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세월호 참사에 묻힌 경제 이슈 

롯데홈쇼핑의 ‘갑질’ 비리 끊이지 않는 현대중공업 안전사고 

재계·금융계 사건·사고 줄이어 … 비난 받아 마땅할 일도 은근슬쩍



큰 뉴스는 작은 뉴스를 집어삼키게 마련이다. 언론과 여론의 속성이 그렇다. 온 나라를 애통함과 울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는 마땅히 신문의 모든 지면을, 방송의 24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란 비극이었고 국민적 관심사였다. 웬만한 이슈는 덮였다. 세월호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국정원과 검찰’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세월호 사건 와중에도 크고 작은 뉴스는 이어졌다. 평소라면, 크게 주목을 받았을 경제 이슈와 사건·사고를 정리했다.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헌 전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가 4월 1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로 번지나 - 35년 롯데맨 신헌 대표, 비리 혐의로 낙마

35년 롯데맨 신헌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가 4월 17일 사의를 밝혔다. 롯데그룹 첫 공채 출신으로 1998년 이후 줄곧 주요 계열사 임원을 지낸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마케팅통’인 그는 롯데그룹의 유통사업 총괄책임자 자리를 눈 앞에 두고 그룹을 떠나게 됐다. 그가 대표로 있던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가 터지면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4월 14일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롯데홈쇼핑 임원과 전직 상품기획자(MD)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혐의를 둔 기간은 신헌 대표가 롯데홈쇼핑 대표로 있던 2008~2012년이다. 같은 날 검찰은 신헌 대표를 소환 조사했고, 1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신 대표가 납품업체로부터 3억원대 금품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 법원은 18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같은 날 신헌 대표는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신헌 대표 ‘꼬리 자르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검찰이 신 전 대표가 납품 비리에 개입했는지를 넘어 횡령·배임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롯데그룹 윗선으로 흘러갔는지 캐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선 2012년 대대적으로 홈쇼핑 업계 비리를 수사했던 검찰이 롯데홈쇼핑의 비리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관심사는,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을 겨냥해 수사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여부다. 경우에 따라, 롯데 오너 일가가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관련 업계도 전전긍긍한다. 지상파 TV 사이 황금 채널(5·8·10·12번 등)을 독차지한 홈쇼핑 업계에서 상품 출연 대가로 뇌물과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검찰이 다른 홈쇼핑 회사로 수사를 확대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금감원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종준 하나은행장.
관치금융 횡포냐, 뻔뻔한 버티기냐? - 김종준 하나은행장 중징계 파문

요즘 금융계는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의 기싸움에 이목이 쏠려 있다. 사건의 발단은, 금감원이 4월 17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중

징계인 ‘문책 경고’를 내리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이던 김종준 행장은 당시 하나은행 모 부행장으로부터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검토요청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행장은 담보가치가 없는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불확실한 그림 등을 담보로 비정상적인 신용 공여 성격의 지분 투자로 145억원을 지원해 하나캐피탈에 59억5200만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금감원 측은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등 내규상 투자적격 업체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안건 첨부 서류를 조작했으며 경영 공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 행장은 징계 직후 “임기를 채우겠다”고 맞섰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이기는 하지만, ‘직무 정지’나 ‘해임 권고’는 아니기 때문에 김 행장이 임기를 채우는 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금감당국은 발끈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징계 결정 닷새 만에 징계 내용을 공개했다. 통상 금감원장 결재와 검사서 통보, 제재 내용 공시의 절차를 밟으면서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을 앞당긴 것이다. 금융가에서 ‘사퇴 압박’ 얘기가 나온 이유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가세했다. 김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감원이 한 사안(하나캐피탈)에 대해 세차례나 검사할 정도로 한가한 조직이냐”며 “행장에게까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금감원으로부터 같은 건으로 경징계를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NH농협생명 본사.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2012년 말과 올 1월 두 차례 검사를 실시했고, 1월 추가검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재검사를 요구해 실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 있는 사이,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볼썽사나운 관치금융 논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꼬리를 문 고객 정보 유출 사건 - 농협생명, 3개월 간 은폐하다가 금융당국에 적발

연이은 금융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농협생명이 가세했다. 금융감독원은 NH농협생명의 고객정보 35만건이 외주업체 직원에 유출됐다고 4월 16일 밝혔다. 금감원은 농협생명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점검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농협생명은 고객 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것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생명은 1월 중순 자체 점검을 통해 외주업체 직원의 개인 노트북에 약 35만건의 고객 정보가 저장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외부업체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 정보를 테스트용이 아닌 실제 자료로 제공했다. 전자금융거래법 및 금감원 전자금융 감독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용역 직원 등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할 경우 반드시 데이터를 변환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외부 유출 여부다. 농협생명은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금감원은 농협생명이 자체 점검을 하기 이전에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4월 17일부터 농협생명에 대해 개인정보 관리 부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생명뿐 아니라 일반 쇼핑몰 등에서도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랐다.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4월 17일 고객정보 55만건이 유출된 것과 관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출된 내용은 2010년 10월 8일 이전 스킨푸드 홈페이지에 가입한 온라인 회원의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아이디(ID)·비밀번호 등 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8일에는 여성 의류 인터넷 쇼핑몰인 ‘난닝구’가 회원들에게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통보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4월 15일 불구속 기소됐다(오른쪽).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4월 15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왼쪽).
‘샐러리맨 신화’ 지다 - 강덕수 전 STX 회장 구속, 이석채 회장도 재판

