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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급 전기차로 새로운 역사 쓰다 

테슬라 모터스 CEO 엘런 머스크 

고성준 이코노미스트 인턴기자
‘전기차=친환경차’ 틀에서 벗어난 역발상, 2015년엔 보급형 전기차 출시

▎엘런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CEO.



미국 포춘이 발표한 ‘2013 올해의 경영인’은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 모터스의 CEO 엘런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구글 CEO 래리 페이지(Larry Page)나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Marrisa Mayer)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쳤다. 경영자로서 비전과 확신, 현실 개척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테슬라의 순이익과 주가 역시 껑충 뛰었다.

머스크는 1998년 온라인 결재 시스템 페이팔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 현재 민간 최초 우주여행을 추진하는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의 CEO와 가정 보급형 태양광 전지 설치 회사 솔라시티(Solarcity)의 이사도 겸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전기차였다. 테슬라 모터스가 2012년 출시한 중형 전기차 세단 ‘모델S’는 전기차의 대명사가 됐다.

그는 전기차를 친환경 차라는 콘셉트로 접근하지 않았다. 가솔린·디젤 엔진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차를 내세웠다. 모델S는 출시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매거진 모터 트렌드는 올해의 차로 모델S를 꼽았다. 테슬라의 등장으로 지지부진하던 전기차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테슬라 모터스가 2012년 출시한 모델 S.
고급차로 승부 … 1회 충전으로 400㎞ 달려

머스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100년 넘게 신규 업체가 진입하지 못한 미국 자동차 시장을 뚫어서다. 자동차 시장에서 신흥 벤처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이미 포드나 GM 같은 거대 기업이 대량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을 지키고 있다. 기존 기업의 축적된 기술력, 보수적 소비 패턴, 브랜드 인지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테슬라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술력과 경영 차별화 전략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그는 2008년 자사의 첫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했다. 영국 자동차 회사 로터스 엘리제 차량을 기반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전기차에 맞게 바꿨다. 에너지 공급원을 석유에서 전기로 바꿨을 뿐 이 차는 엄연한 스포츠카다. 낮은 배터리 용량의 한계에 부딪혀 대부분의 기업이 최대한 성능을 낮추고 주행거리 늘리기에 주력할 때 전기 모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전기 모터는 서서히 동력을 끌어 올리는 가솔린 내연기관에 비해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해 탁월한 순간가속도를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머스크는 이 점에 주목했고 자동차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뚫는데 적극 활용했다.

로드스터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초다. 수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당시 출시된 전기차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의 출력을 자랑했다.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충성도 높은 이 생겼다. 이때 판매된 2500대의 로드스터는 테슬러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적은 투자비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얻었다. 소규모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잘 나가던 머스크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동안 호의적이었던 투자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판매된 로드스터의 내구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구조조정과 기업공개를 주도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애초 2010년 출시 예정이었던 중형 세단(모델S)의 출시도 재정위기로 연기했다.

위기의 머스크에게 미국 정부가 손을 내밀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머스크에게 전기차 사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465만 달러를 지원했다. 머스크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그는 어렵게 모은 투자금으로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 카를로스에서 같은 주의 팔로 알토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때는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동시에 모델S 생간의 근간이 된 프레몬트 공장을 42만 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 이 공장은 도요타와 GM이 조인트 벤처 사업을 벌인 공장이다.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침을 겪은 도요타와 GM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테슬라에게 기회가 왔던 것이다.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스타트업 벤처 기업 테슬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장을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은 물론이고 50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탰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사업에 더욱 탄력을 붙였다. 자본금과 생산시설을 확보한 머스크는 경제위기 속에서 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저렴한 가격에 구축하며 효율적 경영을 펼칠 수 있었다.

2012년 6월 로드스터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전기차 모델S가 등장했다. 모델S는 10만 달러가 넘은 로드스터의 절반 가격에 팔렸다. 가격은 낮았지만 고객이 전기차에서 누릴 수 있는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모델S는 다른 전기차처럼 배터리 무게나 차체의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다른 차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전기차가 가진 전력의 세 배가 필요했다. 당연히 배터리 팩도 무거웠다. 하지만 뛰어난 성능 앞에서 배터리 무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고급 알루미늄 차체를 기반으로 연비를 높였고, 가솔린 내연기관이 차지하던 공간을 활용해 빼어난 디자인의 차가 탄생했다. 1회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다른 전기차와 달리 모델S는 빠르게 고급 승용차 시장을 파고 들었다. 지난해 단일 모델로만 2만2500대를 팔았다. 모델S는 현재 미국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 25곳 중 8곳에서 4만 달러 이상 고급차 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판매량 감소를 대비해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레몬트 공장은 연간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테슬라는 공장의 남는 생산시설을 활용해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 기술 협업까지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다. 더욱 많은 시장 수요가 생길 때 공장 전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현재 테슬라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통·판매 라인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미국 이어 중국·유럽 전기차 시장도 노려

프레몬트 공장의 효율화 작업과 동시에 머스크가 주목하는 건 글로벌 시장이다. 그는 앞으로 테슬라 매출의 6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본다. 올 2월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진입 초기 단계다.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크로스오버차량(CUV) ‘모델X’는 가정용 전기차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연간 1만~1만5000대가 팔릴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미국만큼의 성공을 거둔다면 테슬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며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머스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2015년 3만 달러 수준의 보급형 전기 자동차 ‘제네레이션 3’를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변이 없는 한 전기차 대중화의 주역이 테슬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GM·BMW·폴크스바겐 등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보급형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성능에서 테슬라를 따라올 차가 없다. 전기차의 핵심이라 불리는 배터리 기술에서도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파나소닉과 손을 잡고 더욱 가파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머스크가 기존의 콧대 높은 자동차 브랜드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전기차 분야에서 우리가 벤이고 페라리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가 우리가 쌓은기술장벽을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1224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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