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내셔널 몰의 영원한 메시지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한 신문이 설문조사한 결과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소통할 대상은 국민(77.6%)·야당(74.2%)·언론(32.4%) 순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며 문득 최근 방문한 워싱턴 DC가 떠올랐다. 눈을 헤치고 워싱턴 거리를 둘러 봤다. 워싱턴의 백미는 역시 내셔널 몰이다.

내셔널 몰은 워싱턴 기념관을 중심으로 북쪽의 백악관, 남쪽의 제퍼슨 기념관, 서쪽의 링컨 기념관 그리고 동쪽의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공간을 뜻한다.

그 중심에 있는 워싱턴 기념관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건설한 세계 최대 석조 구조물이자 세계 최고(最高)의 오벨리스크다. 링컨 기념관은 제16대 대통령인 링컨의 공적을 기려 지은 건물이다. 중앙에는 거대한 그의 대리석 좌상이 있다. 제퍼슨 기념관은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을 기념해 건립했다.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백악관은 미국 대통령의 관저다.

내셔널 몰을 구성하는 기점 중 4곳이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마도 이는 정치의 도시 워싱턴에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항상 경종을 울리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44명의 대통령 중 단 3명이 선택돼 기념비적인 건물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그들의 남다른 일생이 궁금해졌다. 조지 워싱턴은 재선은 수락했지만 3선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임을 꿰뚫고 많은 지지자를 뒤로한 채 스스로 은퇴를 결정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건국의 이상인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며,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만들었다. 정파 간 갈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당시 ‘나는 성스러운 신의 제단 앞에서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모든 종류의 독재에 맞서 영원히 싸울 것을 맹세한다’는 글은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앞서 언급한 그의 기념관 왼쪽 벽에 새겨져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교훈을 전한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눈앞에 보고 있는 워싱턴 기념관과 그 뒤 일직선 상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 두 전직 대통령이 현재의 상·하원 의원들에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느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백악관을 똑바로 바라 보고 있는 제퍼슨 기념관에서도 현직 대통령에게 독립 선언문에 함축돼 있는 정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지 살피고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청와대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느냐고 묻는 ‘영원한 메시지’를 전하는 선대의 기념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기념관의 존재만으로도 후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지 않을까.

1227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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