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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풍문추적 포스코, 조선업에 뛰어드나? - 역량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고··· 

 

포스코플랜텍, 해양작업지원선 건조 마무리 시설 빌려 선박 건조한 것뿐



포스코가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재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플랜트 설비를 생산하는 포스코플랜텍이 해양작업 지원선(OSV)의 건조를 마무리한 때문이다. 싱가포르 용선업체인 SPO가 발주한 이 선박은 2000만 달러 규모다. 포스코가 처음 만든 선박이라는 점 때문에 소문으로만 돌던 포스코의 조선업 진출이 현실화되는 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7월 포스코플랜텍은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탄자니아 잔지바르주 정부의 여객 수송선 사업도 수주해 소문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몇 차례 조선업체 인수를 시도했다. 2008년에는 GS그룹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하다 막판에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포스코는 대우조선 해양의 유력한 인수자로 지목돼 왔다.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량화물 화주이기도 한 포스코는 해운사 인수에도 몇 차례 관심을 보였다. 2009년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하다 해운법에 막혀 포기한 전례도 있다.

STX그룹 해체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STX팬오션 역시 포스코가 주요 인수 후보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 화주의 해운사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포스코가 해운업과 조선업에 동시 진출한다면 철강 제품 생산에서 선박 건조, 화물 운송까지 수직계열화 하는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포스코 측에서는 조선업 진출 소문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아직은 역량도 없고 할 상황도 아니다”라는 것이 포스코플랜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플랜트 사업 중에서 일부 해양플랜트 모듈사업에 역량이 있다는 것이지 해양작업지원선 건조만 놓고 조선업 진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양작업지원선은 해양에 건설된 유전이나 가스전 등의 플랫폼과 육지 사이를 오가며 물자 등을 운반하는 특수선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작업지원선도 선박이긴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은 조선소도 갖추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플랜텍은 해양작업지원선과 탄자니아에 납품할 여객수송선 건조를 위해 조선소 시설을 빌려 사용했다고 밝혔다. 조선 업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해양작업지원선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맞지만 겨우 한 척 수주 받은 실적 가지고 조선사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업종에서 다양한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지 무리해서 조선업으로 확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이 포스코에 납품한 특수강 압연공장의 압연기.
“조선업으로 확장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포스코는 2010년 해양플랜트 모듈 및 화공·담수·발전 플랜트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자회사인 포스코플랜텍과 지난해 7월 합병시켰다. 그러나 플랜트 시황 악화로 수주가 급감해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성진지오텍이 2011~2012년 수주한 물량이 대부분 손실로 이어진 여파도 컸다. 잠정 집계된 지난해 연결회계기준 매출은 6034억원으로 전년보다 14.8% 줄었고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악화된 재무상태도 회사의 큰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약 451%에 달했다. 차입금 만기에 쫓겨 지난해 9월에는 회사채를 1000억원가량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포스코플랜텍은 1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 발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포기한 적도 있다.

8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회사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분위기다. 포스코플랜텍은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원가 절감을 추진하며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며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871억원으로 일부는 부채를 해결하고 절반은 경남 통영 안정지구에 해양플랜트 공장 부지를 구축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부채비율은 290% 수준으로 줄어든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플랜트 시장에서 수주 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포스코플랜텍은 위기 탈출의 원동력을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찾으려 한다. 통영에 공장 부지를 조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2월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황명학 포스코플랜텍 재무담당상무는 “해양 플랜트 부문을 공략해 올해 흑자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설비를 비롯해 산업 플랜트와 화공 부문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해양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3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잭업리그(jackp-up rigs)등의 해양시추선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교체수요가 예견되는 만큼 이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올해 발주가 예정된 러시아·캐나다 등 대형 LNG플랜트모듈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이미 포스코플랜텍은 호주 북서부 고르곤 LNG가스전에 액화·정제·생산모듈 등 13기 모듈을 공급한 바 있다.

해양사업 부문 매출 비중 30% 목표

지난 2년 간 바닥을 친 플랜트 시장이 올해 숨통을 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포스코플랜텍이 흑자로 돌아설지 관심거리다. 우리투자증권 하석원 연구원은 “계획대로 수주를 할 수 있다면 턴어라운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원가구조인데,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는 한 두 분기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의 모듈화에 경쟁력이 있는 회사인 만큼 이 분야의 틈새시장을 어떻게 확장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3월 12일 진행된 유상증자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은 46만1471주에 3억6693만주의 신청이 접수됐다. 79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며 총 1조3907억원의 돈이 몰렸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장점에다, 현재 주가보다 공모 가격이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1229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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