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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선 TG삼보 대표 - 틈새시장 공략하는 강소기업으로 변신 

 

디스플레이·콘텐트 오픈마켓 진출 “ 배수진 각오로 삼보 되찾아”

▎이홍선 TG삼보 대표.



창업주의 품에 다시 안긴 1호 벤처기업 삼보가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재인수 이후 기존 주력 분야였던 공공부문 PC공급 시장 기틀을 확고히 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공공기관 PC조달 비중을 75% 이상으로 늘리도록 정해 수혜도 예상된다.

지난해 TG삼보의 이 부문 매출은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매출은 이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TG삼보는 지난해 말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TG 빅디스플레이70’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TG튠즈’로 콘텐트 오픈마켓도 겨냥 중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빅디스플레이70은 1~2차 예약판매 400대가 모두 팔렸다. TG삼보의 지난해 잠정실적은 매출 1150억, 영업이익 10억원이다.

그러나 삼보가 맞닥뜨린 환경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PC시장은 침체에 접어들었고, 다른 IT제품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친 시장장벽이 높다.

이홍선(53) TG삼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고객이 스스로 재정의(redefine)할 수 있는 IT제품을 출시하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강소기업을 방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PC시장의 침체기다. 생존전략은?

“현재 TG삼보 매출의 3분의 2가 정부 조달 PC인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전통적인 PC시장 판매는 올해 약 460만대로 예상된다. 480만대였던 지난해보다 5%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휴대전화에 컴퓨터 기능을 넣은 것이고, 앞으로 나올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결국 컴퓨터의 일종이다. 컴퓨팅 수요 자체는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TG의 시장 영역은 오히려 넓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같이 작은 기업이 건방지게 대단한걸 내놓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기존의 일상적인 기기들에 스마트 기능을 입혀 다른 영역에 도전할 생각이다.”

IT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라 쉽지 않을 텐데.

“글로벌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삼보를 찾을 이유를 줘야 한다. 고객에게 빵이 아니라 ‘생지’를 주기로 했다. 생지는 빵을 만들기 전 차갑게 숙성시킨 반죽이다. 이게 나중에 다양한 형태의 빵이 된다. 우리 제품은 생지와 같다.

고객에게 ‘이런 목적·용도로 이렇게 써라’가 아니라 ‘이런 기능이 있는 제품을 내놨으니 당신의 패턴에 맞게 쓰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한 빅디스플레이70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디스플레이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다. 단, 여기에 뭘 연결해서 어떻게 쓸지는 고객이 정한다. 고객이 제품을 재정의 (redefine)하는 것이다.”

빅디스플레이70은 70인치의 대형 모니터다. 수요가 제한적이지 않을까.

“전통적인 PC와 연계하면 대형 모니터는 무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외장 TV튜너 박스나 IPTV가 보급된 데다가 PC 또한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컴퓨터를 통해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른바 ‘카우치 PC’로 불리는 거실의 스마트기기로의 전환 과정에서 대형디스플레이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본다.”

카우치 PC도 기존 TV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텐데.

“빅디스플레이70은 TV가 아니다. 고객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모니터가 될 수도, 전자책이나 게임기가 되기도 한다. TV는 단지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기능 중 하나다. 디스플레이 자체의 경쟁력도 나쁘지 않다. TV업체의 제품은 3차원(D)이나 스마트기능을 넣어 가격이 비싸다. 삼보 제품은 화질과 같은 디스플레이의 기본 질은 높이되 군더더기 기능을 빼 가격을 낮췄다.”

더 큰 모니터도 내놓을 계획인가?

“언젠가는 만들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다음에 어떤 게 나올지 나도 모른다. 모니터뿐만 아니라 노트북·태블릿·올인원 제품 모두 삼보의 카테고리다. 그저 미래 지향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나도 ‘생지’를 들고 이리저리 연구하는 중이다. 다만 미래지향적인 투자는 늘 실패 리스크가 크다. 회사 수익과 규모에 맞춰 진행할 생각이다. 과거 삼보컴퓨터는 배보다 큰 배꼽이 많았다.

두루넷도 무모하게 규모가 컸다. 그로 인한 나락을 충분히 경험했다. 미래지향적이되 가늘고 길게 가는 기업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100년 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적어도 100년 후에는 살아있다는 게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삼보컴퓨터는 우여곡절이 많은 기업이다. 국내 최초 PC제조업체로 성장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 중반 PC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와 대만·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겪었다. 2003년에는 계열사였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 두루넷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해 4월 창업자 이용태 회장의 장남인 이홍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보컴퓨터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벤처기업 셀런에 인수되고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경영이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악재가 겹치면서 2010년 다시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 때 4조원에 이르렀던 매출은 2000억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2년 만인 2012년 나래텔레콤이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나래텔레콤은 이용태 회장의 차남 이홍선 대표의 회사다. 기존 삼보컴퓨터는 회사를 부동산 임대업과 컴퓨터 제조업 두 개 법인으로 나눈 후 이 중 컴퓨터 부문을 나래텔레콤이 인수해 재출범 시켰다. 부동산 임대업 부문은 채권단이 청산했다.

인수 당시 심정은 어땠나.

“처음엔 삼보컴퓨터를 인수하기 싫었다. 삼보를 인수했던 사모펀드에서 경영인을 제안하는 등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기도 했다. 자신이 없었다. 시장환경은 만만치 않고 아버지나 형님과는 달리 나는 삼보에 오래 근무한 적이 없다. 두루넷 경영도 마지막 즈음에 구원투수로 들어갔던 게 전부다. 그러나 아무래도 일가가 한 사업이다 보니 점점 잘한 것과 잘못한 게 보이더라. 결국 배수진 치고 한 번을 가야겠다는 각오로 다시 인수하게 됐다.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던 바는 아니다.”

인수 당시 세운 목표는 이뤘나.

“워낙 회사 규모가 쪼그라들어 직원들이 잘 따라 줄지가 걱정이었다. 그런걸 감안하면 최소한의 목표는 충족시킨 것 같다. 재정도 안정적이고 작은 규모지만 흑자전환도 했다. 점수로 매긴다면 63점이다.”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단기 목표로는 올해 매출 125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세웠다. 현재 갖고 있는 시장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앞서 말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첫 걸음을 마련할 것이다. 조급해 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갈 생각이다.”

1227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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