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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3가지 궁금증 - 늦어도 5년 안에 지주사 설립할 듯 

다음 수순은 건설 부문 교통정리 ... 유배당보험이 삼성생명의 골칫거리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4월 2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초청 조찬간담회. 왼쪽에서 넷째가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가 드디어 상장 계획을 내놨다. 삼성에버랜드는 6월 3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1분기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리조트·건설·패션 등 각 사업 부문에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상장을 추진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25.1%)이며,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삼성에버랜드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지분을 각각 8.4%씩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 급물살을 탄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앞으로 어떻게 개편될까?

1 삼성그룹 지주회사 출범은 언제?

지금까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는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했다. 하지만 앞으론 통합 지주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이코노미스트 1239호 ‘삼성그룹 지배 구조 재편 시나리오’ 기사 참조).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상장이 지주사 설립의 포석이란 해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 지분 매입만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주사를 설립하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인적분할 때 기존 주주들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주식을 분할 전 회사와 똑같은 비율로 보유한다. 따라서 사업회사 주식을 매각하고 이 돈으로 지주사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경우,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이는 삼성그룹이 지주사 설립 방법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삼성전자홀딩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택한다면 불과 수 년 이내에 지주사가 설립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계열사 지분 매입을 발표한 게 근거다.

삼성SDI는 6월 5일 자기주식 217만여주(3441억여원) 전체를 삼성전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제일모직도 자기주식 207만여주(1430억여원)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SDI·제일모직 합병법인(7월1일 합병예정)의 지분율을 종전 13.5%에서 19.6%로 끌어올린다.

이런 행보는 지주사 설립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상장한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를 각각 지주 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각각의 지주회사를 다시 합쳐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시점은 늦춰질 수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출범하려면 일부 법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삼성그룹 지주사 출범은 최소 5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2000년 대 초반에 걸쳐 지주사 설립 작업을 진행한 LG그룹과 SK그룹은 공통적으로 5년 이내에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며 “최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 역시 5년 이내에 지주사 설립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 건설 부문 교통정리 어떻게?

삼성에버랜드 상장 다음 작업으로는 건설 부문 교통정리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너 3세가 그룹을 승계하기 위해선 건설 계열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에버랜드·삼성엔지니어링으로 흩어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7.81%로 2대 주주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건설 부문이 통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이 아예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건설 부문은 오너 3세들의 기업 분할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따라서 최근 지배구조 변화라면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가져가기 유리하다. 이와 달리 이부진 사장이 건설 부문을 가져갈 경우,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과 삼성에버랜드의 조경·건설 부문이 합쳐져 다시 분할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전체 지분을 사들이기에는 현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건설 부문 교통정리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건설 부문을 누가 가져갈지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삼성에버랜드·삼성SDS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오너 일가가 건설 부문을 누가 승계할지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3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은 언제?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뒤섞인 순환 출자 구조다. 하지만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는 산업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삼성그룹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정밀화학·삼성SDS·제일기획 등 비금융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삼성생명이나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7.6%)·호텔신라(7.8%)·에스원(5.4%)·삼성중공업(3.5%)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간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이나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이 사들이긴 했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 적은 거의 없다.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가입자 때문이다. 유배당보험이란 보험사가 보험료 운용 수익이나 별도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가입자에게 배당을 약속한 보험 계약.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거둘 경우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당금은 얼마나 될까. 삼성생명은 고금리를 제공하는 유배당계약 탓에 연간 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공시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한 금융권 전문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때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의 유지·관리에 따른 적자액(5000억원)을 제외하고 매각차액의 32%를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때 이 금액은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조단위 금액을 유배당계약자에게 지급하면서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단기간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유배당계약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지분만 매각한다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연간 5000억원 안팎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관련 법령의 개정을 유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전문가의 예상이다.

증권가 또 다른 전문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리의 최종 단계에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후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될 것”이라며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으로 최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한 뒤, 마지막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그룹 지배구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241호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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