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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회장 부재에 조직 난맥상, 내우외환의 CJ - 책임 없는 ‘고문 경영(이미경 부회장 측근 노희영)’에 불협화음 커져 

 

CJ 전·현직 임직원 “인사·지시 도를 넘었다” 토로 … 실적 악화까지 겹쳐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CJ그룹 본사.



“CJ는 오로지 이재현 회장의 회사다.” CJ그룹 임원의 얘기다. 적어도 최근까지 이 말에 토를 달 CJ 임직원은 없었다. CJ그룹은 직원들이 회장을 ‘이재현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랑하지만, CJ 문화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이재현(54) 회장의 사내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룹 전반을 꿰뚫고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회장뿐”이라는 것이 CJ 임직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 임원은 “회장에 대한 그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그 대상은 오너 일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런 이재현 회장이 회사를 260여 일 째 비우고 있다.

수천 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지난해 7월 1일 구속돼, 1심(2월 14일)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CJ의 한 계열사 간부는 “부인(김희재씨)으로부터 받은 신장 이식 수술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 가신그룹 줄줄이 낙마

그런데, 요즘 CJ그룹 안팎에서 흉흉한 얘기가 나돈다. 그 중심에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56) CJ그룹 부회장과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노희영(51) CJ 브랜드전략 고문이 있다. 한 임원은 “이미경 부회장의 신뢰 속에 노 고문이 그룹 전반에 도를 넘은 ‘고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 고문은 CJ와 여러 방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오리온그룹 부사장 출신이다. 2010년 7월 CJ에 영입됐다. 그간 동생 뒤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도운 이미경 부회장의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직후, CJ는 5인이 참여하는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관훈 전 CJ 대표(현 상담역), 이채욱 CJ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4인 체제다.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이자 가신그룹을 이끄는 인물로 평가 받던 이관훈씨가 지난해 10월 갑작스런 인사로 경영위원회에서 빠졌다. CJ 안팎에선 무성한 뒷말이 나왔다. 그룹 관계자는 “할 만큼 하셨기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주사인 CJ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지 10개월 만에 ‘뒷 방(예우 임원)’으로 물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10월 초 단행된 수시 인사에서 CJ그룹 내 핵심 포스트이자 이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대거 문책성 인사 통보를 받았다. 정통 CJ맨으로 이 회장 구속 직후 대관(대외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권인태 부사장(CSR팀장)은 보직을 받지 못한 후, 경쟁사인 SPC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조성형 부사장(인사팀장) 역시 좌천됐고, ‘CJ의 입’으로 불리던 신동휘 홍보실장은 4개월 만에 교체됐다. 윤경림 부사장은(사업팀장)은 계열사인 CJ헬로비전 경영지원총괄로 발령받은 후 최근 KT 미래융합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CJ그룹은 “CEO 부재에 따라 조기에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인사”라고 했지만, CJ그룹 내부에선 전혀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 본지가 접촉한 CJ 전·현직 임직원들의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CJ가 점차 이미경 부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신임을 받던 핵심 포스트가 줄줄이 뒤로 빠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 부재 후 임원진이 대거 교체됐지만,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의사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밑에선 눈치만 보기 바쁘다. 각 사업부 실무 라인은 교체된 수장들을 버거워한다. 이 회장 공백이 너무 크다.” 심지어 한 임원은 이런 얘기도 했다. “CJ그룹 경영 구도에 미묘하지만 중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이재현 회장 부재에 따라 임시 방편으로 하는 데볼루션(devolution : 이양)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말까지 나돈다.”

이와 비슷한 증언도 있다. “이 부회장 곁에서 부회장을 부추기는 인사들이 있다. 주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다. 측근들의 월권에 대한 불만도 사내에 팽배하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큰 그림에 따라 일사분란 하게 돌아가는 회사였는데, 지금은 우왕좌왕이다.”

노고문, 새벽 2시에 대표·직원 집합시켜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음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계열사 대표나 임원 수명이 짧기로 유명한 CJ에서 과거에 인사 문제로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은 드물다. 지난 문책성 인사와 전혀 무관한 계열사 임원 역시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데, 이 부회장 측근이 일일이 간섭하고 사업 방향과 어긋나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CJ 내홍을 얘기하면서 여러 전·현직 임직원이 지목하는 한 사람이 있다. 노희영 고문이다. 노 고문이 CJ그룹의 숨은 실세로 떠올랐다는 것은 재계·언론계에 공공연히 나돌던 얘기다. 외식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노 고문은 2007년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오리온에 입사했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노 부사장(당시 직함)은 오리온에 있을때도 이화경 부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며 “모두가 혀를 내두를 만큼 일벌레였다”고 말했다. 노 고문은 오리온에 재직하면서 개인컨설팅 회사 대표 자격으로 CJ의 뚜레쥬르 리뉴얼 작업 컨설팅을 맡으면서 2010년 말 CJ에 합류했다. CJ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이재현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노 고문은 초반에는 각 계열사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주로 맡았다. 예우 임원인 ‘고문직’을 맡은 것도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그의 뜻을 이미경 부회장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CJ에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CJ의 한 임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임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다른 임원은 “맡은 업무가 포괄적이다 보니 많은 계열사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마찰도 잦은 편”이라고 했다.

