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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CGV ‘요금 다변화’의 그늘 - 특정 좌석·시간대 조정해 가격 인상 꼼수 

‘저렴한 데이트 코스’는 옛말 ... 광고 보는 시간 늘고, 팝콘값도 대폭 올라 


▎CGV를 찾는 관객들이 티켓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왼쪽). 턱없이 비싼 CGV 팝콘.



저는 영화광입니다. 특히 한국영화를 좋아합니다. 영어 실력이 별로인 탓에 자막을 챙겨가며 영화를 보기엔 불편하기 때문이죠. 물론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시리즈가 나오면 꼭 챙겨보지만요. 어쨌든 한국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꼭 챙겨보는 편입니다. 다행히 남자친구도 저와 성향이 비슷합니다. 자연히 주 데이트 코스는 영화관이 됐지요.

저 같은 사람이 많아진 건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 건지 지난해 영화관 관객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영화관 관객수는 2012년 대비 약 9% 증가해 2억1333만 명에 달했습니다. 2억명을 넘은 건 처음이었죠. 한국영화가 흥행을 견인했습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9편이 한국영화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죠. 덕분에 극장들의 입장권 매출도 역대 최대치인 1조55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뒷자리 스위트 박스 지정해 3000원 더 받아

특히 CGV는 장사가 잘 됐습니다. 1998년 멀티플렉스 영화관 시대를 처음 연 CGV는 전국에 가장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00년 메가박스가, 2003년 롯데시네마가 각각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과 같은 3강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CGV를 따라잡긴 역부족이죠.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중 46.2%는 CGV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민극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집 근처에 있는 CGV평촌을 주로 찾습니다.

CGV는 올해 2월 19일 영화 티켓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일부 극장에서 적용했던 내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겁니다. CGV는 지역별로, 극장별로 가격이 다릅니다. 간단히 보면 이렇습니다. 2D영화(일반영화)는 1000원 인상했고, 3D영화는 최대 2000원 내렸습니다.

요금 체계도 다변화했습니다. 원래는 조조(오전 10시 이전)와 일반으로만 구분했지만 조조·주간(10시~16시)·프라임(16시~23시)·심야(23시 이후) 이렇게 4단계로 나눴습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CGV평촌은 조조 요금이 5000원, 주간과 프라임은 8000원, 심야는 6000원입니다. 주중 성인 기준 요금입니다. 조조와 야간은 주말에도 요금이 같고, 주간과 프라임 시간대에만 주말에 1만원을 받습니다. 이번 요금 인상 이전엔 주말 일반 요금이 9000원이었습니다.

‘영화 티켓 1만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겁니다. 하지만 CGV 측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인상’이나 ‘조정’과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CGV 관계자는 “고객 개개인의 관람 성향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토록 요금을 다변화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극장을 찾는 관객 입장에서는 9000원 주고 보던 영화를 1만원 주고 봐야 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3D 요금은 왜 내렸을까요? 간단합니다. 상영관의 약 90%는 여전히 2D 영화입니다. 많이 보는 영화에서 1000원 더 받고, 잘 안 보는 3D 영화에서 2000원 덜 받는 게 CGV로서는 이익입니다. 가격 인하라는 생색도 낼 수 있죠. 이걸 요금 다변화라고 포장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요금 다변화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며 “오히려 CGV는 다양한 할인 제도와 이벤트를 마련해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꼼수는 또 있습니다. CGV는 ‘스위트 박스’라는 이름으로 특정 좌석을 선택하면 요금을 더 받습니다. 스위트 박스는 주중 주간 요금이 1만2000원입니다. 평소 9000원이니 3000원이나 더 받는 겁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제일 뒷자립니다. 영화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뒷좌석을 추천이란 명목으로 스위트 박스로 지정해 놓고 돈을 더 받고 있는 겁니다. 3000원이나 더 받을 만큼 큰 차이가 있을까요? 스위트 박스나 그 앞자리, 옆자리는 영화를 보는 데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의자가 커플석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요.

이는 관람객의 좌석 선택권을 빼앗은 것입니다. CGV강남 4관의 경우 총 124석 중 16개 좌석이 스위트 박스석입니다. 다른 좌석의 예약이 찼다면 어쩔 수 없이 3000원을 더 내고 제일 뒷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였던 뒷자리가 CGV에서 기피 좌석이 된 이유입니다. 애플리케이션 실시간 예약 상황을 살펴보면 제일 뒷자리 바로 앞 좌석부터 채워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른 건 요금뿐만이 아닙니다. CGV의 팝콘 가격은 대형이 5000원, 소형이 4500원입니다. 일반 편의점에서 단돈 1000원이면 대형보다 큰 팝콘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6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5000원짜리 팝콘의 원가는 불과 613원입니다. 8배 정도 남는 장사란 뜻입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대형 팝콘과 소형 팝콘은 크기가 두 배 차이지만 가격은 겨우 500원 차이입니다. 왜 그럴까요? 500원밖에 차이가 안 나니 큰 걸 먹도록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깊은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500원만 받고 작은 것 하나 양만큼을 더 얹어줘도 될 정도로 원가 비중이 크지 않다는 얘깁니다.

팝콘·광고 매출 비중 매년 커져

팝콘값을 왜 자꾸 올리느냐는 비판이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CGV는 당당합니다. 원자재(옥수수) 가격이 올라서 그렇다는 핑계로요. 실제로 그럴까요? CGV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옥수수와 같이 전량 수입되는 일부 품목의 경우 원-달러 환율 또는 국제 곡물시세의 영향으로 조달가격이 변동할 수 있으나 전체 원가 중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스스로 옥수수 원가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지요.

영화관은 주로 티켓으로 매출을 올리지만 광고와 매점 매출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CGV의 지난해 매출 중 티켓 매출 비중은 66.1%였습니다. 매점 매출과 광고 매출 비중은 각각 17.7%와 10.1%입니다. 최근 5년 간 매점 매출과 광고 매출은 90.3%, 96.4% 늘었습니다. 티켓을 팔아 얻은 이익은 배급사와 나눠야 하지만 매점과 광고 수익은 온전히 영화관의 몫입니다. 수익률을 높이는 데 팝콘 만한 게 없다는 얘깁니다.

관람객이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예전보다 광고를 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것 같은 느낌 받아본 적 없나요? 영화 티켓에 표시되는 상영시간은 18:50분인데 딱 그 시간에 영화가 시작하지 않죠? 엄밀히 말해 그건 광고가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영화는 아마 10분쯤 뒤에 시작할 겁니다. 내 돈 내고, 극장이 돈을 버는 광고까지 봐줘야 하는 셈입니다.

물론 CGV의 고민도 이해할 만합니다. 관객이 늘고, 매출도 늘어나는데 도무지 이익이 늘지 않습니다. 2011년 6285억원이던 CGV 매출은 2012년 7793억원, 2013년 9159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2년 552억원에서 지난해 515억원으로 도리어 줄었습니다. 극장 관리비나 인건비 등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익성은 영 마뜩잖은 상황이니 뭔가 해법이 필요했을 겁니다.

물가가 오르면 영화 티켓 요금도 오르는 게 맞습니다. CGV도 기업이니 돈을 벌어야죠. 그러나 요금을 올렸으면 서비스의 질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가격 인상은 꼼수로 감추고, 여러 복잡한 과정을 도입해 관객을 속이려 드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1등일 때 잘해야죠.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이 기사는 이코노미스트 독자가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기자의 취재를 더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1241호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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