최근 8500명에 달하는 직원이 명예 퇴직을 신청한 KT의 이석채 전 회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4월 15일 이석채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 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2011~2012년 재무 상태가 열악하고 사업 전망이 어두운 OIC랭귀지비쥬얼·사이버MBA 등 3곳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 KT에 103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09년 초부터 지난해 9월까지 KT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지급한 27억5000만원 중 11억7000만원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의 ‘셀러리맨 신화’도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중앙지법은 4월 15일 강덕수 회장에 대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회장은 STX건설의 기업 어음 300억원 상당을 STX중공업이 사들이도록 지시하고, STX건설과 STX대련(중국 현지법인)에 각각 700억원과 1400억원의 지급 보증을 서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강 전 회장과 함께 전직 STX그룹 임원 3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빼돌린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에 썼는지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2009~2013년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을 지낸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덕수 회장이 정·관계 인사 100여 명에 보낸 선물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청개천로에 있는 동양그룹 본사.
작전 세력까지 끌어들여 주가 조작 - 동양시멘트 막장 드라마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곧 소환

사실상 해체된 동양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시멘트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작전 세력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동양시멘트 주식 시세를 조정한 혐의로 개인 투자자 강모씨(44)와 투자자문업체 E사 임원 공모씨(35), 이 회사 고문 이모씨(41)를 구속 기속 했다고 4월 22일 밝혔다.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은 기가 막힐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작전 세력은 동양그룹 임원들과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8만2287회에 걸쳐 시세 조정을 위한 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940원이던 동양시멘트 주가를 4710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동양그룹 지주사인 (주)동양은 122억52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은 직원도 아닌 강모씨에게 이사 직함을 주고 주가 조작을 주도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 주식을 기관투자가에게 비싼 값에 일괄 매각(블록세일) 하기 위해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1조3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와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셀트리온 서정주 회장도 곧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가 4월 중순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은 김 부사장을 상대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는지, 주식 매입에 관한 지시가 어느 선에 이뤄졌는지를 강도 높게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서정진 회장과 김형기 부사장, 모 자산운용사 대표 등이 2011~2013년 여러 차례에 걸쳐 법인 자금으로 주가를 부양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4월 21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내 선박 건조 현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 - 한 달 반 사이 5건 사고에 6명 사망

현대중공업에서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4월 21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LNG 운반선 건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화재는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5도크 8만4000t급 운반선 내부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모 협력업체 이모씨(37)는 사고 현장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울산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화재 당시 실종된 김모씨(39)는 화재 진압 뒤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화재 선박에는 약 130여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이 사건과 관련,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해당 선박을 포함해 건조 중인 현대중공업 LNG 선박 5척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에서만 5건의 안전 사고가 일어나 모두 6명이 사망했다. 모두 하청업체 근로자들이다. 3월 6일에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철판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그로부터 2주 후에는 같은 사업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추락 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닷새 후에는 하청 노동자 3명이 작업 중 바다로 추락해 그중 한 명이 숨졌다. 4월 7일에는 현대미포조선에서 도장 테이프 제거 작업을 하던 6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8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4월 16일 서울중앙지검 문홍성 부장검사(특별수사3부)가 한국공항공사 납품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기업 ‘갑질’과 ‘비리’ - 한국공항공사 횡포에 납품업체 사장 자살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오다 덜미가 잡혔다. 한 납품 업체 사장은 한국공사공항 공사의 부당한 요구와 횡포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서울중앙지검은 납품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 및 배임 수재)로 한국공항공사 R&D사업센터 최 모 과장을 구속기소하고, 최씨와 금품을 나눠 가진 공사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월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항공기 안전시설 구매를 담당하면서 납품업체에서 1억2000만원의 현금을 받고, 17 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2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 받았다. 자신의 박사학위 담당 교수에게 4000만원 상당의 연구 용역을 의뢰하도록 납품업체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납품업체 사장이 최씨 등 공사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다 지난해 10월 자살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입찰 비리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LNG 수입과 해외 계약 업무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가 특정 업체에 입찰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청은 4월 11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압수수색 했다. 해경청은 향후 공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입찰 정보 유출 대가로 공사 임직원이 금품을 수수했는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1235호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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