“일 하는 방식이 터프하고 독선적”이라거나 “아랫사람들은 물론 임원들도 노 고문에게 깨지는 일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런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한 계열사 간부는 “계열사인 CJ E&M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노 고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벽 2시에 방송 부문 대표와 직원들을 CJ인재원(서울 필동)에 집합시킨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노 고문이 책임이 없는 고문 자격으로 지시만 내리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얘기도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CJ E&M 고발

그룹 내에서 노 고문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자, 일부 임원진이 내부 감사를 벌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CJ 측은 “감사를 벌여 뭔가 나왔다면 노 고문이나 감사를 주도한 누군가가 아웃되지 않았겠느냐”며 감사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CJ의 한 임원은 “감사를 주도한 일부 임원진이 지난 인사 때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며 “노 고문의 파워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CJ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실적이나 회장 보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부분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에도 노희영 고문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CJ는 지난해 말 지주회사 내 마케팅팀과 브랜드팀을 통합했다. 통합된 팀은 노 고문이 총괄한다. 한 임원은 “회사 전체의 전략과 어긋나는 지시가 내려와도 이 부회장과 독대하고 신임을 받는 노 고문에 대해 누구도 직언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재현 회장은 특정 1인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이 부회장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최고위 관계자는 “오너 옆에는 오른팔, 왼팔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주변의 시샘과 질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태원 SK 회장 몰락의 단초가 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은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 사례처럼 오너 일가가 소수 최측근이나 막후 실세에 의존해 화를 자초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시선이 CJ 내부에 존재한다.

이미경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애초 이재현 회장이 구속될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오너 일가이고 오랫동안 CJ에 몸담았지만, 이 부회장은 그동안 주로 방송·미디어 계열사인 CJ E&M 일에만 전념했다. 2002년에는 석연찮은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해외 파견 상무라는 직함으로 CJ아메리카 등을 경영했다. 이후 2005년 초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CJ그룹 내 어떤 계열사에도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다. 이 부회장이 경영총괄을 맡던 CJ E&M에도 비상근·비등기 임원이다. 보유 지분 역시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일가로는 이례적으로 적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CJ E&M 주식 0.15%(5만7429주)가 전부다. 3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25억8000만원이다. 때문에 CJ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딴마음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참석 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당시 ‘한국인의 밤’을 주도한 이 부회장은 2월 4일 미국 경제월간지 블룸 버그마케츠와의 인터뷰에서 이재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공동설립자같이 지내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이 없는 동안 회장이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고 직함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사실상 CJ그룹의 CEO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을 “이재현 회장에게 보고하고 평가 받는 종업원” “전문경영인일 뿐”이라고 말해왔던 것과는 다른 늬앙스다.

CJ 측은 “경영 공백 우려를 일축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했지만, 이를 두고 CJ 안팎에서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재현 회장이 2·3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으면, 이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장악하고 ‘이미경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회장 남매는 우애가 돈독하다”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경영 수완을 보여온 이 부회장이 회장을 대신해 경영 공백을 메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거의 주말마다 이 회장 병문안을 갈 정도로 각별하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측근이 전횡한다는 것은 내부 불만세력의 음해”라고 강조했다. CJ그룹 최고위 관계자 역시 “이 부회장은 그룹경영위원회에서도 주로 듣는 편”이라며 “그런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임원은 “이재현 회장이 회사 일은 거의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한 상태”라면서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분쟁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CJ가 이 부회장의 측근들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CJ그룹은 지난해 ‘오너 리스크’ 여파로 수천 억원의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다. 미래 성장에 직결된 문제다. 실적도 좋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핵심 계열 상장사 8곳 중 7곳은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룹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은 영업이익이 40% 넘게 줄었다. CJ E&M, CJ CGV, CJ제일제당 등은 순이익이 70~90%까지 감소했다. CJ CGV, CJ헬로비전, CJ오쇼핑 등 일부 상장사 주가는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해 초 40만원 돌파를 앞뒀던 제일제당 주가는 최근 20만원대로 떨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찬물을 껴얹는 일도 생겼다. CJ E&M은 지난해 10월 회사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다는 사실을 미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당시 실적 정보를 입수한 기관은 하루 만에 106만 주를 순매도 했고, 개인 투자자는 104만 주를 순매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는 급락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개미들이 입었다.

재계의 숨은 실세·최측근 독이 된 사례 많아

CJ 계열사의 한 임원은 “회장 한 명 없다고 재계 15위인 CJ가 흔들리는 게 창피한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며 “그룹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실을 이 회장이 아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 회장의 공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의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형사 10부에 배당됐다. 항소심 공판은 곧 시작될 예정이다.

1229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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