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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지금 - 참신한 기술? 참신한 시장 발굴에 방점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LG전자는 조명에 집중 … 이통사는 통신 인프라 활용



사물인터넷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국내 대기업들은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상품화 가능성이 큰 시장이나 제품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확인된 기술을 활용해 바로 상품화 될 만한 것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을 사물인터넷 구현의 플랫폼으로 삼았다. 스마트홈은 가전기기 전반을 스마트폰 등을 통해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거의 모든 가전기기에 동일한 통신모듈을 만들어 넣고 소프트웨어로 이를 통합하는 계획이다. 단일 모듈을 삼성의 가전기기에 적용해 소비자가 스마트홈을 활용하기 위해 삼성전자 가전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에서 이 같은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생태계 만든 후 빅데이터 비즈니스

현재까지 선보인 스마트홈의 기술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기존 가전기기를 스마트폰으로 껐다 켜는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오븐·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 제품과 조명·가스·전기·수도 등 주거환경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스마트홈이 삼성판 사물인터넷의 1차 전략이라면 빅데이터는 2차 전략이다. 스마트홈 솔루션을 통해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고 여기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가공해 2차 비즈니스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가공·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이 필요한데, 이미 그에 대한 준비는 마쳤다.

삼성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 인터넷 클라우드 센터를 구축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SDS가 만든 버지니아 데이터센터는 사물인터넷 관련 삼성의 신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센터는 사물인터넷을 본격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SDS는 2012년 경기도 수원에도 클라우드센터를 만든 바 있다. 버지니아 데이터 센터는 수원과 더불어 삼성의 클라우드 기술 개발 거점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의 사물인터넷 사업을 담당할 부서는 삼성전자의 미디어 솔루션센터(MSC)이며 총책임자는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이다. 홍 사장은 “삼성 스마트홈은 고객들에게 스마트한 삶,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계별로 보안·에너지 등 성장성이 큰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스마트홈만 해도 가전·건설·모바일 부문의 통일성을 이뤄야 한다. 빅데이터는 그룹 전반의 사업 방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부문 담당자는 “사물인터넷은 소프트웨어 쪽의 문제가 커서 실제 구현하고 상용화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각 사업 부문이 연결돼 진행하는 사업이라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조명에 집중했다. 조명 자재는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가 없고, 기초 자재로 개발 즉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저기술로 사물인터넷 상품 시장을 선점하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해 세계 최대 규모 조명 전시회에 참여해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4년 독일 조명건축박람회(Light + Building 2014)’에 참가한 LG전자는 차별화된 조명기술을 공개했다.

출품 기술의 주제는 ‘진정한 스마트 조명’. 에너지 절감 기술, 조명과 가전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기술, 안락하고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이 개발 콘셉트다. LG전자는 이 자리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조명을 제어하는 스마트 조명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선보인 가전제품과 대화하는 ‘홈챗’ 기술을 조명에 적용한 것이다. 건물 조명의 점등·소등을 메신저를 통해서 조종할 수 있고, 외부에서도 현재 조명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기존 형광등 대비 50%의 에너지로 동일한 밝기를 내는 ‘슬림평판조명’도 공개했다. LED TV에 사용한 LED기술을 탑재해 두께를 기존 제품의 30% 수준인 19mm로 대폭 줄여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조명이다. 색 변환 평판 조명으로 조명의 색상도 변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취향에 맞게 조명의 색상과 밝기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 있는 ‘스마트 전구’도 내놨다. 가정용 10W짜리 전구에 통신모듈을 삽입해 빛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을 가볍게 흔들면 밝기를 은은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알람 대신 서서히 조명을 밝혀 아침에 켜지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당장의 활용성·시장성이 있는 상품에 집중해 사물인터넷 부품 시장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통신사들은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와 통신기술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는 데서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를 물색 중이다. 새로운 사물인터넷 기술보다는 새로운 사물인터넷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에너지·농업 영역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대형 건물·공장 등 냉난방 설비와 전기·조명 설치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만드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농업인을 위한 스마트 팜 솔루션 서비스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으로 재배시설 개폐·제어, 개폐 과정 모니터링, CCTV카메라 모니터링을 해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현재 농업 분야에 한정된 솔루션을 응용해 수산·축산 분야로 솔루션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

KT는 자동차 텔레메틱스에 관심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물류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LG히다치와 사물인터넷 기반의 ‘종합 자산 관제 서비스(Total Asset Visibility Service, TAVs)’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5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TAVs는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 계산과 추적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조승원 SK텔레콤 본부장은 “자산 분야는 자동차·농업과 더불어 SK텔레콤 사물인터넷 사업의 3대 전략 분야 중 하나”라며 “자산의 네트워크 연결뿐 아니라 앞으로 데이터 기반의 수급 예측 등 물류산업 경쟁력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자동차 텔레메틱스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에 인터넷을 연결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KT 경제경영 연구소는 국내 스마트 이동체 서비스 시장 전체 규모를 2012년 595억원에서 2015년 약 26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KT는 LTE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상용차 메이커의 차세대 기종에 올레TV와 지니 등의 콘텐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차량을 인터넷으로 연결한 각종 솔루션도 만들고 있다. 브랜드 택시 솔루션을 통한 택시콜 사업, 버스정보시스템 사업, 고가 바이크의 관제솔루션, 기업·개인시장의 화물차 관제솔루션 등을 집중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1235호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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