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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롯데쇼핑의 이상한 롯데브랑제리 지분 거래 - 日 주주에게 비싸게 사서 롯데제과에 헐값에 넘겨 

일각에선 경영진 배임 의혹 … 롯데 “계약상 정당한 풋옵션 행사” 


▎롯데그룹은 2000년대 들어 빵을 생산해 롯데백화점 등 핵심 계열사에 공급하는 롯데브랑제리를 키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롯데그룹이 제빵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끝에 전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 업계 일각에선 “결국 일본 기업에만 좋은 일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빵을 제조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그룹사에 입점해 공급해 온 롯데브랑제리의 주식 12만주(2.7%)를 올 3월 25일 2억4000만원(주당 2000원)에, 그리고 3월 31일 30만주(6.76%)를 11억4000만원(주당 3800원)에 각각 일본 주주들로부터 사들였다.

이로써 롯데브랑제리 지분을 100% 확보한 롯데쇼핑은 5월 23일 롯데제과에 보유 주식 전량을 총 1억8200만원에 매각했다. 주당 41원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일본 기업에는 주식을 최대 93배나 더 비싸게 사준 격이 됐다. 이후 롯데제과는 5월 26일 롯데브랑제리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그간 롯데그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본잠식 빠질 만큼 빵 사업 부진

롯데브랑제리의 전신은 스위스브랑제리로 2000년 5월 설립된 베이커리 브랜드다. 스위스식품이 대주주였지만 같은 해 10월 롯데쇼핑이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이후 롯데쇼핑은 14년간 수백억원의 자본금으로 롯데브랑제리를 운영해 왔다.

롯데브랑제리는 2011년까지만 해도 매년 10~20%씩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매출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듯했지만 이후 매출 규모가 2012년 860억원, 지난해 840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의 전체 규모에 비해 큰 규모 사업은 아니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만큼 (롯데쇼핑이) 빵 사업에서 손실을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상대도 강했고 노하우도 부족했고 최근 들어 정부가 대기업의 빵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롯데그룹은 유통업계 절대 강자로서 빵 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롯데브랑제리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결과는 예상외의 실패로 다가왔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브랑제리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이 222억원, 결손금이 200억원으로 자본잠식 직전이었다. 이미 롯데브랑제리는 2011년 139억원, 2012년 159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계속해서 사정이 나빠지고 있었다. 결국 사업을 전면 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제과에서 (빵 사업을) 운영하는 게 고용·설비 등 여러 부분에서 사회적 손실을 덜 발생시킬 것이란 판단 하에 롯데제과로 지분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향후 제과 사업에서 얻은 영업·판매 노하우를 제빵 부문에 접목해 빈사상태에 빠진 빵 사업을 정상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으로부터 지나치게 비싼 값에 지분을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쇼핑은 롯데브랑제리 지분 90.54%를 갖고 있었고 이를 장부상 금액으로 환산하면 95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올 3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주주들로부터 총 13억800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장부가액은 올 1분기 기준 총 109억1000만원이 됐다.

이에 반해 롯데쇼핑이 롯데제과에 넘긴 지분 100%는 주당 41원, 총 1억82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은 107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셈이 됐다. 더욱이 최근 롯데쇼핑의 실적은 좋지 않다. 올 1분기 31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7.8%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나 급감했다.

롯데그룹 측은 2000년 롯데브랑제리 설립 당시 지분 참여 과정에서 계약상의 문제로 일본 주주들이 풋옵션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처음에 빵 사업을 시작할 때 시키시마베이킹 등 일본 기업 두 곳에 투자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계약조건에 풋옵션 행사가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롯데브랑제리가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결손금 발생)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일본 기업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도록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리 롯데제과의 지분 100% 인수 계획을 알리자 일본 주주들이 5월 말 풋옵션 행사를 결정하고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시키시마베이킹은 일본 내 2위의 베이커리 업체다. 주주로서 2001년부터 롯데브랑제리에 주요 제과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브랑제리는 2011년 4월까지 제과기술 도입 약정을 시키시마베이킹과 체결했고 계약기간도 2013년 말까지 한 번 연장하면서 이 회사의 기술력에 ‘무한 신뢰’를 보냈다. 기술수수료로 매출의 0.5~1%를 해마다 지급하는 등의 예우도 아끼지 않았다. 특급 대우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키시마베이킹 등의 풋옵션 행사로 지분 9.4%의 애초 가치보다 계약 금액이 많아져 가격 차이가 난 것일 뿐, 법률상 검토도 다 받고 진행한 부분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2000년 당시 투자 받을 기업들이 필요했던 만큼 계약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애당초 시키시마베이킹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국내 시장에서 야심차게 빵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에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빵 사업을 추진해 경영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내보이고 있지만 롯데그룹 측은 “전체 사업 대비 금액 규모가 얼마 안 되는데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있느냐”며 이를 극구 부인했다.

부실 계열사 잇따라 핵심 계열사로 넘겨

한편 롯데그룹은 지난 수 년 간 부진했거나 기대에 못 미친 계열사들을 차례로 핵심 계열사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으로 흡수된 롯데미도파, 롯데제과로 흡수된 롯데제약과 기린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햄·파스퇴르유업 등도 롯데푸드로 흡수된 바 있다. 이번 롯데브랑제리 흡수 합병도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9년 인수했던 기린식품으로도 재미를 못 본 채 롯데제과에 흡수시켰던 롯데그룹이 빵 사업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또 한 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풋옵션(Put Option) 장래 일정 기간 안에, 또는 일정 기일에 주식·채권 등의 일정 상품을 일정한 가격·수량으로 매각할 권리. 콜옵션(Call Option)의 반대 개념으로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할 땐 시장 가격과는 무관하게 매도할 수 있다.

1242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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