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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중고차 시장은 - 美·日 중고차 업체 중국 공략 시동 

신차보다 판매 증가 속도 빨라 … 미국은 가격 하락, 일본은 물량 부족 고민 


▎일본의 중고차 딜러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 하락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5월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 모임을 달군 화두다. 미국 중고차 가격은 2007년부터 2013년 사이에 18%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중고차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유통량이 감소해 가격이 꾸준해 올랐다. 올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2~3년 전 증가했던 리스 차량 반납이 시작되며 중고차 딜러들이 공급받는 자동차 물량이 늘었다. 여기에 경제가 회복기조로 돌아서자 신차를 비롯한 거래량이 증가했다. 중고차 구매 교과서로 불리는 <블루북>을 발행하는 세계 최대 중고차 경매전문기업 ‘만하임’은 소비자들이 임대차를 반납하면서 210만대의 차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에는 250만대, 2016년에는 300만대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시장 변화를 읽은 딜러들이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모인 배경이다. NADA가 발행하는 중고차 가이드(Used Car Guide)의 자동차 애널리스트인 조나단 뱅크스는 “올해 미국 중고차 가격은 약 1% 정도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미국에는 중고차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美 중고차 시장에 리스 차량 쏟아져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량은 1400만대, 중고차 판매는 신차의 3배 수준인 4200만대에 달한다. 중고차 거래액만 무려 6167억 달러에 이르다. 거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중고 자동차 딜러들은 가격 변동에 대비해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정교한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익을 갉아먹는 판매 인센티브 과다 제공을 피하기 위한 정찰제 판매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미 불황을 겪었기에 가격 변동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03개의 딜러숍을 운영 중인 카맥스는 각 지점의 물량을 정교하게 관리하며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가격 흥정 없이 100% 정찰제로 차량을 판매한다. 소비자 불만이 있었지만 신뢰 높은 자동차 인증 제도와 5일 내 무조건 환불제도, 다양한 할부금융 서비스를 통해 사세를 확장 중이다. 온라인 거래에도 적극적이다. NADA 딜러들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에 힘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차량 정보를 제공받은 다음 견적을 뽑고, 할부와 금융정보를 제공받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중고차 처리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영업 중인 딜러 3만곳 가운데 4500곳에서 온라인 24시간 영업 중이다. 물량이 과잉 공급되면 해외 수출을 통해 가격을 조종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만하임의 모 회사 콕스엔터프라이즈의 샌디 슈왈츠 회장은 “물량 급증으로 시장에 혼란이 생길 경우 중고차를 중국이나 중남미·중앙아시아에 수출해 가격 급락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중고차 수출국인 일본은 미국과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이곳 중고차 딜러들은 요즘 ‘다마부족(玉不足)’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거래할 자동차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오랜 경기 침체에 따른 구매 수요의 감소, 길어진 자동차 사용 기간 등으로 중고차 거래량이 줄었다.

2010년 690만대에 달했던 일본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해 650만대로 줄었다. 여기에 일본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매년 늘어나자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의 중고차 수출 물량은 2009년 67만대에서 지난해 116만대로 증가했다.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와 중동 국가다. 최근 중국과 몽골도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다.

일본 중고차 공공경매 시장의 가장 큰 손은 금융 기업 오릭스다. 이들은 리스, 렌터카 사업, 카 셰어링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 4개 경매장과 온라인 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오릭스는 리스 후 반납된 차량을 자사 경매장으로만 돌리기 시작했다. 오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일본 최대 매입 전문기업 걸리버다. 일본에선 중고차 매입 전문점의 대명사 같은 회사다.

일본에서 421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걸리버는 지난해 점포당 475대의 차량을 매입했다. 개인 영업 노하우가 앞선 기업이라 정교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고차를 확보하고 나섰다. 걸리버는 물량 확보를 위해 도쿄·오사카·나고야·규수에 1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자동차 보관소를 건설했다. 재고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영업점도 3곳 준비하고 있다. 시장 유통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처음 자동차 매입 전문점을 시작한 애플도 물량 확보에 열심이다. 애플의 강점은 6200곳에 달하는 자영업자 네트워크다. 일본 전역의 개인 사업자들이 필요한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며 성장했다. 예컨대 소형 트럭이 필요한 야채 판매상이 있다. 주행거리 3만km의 2011년산 도요타 픽업을 주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그대로의 차량을 도매 가격에 공급한다. 차량 성능 검사, 사고 유무, 전 소유주에 대한 정보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각지의 중고차 가격과 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차량을 유통한다. 애플은 최근 물량 전쟁에서 앞서기 위해 가맹점 간 네트워크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가맹점주를 위한 ‘애플 아카데미’를 수시로 열어 정보 교환과 친목 도모를 돕고 있다.

신현도 피치오토앤컨설팅 대표는 “일본 내 중고차 시장이 줄었지만 수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은 한국 중고차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도 합리적인 경매제도 도입, 자동차 인증 제도 확산 등을 통해 중고차 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日 중고차 업체 수출로 불황 극복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미국과 일본 중고차 딜러들이 주목하는 시장이 있다. 세계에서 중고차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이다. 중국 중고차 시장은 2004년 거래량 100만대를 넘어서며 주목 받았다. 거래량이 급증하자 중국 정부는 2004년 6월 중고차 유통과 교역, 시장 발전, 그리고 유통 기업과 전문 인력육성 및 관리방법 등을 명시한 ‘자동차산업발전정책’을 공포해 시장 정비에 나섰다. 중국 내 중고차 거래량은 2000년 25만대에서, 2004년 100만대를 넘어섰고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200만대와 300만대를 돌파했다. 2012년 중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480만대로 2011년 거래량(433만대) 대비 10.9% 증가했다.

2012년 중고차 거래금액도 2636억 위안으로 2011년보다 25% 늘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고차 거래량의 연 평균 증가율은 27.8%로 같은 기간 신차 판매량 연 평균 증가율보다 약 7.5%포인트 높았다. 미국과 일본 중고차 전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한국에선 SK엔카가 올해 상하이에 지점을 설립하고 영업 중이다.

시장이 성장하자 중국 자동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늘었다. 상하이GM은 2002년 ‘청신 중고차’를 설립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금은 전국에서 영업점 370곳을 운영 중이다. 상하이GM은 매년 약 1만대의 중고차를 거래하고 있다. 광치혼다는 ‘시웨’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고객들이 소유한 중고차를 매입하거나 아예 신차로 바꿔주며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2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다. 2012년에는 광치도요타가 ‘신웨’라는 이름으로 중고차 시장에 합류했고, 지난해에는 상하이폭스바겐, 동펑웨다기아, 이치도요타 등이 시장 참여를 밝혔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선롱 부비서장은 “2014년 중국 중고차 시장 거래량은 1000만대를 넘어서고 2020년이면 35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41호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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