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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동서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역주행 

3세 회사 성제개발과 내부 거래 오히려 늘어 

공정위 규제 강화 전보다 10.4% P 증가 … 성제개발 지렛대로 승계작업 벌인다는 시각도

▎동서그룹은 공정위가 내부 거래 규제를 강화한 후 오히려 3세 회사와 내부 거래를 늘렸다.



동서그룹의 계열사 성제개발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다. 올 2월 14일부터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20%) 이상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 부과 대상에 오른다. 지난해 정부가 일감 몰아 주기 축소 방침을 세우고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동서그룹은 이런 와중에 오히려 내부자 거래를 늘렸다. 성제개발이 2012년 내부 거래 비중 축소로 실적이 급감하자 1년 만에 다시 일감을 몰아줘 매출과 순익을 높였다. 성제개발은 지분 57%를 동서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기업이다.


4월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지난해 매출 144억원 중 78억원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54.1%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2012년 내부 거래 비중인 43.6%보다 10.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3억8991만원과 9억7463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도 매출과 영업이익 138억2580만원과 8억6083만원과 비교하면 각각 4%와 14% 늘었다.

지분 물려준 2009년 이후 내부 거래 늘어

1986년 설립된 유동개발이 성제개발의 전신이다.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성제개발의 주주는 동서와 동서그룹 일가로 구성됐다. 동서가 43%로 최대주주다.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의 장남 김종희(39) 전 동서 상무가 33%,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석수(61) 동서식품 회장의 두 아들 동욱(26)씨와 현준(23)씨가 각각 13%, 11%를 보유 중이다.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은 57%에 달하는 지분을 2009년 무렵 아들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성제개발의 내부 거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성제개발의 내부자 거래 비중은 대부분 10%에 못 미쳤다. 1999년 1%, 2000년 4%, 2001년 33%, 2002년 9%, 2003년 17% 그리고 2004년엔 8%를 기록했다. 2000년대 후반의 내부 거래 비율은 20~30%대다. 하지만 3세 지분이 크게 늘어난 2009년 이후 성제개발과 동서 계열사와의 거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물류센터 건립을 비롯해 동서·동서식품·동서물산 등 동서그룹 내 9개 계열사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2010년과 2011년, 계열사 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섰고 이 시기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22%, 39%가 늘었다. 내부자 거래 비중은 2009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91%, 2011년엔 94%에 달했다.

2012년 성제개발의 매출과 순이익은 급감했다. 물류센터 공사 등이 끝나 내부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동서는 2011년 81억원의 일감을 성제개발에 줬다. 하지만 2012년에는 5억5000만원으로 일감을 줄였다. 동서물산이 주는 일감도 35억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성제개발의 내부 거래 비중은 다시 커졌다.

동서물산과의 거래는 2012년 2억6000만원에서 2013년 6억8000만원으로 늘었고, 동서식품과의 내부 거래는 43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동서그룹 관계자는 “물류센터 건설 과정에서 거래 비율이 높아진 것이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거래량을 늘린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성제개발이 올린 수익은 상당 부분 배당형식으로 3세들에게 돌아갔다. 성제개발은 2010년 10억원, 2011년 15억원, 2012년 8억원, 2013년엔 7억50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6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기업 내부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을 고스란히 오너 집안의 3세 경영자에게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서그룹의 지주회사 동서는 9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다. 총수 일가는 동서의 지분 67%를 소유해 그룹을 지배 중이다.

동서그룹의 승계작업은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다. 김상헌 회장의 장남 김종회 전 상무의 동서 지분은 현재 9.3%다. 김석수 회장의 장남 동욱씨와 차남 현준씨의 지분은 아직 1.6%와 1.4%에 불과하다. 현재 두 회장이 보유한 동서그룹 지분 가치는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동서그룹이 3세들이 대주주인 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모아 승계작업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박근혜정부는 내부 거래를 통한 편법 승계가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지적하며 규제에 나섰다. 총수 일가가 발행주식 30% 이상을 소유한 상장사와 20% 이상을 소유한 비상장사 목록을 만들고 일감 몰아주기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3세들에게 배당금도 몰아줘

국세청 조사가 있었고, 금융감독원은 편법상속 기업 단속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중 내부 거래 비율이 높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안은 올해 2월 14일부터 시행됐다. 이를 어길 경우 매출 5% 이내의 과징금과 형사처벌이 따른다.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해 기업 대부분은 지난해 내부 거래를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33개 그룹 중 63.6%인 21곳에서 상장사와 계열회사 간의 내부 거래가 줄었다. 하지만 동서그룹은 내부 거래를 줄이는 흐름에 역행했다. 성제개발의 일자리 몰아주기에 대해 동서그룹 관계자는 “동서식품의 매출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작은 계열사라 내부 거래 비율을 꼼꼼히 살피지 못했을 뿐 일감 몰아주기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1235호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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