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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일방적 서비스 축소로 소비자 울리는 SK·CJ·KT 

포인트 멋대로 줄이고 혜택 기준도 바꿔 

소비자는 민원 제기로 ‘맞불’ … 멤버십 회원 대상 서비스는 여신업법 적용 받지 않는 맹점

▎멤버십 혜택을 활용해 결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멤버십을 제공하는 기업은 혜택을 입맛대로 바꿔 소비자들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서 포인트를 사용하는 소비자(사진 배경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600만명(SK플래닛 OK캐쉬백), 2750만명(SK텔레콤), 1650만명(KT), 1550만명(CJ)…. 5000만 대한민국 인구 중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는 업종에서 최근 서비스 축소 문제로 연이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수천 만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SK플래닛은 지난해 6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고를 받은 사연은 이렇다. SK플래닛은 고객이 OK캐쉬백 제휴사에 방문해 제휴사 제품을 이용하면 스‘ 탬프’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 스탬프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추가로 5000 OK캐쉬백 포인트를 제공하는 게 ‘OK캐쉬백 체크인 이벤트’의 주요 내용이다.

그렇지만 SK플래닛은 선착순 1000명에게만 5000 포인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아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 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 서한은 “SK플래닛이 ‘선착순 1000명’이라는 제한 조건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소비자가 이벤트의 특정 조건이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으로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한 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고를 받았지만 SK플래닛은 여전히 공정위의 판단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차봉준 SK플래닛 매니저는 “고객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측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SK플래닛은 올 초에도 자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가 저렴하지도 않은 제품을 ‘모바일 특가’라고 적시해 판매하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내산 닭가슴살을 일반 쇼핑몰과 같은 가격인 1만4900원에 판매하면서 ‘모바일 특가’라고 소개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저렴하게 파는 것처럼 광고하고서 실제 같은 가격을 유지한 것은 거짓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해 전자상거래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의 VIP 담당자가 지난 2월 공정위에 소환됐다. ‘VIP 멤버십’ 혜택을 CJ CGV가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된 때문이다. CJ CGV는 ‘불공정거래행위상 부당한 고객유인’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1.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SK플래닛. 2~3. CJ CGV VIP 혜택 변경 전 광고(왼쪽)와 혜택 변경 후 광고. 4. 올레샵에서 별 사용비율 축소를 공지한 KT. 5. T월드에서 혜택 축소를 공지한 SK텔레콤.
SK플래닛, 공정위로부터 잇단 제재

구체적 정황은 이렇다. CJ CGV는 VIP로 선정된 우수 고객에게 무료 영화관람, 팝콘 제공 등 혜택을 제공한다. 전년에 고객이 관람한 영화 횟수 등을 고려해 다음해 매년 VIP 고객을 선정한다. 올해는 1월 14일 VIP를 선정하고, 3월 6일 혜택을 담은 쿠폰북을 제공했다.

논란은 CJ CGV가 올해 VIP를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 시행한 ‘CGV VIP 도전’ 이벤트다. CGV VIP 도전 이벤트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영화를 7편 관람하거나 매점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하면, 올해 VIP 선정에 필요한 추가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소비자들은 “VIP 도전 이벤트로 비정상적인 과소비를 유도해놓고, VIP 선정 기준을 지난해 1만 포인트에서 올해 1만2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며 이는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CJ CGV는 “VIP 선정 기준은 임의로 바꿀 수 있고, 이벤트 기간에 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에 부당한 고객유인은 아니다”라고 맞선다. 두 번째 이슈는 VIP 멤버십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표시광고법상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부당표시·광고’는 불공정행위다.

CJ CGV의 광고 중 특히 ‘포인트 반값 할인’이라는 혜택이 도마에 올랐다. 포인트 반값 할인이란, VIP 회원이 CJ ONE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티켓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포인트만 사용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VIP 회원은 4000 CJ ONE 포인트만 내면 8000원짜리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CJ ONE 포인트는 CJ 계열사에서 1원처럼 사용할 수 있어, ‘반값’이란 표현이 붙었다.

