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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시화 자동차경매장 가보니 - 외국인 바이어 몰리는 중고차 ‘수출장터’ 

거래량 해마다 늘고 낙찰률 62% … 요르단·러시아·리비아·캄보디아·몽골 등서 인기 


▎5월 30일 현대글로비스 시화중고차경매장에서 한 외국인 바이어가 출품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500, 510, 520, 550, 600, 800, 1000…. 화면 속의 숫자가 빠르게 치솟았다. 순식간에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됐다. 눈이 번쩍 뜨인다. 출품번호 1019번, 시작가격 500만원으로 경매에 오른 2006년식 ‘뉴에쿠스 JS380 럭셔리’ 자동차다. 13만㎞를 주행한 중고차이지만 정비 결과 A/5(최고점은 A/9)라는 양호한 평가점을 받았다. ‘쿨매(상태 대비 책정가격이 좋은 매물)’임을 확신한 입찰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빨간 입찰참가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1000만원이 훌쩍 넘은 금액에 낙찰됐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적막했던 장내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5월 30일 오후 1시 20분, 경기도 시흥의 현대글로비스 시화자동차경매장은 좋은 중고 매물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온 도매상들로 북적거렸다. 제주도 같은 먼데서 찾아온 딜러들도 있다. 매주 금요일 경매가 열리는 이곳은 3만3000㎡ 부지에 1000여대의 차량을 보유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이날은 620여대가 출품돼 448석 규모의 경매회장에서 입찰 경쟁이 펼쳐졌다.

경기도 수원에서 월 평균 100~150대의 거래 규모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한규만(40) 미래자동차 사장은 이곳을 자주 찾는다. 그가 낙찰을 받아 가져오는 중고차는 경매 1회당 평균 3~5대. 한 사장은 “경매 시작가격보다 1000만원이나 비싸게 낙찰되는 매물도 종종 나올 만큼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오토옥션(Auto Auction)’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중고차 경매 사업에 진출했다. 2012년 누적 출품 5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는 전년보다 5% 증가한 7만2600여 대 출품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률은 사업 초기 연 50% 안팎이었다가 지난해 62%로 올랐다.


회원제로 올 5월 기준 1230여 회원사가 오토옥션을 이용 중이다. 국내에 자동차 매매업체가 4000여곳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딜러의 30% 이상이 오토옥션 중고차 경매에 참여하는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2년 7월 경남 양산에 중고차 경매장을 열어 수도권 2곳(시화·분당)을 포함한 3곳의 경매장을 갖췄다.

중고차 경매는 성장 잠재력 큰 사업

이 회사는 국내 시장에서 SK엔카·KT렌탈·동화홀딩스·AJ렌터카 등과 경쟁하며 중고차 경매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차량을 출품하면 판매대행부터 명의이전,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품자에게서 출품 수수료를 받는 한편 출품자와 낙찰자 양쪽으로부터 낙찰 수수료를 받는 사업구조다. 최근 낙찰률이 올라 수익성도 그만큼 좋아졌다.

강성곤 현대글로비스 과장은 “중고차 경매 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의 2.4%에 불과하지만 잠재적인 성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전문 기업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매장을 통한 중고차 거래 비중이 3%로 중고차 경매가 활성화된 일본(60%)·미국(25%)보다 미미하지만 거꾸로 보면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큰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중고차 경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은 현대·기아차다. 통상 중고차 시장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3년 이하 연식의 차가 경매에서도 잘 나간다. 지난 한 해 오토옥션 낙찰률 1위 차종은 2013년식 ‘뉴쏘렌토R’로 82%라는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정비 상태가 좋고 주행거리가 연 2만㎞ 내외인 2013년식 ‘K3’ 프레스티지는 1350만~1450만원에, 2011~2012년식 ‘아반떼MD’ 톱은 1250만~1350만원에 낙찰된다. 신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차종일수록 판매도 빨라 도매상들이 적극 입찰에 나선다. 최근 레저·아웃도어 인구의 증가로 RV(레저용 자동차)·SUV(스포츠용 다목적 자동차)가 중고차 경매에서 인기인 것도 특징이다.

딜러들은 어떤 이유로 중고차 경매에 뛰어들까. 우선 매입하기가 수월하다. 낙찰자로서는 다양한 매물 가운데 언제든 원하는 차종에 편리하게 입찰할 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이 관리하는 매물의 상태를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토옥션 회원으로 16년 간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한 노영만(40)씨는 “치열한 입찰경쟁에 간혹 마진(중간이윤)이 덜 남아도 차 상태에 만족하기에 자주 경매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오일이 새는 등 우리가 현장에서 못 보는 작은 부분도 업체에서 체크를 다 해준다”며 “경매장에 못 가는 날은 인터넷에 게시된 평가점만 믿고 차를 사도 될 정도로 평가가 공정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는 모든 출품차량에 A~F등급, 1~9점으로 세분화한 평가점을 매긴다. 이런 관리는 입찰자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갖고 경매에 참여하게 만든다. 도매상들로서는 상태가 안 좋은 매물을 잘못 가져왔다가 되레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경매장이 주는 신뢰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한 출품자로서도 중고차 경매는 입찰경쟁 속에 더 좋은 가격에 자신의 차량을 팔게 되거나, 매매업자들에게는 재고 순환이 수월해지는 이점이 있다.

최근 국내 중고차 경매장은 수출의 장으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수출업자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경매에 적극 참여하면서 낙찰된 차량들을 해외로 가져간다. 실제로 이날 시화경매장을 찾은 딜러들 가운데는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 요르단에서 온 자말(42)은 오전부터 동료들과 함께 출품된 차량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2004년부터 한국에서 산 중고차를 자국에 팔고 있다. 근래에는 중고차 경매장을 애용한다.

“수백여 대의 관리 잘 된 차량 중에 사갈 것을 고를 수 있어 한국의 중고차 경매장을 찾습니다. 규모 면에서 메리트가 분명하거든요. 한국의 중고차는 풀 옵션에다가 품질이 좋습니다(Good quality). 한국에선 10만㎞를 주행한 중고차도 노후했다고 여기지만 요르단에서는 15만~20만㎞짜리 한국산 중고차도 품질이 좋아서 오케이입니다. 전체적인 프레임이 중요하며 도색 불량 같은 약간의 하자는 문제없습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 쉐보레가 요르단에서 인기입니다.”

요르단 외에도 러시아·리비아·캄보디아·몽골 등으로 한국산 중고차가 많이 수출된다. 나라별로 문화나 환경이 다르다 보니 선호하는 차도 조금씩 다르다. 이원준 현대글로비스 시화경매장 센터장은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는 흰색 중고차가 거의 팔리지 않는 대신 검정색 차가 인기”라며 “화려한 빨간색 중고차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가 많은 중동 지역엔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1241호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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