깊어진 삼성전자·현대차 

유길용 이코노미스트기자
국내외 실적 감소 … 시장 포화, 원고-엔저, 후발주자 추격 시달려



재계의 두 맏형,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다. 시장의 파이싸움은 더 치열해졌고 엔저의 삭풍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독감이라도 걸리면 온 식구에게 퍼지는 건 삽시간이다. 물론 당장 드러누울 정도는 아니다. 어지간한 바람에는 끄떡없을 정도로 체질도 많이 개선됐다. 그런데도 염려하는 건 두 맏형에게 기대고 있는 가족 전체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설령 헛기침이라도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1월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 3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8조원대로 주저앉았다. 2012년 4분기에 비해 매출은 5.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와 1조원 안팎의 차이가 났다. 증권가는 어닝쇼크(Earning Shock)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은 담담했다. 이미 실적 전망이 주가에 반영된 뒤였기 때문이다. 애초 삼성이 실적 발표를 3일에서 7일로 연기하면서 주가가 5.5% 하락했다.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전 직원에게 지급한 연말 성과급 8000억원과 환율 하락 등 영업 외 요인에 대한 너그러운 해석도 일조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5.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2.9%)에 비해 1.7%포인트 높아졌다.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경쟁자들의 파상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세계 4위 시장 일본에서 애플의 지난 해 3분기 점유율은 38.1%나 됐다. 직전 분기(22%)보다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아이폰 5s·5c 출시 효과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애플의 4분기 점유율을 최대 70%까지 전망한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2012년 4분기 17%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9.9%로 곤두박질쳤다.


일회성 비용 감안해도 곳곳에 지뢰밭

세계 최대 시장 중국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가입자수 7억명을 보유한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5s·5c를 출시했다. 7위 애플의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는 지난해 1분기 4.4%에서 3분기 5.1%로 점유율을 올렸다. 레노버도 4.2%에서 4.8%로 오름세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단말기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이 선전할수록 1위 삼성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012년 3070만대를 정점으로 지난해 2630만대로 줄었다. SA는 올해 규모를 2670만대로 전망했다. 삼성의 주력 시장인 미국·유럽도 포화 상태다. 신흥시장에서 저가 단말기 공세를 삼성이 막아내려면 제품군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이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의 고민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묻어난다. 삼성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물량 밀어내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량 밀어내기로 실적을 늘리기보다 시장의 재고를 줄이는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올 1분기 실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스마트폰 판매 실적을 분산해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IM(IT·Mobile) 부문의 비중이 1분기 75%에서 3분기에는 66%로 다소 낮아졌다. 신성장동력인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실적 경신보다 안정을 택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신수종사업에서 제2의 갤럭시를 만들어내는 게 지상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엔저에 따른 해외 판매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리콜 사태와 연비 과장 논란, 실적 부풀리기 등 이미지를 실추할 사건이 이어졌다. 그룹 자동차 생산량의 55%를 해외에서 만들 정도로 해외 시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기대가 무너졌다. 북미 시장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파상 공세에 밀려 판매율이 8년 만에 감소했다. 안팎 어디서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74조55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몸집은 커졌지만 실속은 없었다. 영업이익이 13조7097억원으로 8.9%나 감소했다. 14개 계열사 중 8곳이 감소했다. 현대차는 8.1%, 기아차는 21.1%나 줄었다.

해외 시장 점유율도 2년째 하락세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1년 8.9%에서 2012년 8.7%, 지난해 8.1%로 2년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의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 3.4%로 전년(4.9%)보다 1.5%포인트가 떨어졌다. 판매량은 5년 만에 감소했다. 합산 판매량이 125만5962대로 2012년(126만606대)보다 줄었다. 현대차는 3% 늘었지만 기아차는 4%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 감소는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100만대 이상 판매한 완성차 업체 7곳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었다. 나머지 업체들은 7% 이상 늘었다. 현지 시장에서 잇따라 터진 리콜과 연비 과장 논란이 준 이미지 실추가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 문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187만대, 36만대를 리콜 조치했다. 미국에서 연비 과장 논란이 불거져 집단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3억9500만 달러(약 4191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안방 시장도 근심투성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 결과 현대·기아차가 각각 64만865대, 45만8000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4.4% 줄었다.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은 베스트 셀링 모델이 전무했다. 이와 달리 수입차는 지난해 1~11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20% 늘었다. 국내 점유율을 12%로 끌어 올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도 작년보다 10% 이상 판매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차 거센 공세에 품질 논란까지

담합 시비에도 휘말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5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해 담합 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수입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가격을 크게 낮췄는데 국내 자동차 판매 가격 인하폭은 크지 않았던 게 빌미가 됐다. 조사 결과 혐의를 벗더라도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뜩이나 싼타페 누수 결함 등 각종 하자에 대해 리콜을 외면하는 등 현대·기아차가 해외와 국내 시장을 차별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기아차와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각각 7%, 2.1% 하향 조정했다. 원화강세와 엔저의 영향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친환경 자동차와 IT를 융합한 스마트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고(158만대)를 올린 중국 시장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현지 전략형 모델 ‘밍투’를 비롯해 기아 K시리즈를 투입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1221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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