문제는 CJ CGV가 포인트 반값 할인 혜택을 설명하는 광고에서 표현 방식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69일 동안 CJ CGV는 포인트 반값할인을 ‘2D 영화 4000포인트 관람, 3D 영화 6000포인트 관람 (수량제한 있음)’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1월 9일 이후에는 ‘2D, 3D 영화를 영화관람가의 반값 포인트로 관람 가능(VVIP 연간 20매/ RVIP 연간 10매/ VIP 연간 5매)’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부당표시·광고라고 주장한다. 해당 내용 변경을 인지했더라면 연말에 과도한 영화 관람이나 매점 이용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CJ CGV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영화 가격이 (2D 8000원, 3D 1만3000원으로) 균일했는데, 올해 2월 24일 가격 다양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시간대별로 영화 값이 (6000원~1만2000원으로) 다양해졌다. 이를 모두 표현할 수 없었다. 기존 광고 표현은 단순히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예시를 든 것뿐이다. ‘50% 할인’이라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CJ CGV, VIP 멤버쉽 혜택 변경해 논란

소비자들은 반값 포인트 관람이 가능한 횟수를 대폭 축소한 부분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CJ CGV는 지난해까지 VIP 회원이 포인트 반값 할인을 이용할 수 있는 횟수를 연간 120회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5회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RVIP는 10회, VVIP는 20회까지만 포인트 반값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CJ CGV는 “일반 고객이라면 연간 120회나 포인트 반값 할인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라 티켓을 재판매 하는 부정 티켓판매업자로 파악하고 있다.

부정 티켓판매업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혜택 변경 정당화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정상적인 고객이 포인트로 관람하는 횟수를 고려하면 연간 관람 가능 횟수는 5~20회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을 할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조건 변경으로 발생하는 불이익의 정도 ▶변경의 의도와 목적 ▶예측가능성 ▶업계 관행 ▶상품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변경이 합리적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도 비슷한 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월 2일 SK텔레콤은 우수고객인 VIP 회원과 GOLD 회원을 대상으로 포인트 축소를 공지했다. SK텔레콤은 우수고객이 휴대폰 애프터서비스(AS)를 신청할 경우, 현금처럼 할인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VIP 회원에게는 10만 포인트, GOLD회원에게는 5만 포인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VIP 회원에게는 5만 포인트만 제공하고, GOLD 회원에게는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고객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포인트 혜택 축소에 대해서 기존에 문자메시지나 청구서 등을 통해 공지하지 않았고 유예기간도 고작 한 달 밖에 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KT도 비슷하다. KT는 회원에게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인 ‘올레클럽’에서 사용되는 포인트인 ‘별’의 사용비율을 3월 11일부터 변경했다. 올레클럽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 ‘올레샵’에서 휴대폰이나 패드 등 제품을 구입할 때 별은 현금처럼 사용된다. 기존 결제 때 별은 제품가의 100%까지 사용할 수 있었지만, 3월 11일부터는 구매금액의 15% 내에서만 별 결제가 가능하다. 휴대폰 액세서리를 구매할 때도 별 사용비율을 30%에서 15%로 축소했다.

소비자들은 “액세서리 별 결제비율 100% 프로모션을 진행한 지 몇 달 만에 별 결제비율을 30%로 줄이더니, 또 몇 개월 만에 15%로 줄었다”며 “고객을 유치할 때는 별 제공을 남발하더니, 결국 쓸 곳도 없는 포인트로 전락했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KT는 공통적으로 “해당 혜택을 축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반대급부로 다른 부가서비스를 확대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바꾸더라도 이를 일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경우 부가혜택 축소가 불가능한 기준이 1년으로 정해져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가혜택 의무 유지 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달리 멤버십 등 회원카드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재원 금융감독원 상호여전 감독국 조사역은 “신용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용을 받기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이 바뀌면 부가혜택 유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통신사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여신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232호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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