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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뒷말 무성한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 주식 기부 - 4.95% 기부 묘수로 증여세 부담 피했나? 

직접 증여 않고 공익재단 분할 기부 방식 택해 … 3남 윤재승 부회장 경영권 승계 탄력 받을 듯 




윤영환(80) 대웅제약 회장이 대웅의 지분 9.21% 등 보유 주식 전량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 총액은 약 655억원(5월 29일 종가 기준)이다.

앞서 보유 중이던 대웅·대웅제약 주식을 대웅재단 등에 넘긴 윤 회장은 남은 대웅주식 4.95%도 신설 재단인 석천대웅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천(石川)은 윤 회장의 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석천대웅재단은 대웅제약이 축적해온 의약 분야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4년 설립해 주로 장학사업을 벌여온 대웅재단도 윤 회장의 추가 사재 출연으로 자산과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사재 출연에 관해 윤 회장은 “국가의 발전과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발전보다 우선해야 하고,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어야 영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임직원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면서 대웅제약을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발전시켜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간장약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업계 3~4위권의 제약사로 대웅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1945년 부산에서 문을 연 조선간유제약공업사가 출발점이다.

약사였던 윤 회장이 1966년 대표이사로 취임(대한비타민산업으로 상호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6825억원, 영업이익은 714억원이다.

제약업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탄탄한 수익 기반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혈압치료제 올메텍과 뇌혈관질환치료제 글리아티린 등이 주력 제품이다.

회공헌 취지는 좋지만…

윤 회장은 고령에도 최근까지 경영을 직접 챙겼지만, 이번 주식 기부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후계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 중 하나로 분류돼 왔다. 가업을 이을 자녀(3남 1녀)의 보유 지분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인 대웅그룹은 지주사인 대웅이 대웅제약 주식의 40.73%를 갖고 있다.

윤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하면 관련 지분은 50%를 넘는다. 사실상 윤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오너 기업이다. 지주사 대웅의 지분은 현재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3남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이 11.61%로 가장 많고, 장남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이 10.51%, 차남 윤재훈 알피코프 대표가 9.7%, 딸인 윤영씨가 5.42%를 보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지분을 직접 증여하지 않고, 재단을 통한 기부를 발표했으니 후계구도가 더 불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2012년 3남 윤재승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을 때부터 사실상 후계자는 결정됐다는 평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지분을 윤 부회장에게 직접 넘기지 않았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대웅재단에 상당한 지분을 몰아준 것을 보면 윤 부회장을 후계자로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웅재단의 이사장은 윤 회장의 부인 장봉애씨다. 윤 부회장은 자녀 중 유일하게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윤 회장의 기부로 대웅재단은 지주사인 대웅의 지분 9.98%와 대웅제약 지분 8.62%를 보유하게 됐다. 모두 의결권 있는 주식인 만큼 사실상 윤 부회장이 경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지분이다.

검사 출신인 윤 부회장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대웅제약 경영을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대웅제약의 매출은 1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3월 형인 윤재훈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잠시 회사를 떠났다가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2012년 6월 다시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윤 부회장 복귀 초반 불법 리베이트 사건 등으로 잠시 흔들렸던 대웅제약은 지난해 수익이 크게 늘며 안정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69억원에서 714억원으로 증가했다.

윤 회장은 직접 증여가 아닌 재단을 통한 기부 방식 택하면서 증여세 부담도 덜었다. 사회공헌이 기부의 목적이자 명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윤 회장 일가가 얻은 이익도 꽤 쏠쏠하다. 만약, 재단 기부 방식 대신 직접 증여를 선택했다면 증여를 받는 쪽에서 내야 할 증여세는 단순 계산으로도 150억원(초과분 4.21%에 대해 30억 초과 기준 증여세율 50% 적용) 정도다.

윤 회장은 5월 9일 대웅 지분 2.49%(약 109억원), 대웅제약 지분 3.49%(약 243억원), 인성정보 지분 0.64%(약 9억원) 등을 대웅재단에 넘겼다. 일주일 후에는 대웅 지분 1.77%(약 77억원)을 추가로 대웅 근로복지기금에 기부했다. 윤 회장의 남은 지분은 4.95%(약 217억원). 이 지분을 설립 예정인 석천대웅재단에 넘긴다는 게 윤 회장의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4.95%라는 숫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는 ‘공익법인 등이 출연 받은 재산의 가액은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공익법인 등이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 받은 경우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등의 100분의 5(성실공익법인은 100분의 1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 부분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단과 같은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더라도 총 발생주식의 5%를 넘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윤 회장은 이번 기부 전까지 대웅 주식 9.21%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5월 9일 2.49%를 대웅재단에 넘겼고, 5월 15일 1.77%를 대웅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4.95%에 담긴 속뜻은?

재단에 기부를 하더라도 5%를 넘길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하니 대웅재단과 대웅 근로복지기금 등에 먼저 나눠 기부한 뒤 남은 지분(4.95%)만 석천대웅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렇게 하면 대웅재단과 석천대웅재단은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한 변호사는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용이나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꽤 오래됐다”며 “사회공헌이란 멋진 타이틀이 붙지만 그 속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증여세 피하기라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대웅제약 측은 “사회환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장세진 대웅제약 홍보팀 차장은 “증여세와 같은 세무적·법리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며 “경영권이나 후계구도 등과도 전혀 무관한 기부”라고 말했다.

1240호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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