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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내우외환의 대교 - 학습지 매출 줄고 해외 사업도 부진 

해양심층수 사업 누적적자 200억 … 강영중 회장은 배당 받아 자사주 매입 




‘눈높이’란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대교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1970년대 운영했던 수학 그룹 과외 학원에서 출발했다. 일본 구몬수학을 도입해 인기를 얻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과외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학생들이 찾아오는 방식이 아닌 선생님이 찾아가는 방문학습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이게 먹혔다.


1990년대 초반 회원이 40만명에 달했다. 회사 이름을 대교로, 학습지 브랜드를 ‘눈높이’로 바꾼 것도 이맘때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과 맞물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회원은 1993년 100만명, 1999년 200만명을 돌파했다. 200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2004년 대교가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차입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강원심층수

2000년대 초반까지 쑥쑥 커 나가던 회사는 창립 30주년이던 2006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반 교육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데다 2008년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지금은 학습지 시장을 주름잡던 대부분의 업체가 부침을 겪는 중이다. 자기주도 학습관이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등 학습지 대체제가 많아진 것도 실적이 악화된 원인 중 하나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망 역시 좋지 않다. 대교는 사업 부문 중 눈높이를 비롯한 교육서비스 사업 비중이 92.7%에 달한다. 사교육 시장 침체 속에 교육서비스 부문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엔 눈높이 회원 11만명이 이탈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엔 2만명 정도로 감소폭을 줄였지만 여건상 회원 수를 늘리기는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2년보다 100억원 가량 늘었는데 연구개발비가 1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볼 때 실적에 의한 개선이라기보단 비용 절감에 가깝다. 2009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센터형 교육 기관 ‘러닝센터’ 비중을 늘리면서 돌파구 찾고 있지만 학생 수 감소를 상쇄할 만한 묘수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며 대교는 2006년 물 사업(해양심층수)에 뛰어들었다. 지주사인 대교홀딩스와 강원도 등이 공동 출자한 강원심층수다. 대교홀딩스가 62.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천년동안’을 내놨는데 출시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물 산업의 성장에 따라 고급 생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했다. 해양심층수 점유율은 전체 생수 시장의 1%에 못 미친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져 차입금으로 근근히 버티는 상황이다. 해양심층수 사업에 뛰어들었던 CJ·롯데 등은 이미 발을 뺐지만 대교는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버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정이 좋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해양심층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여전히 거부감이 크다”며 “최근 중국 수출을 시작했는데 수요가 많지 않고, 경쟁도 치열해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회사들의 계속된 실적 부진도 부담스럽다. 대교는 현재 미국·중국·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강영중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07년 이후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에 신규 투자를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해외 사업의 전초기지라던 대교아메리카는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23억1200만원, 2012년 38억9800만원, 2013년 70억400만원 등으로 적자폭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대교아메리카는 경영권 승계 1순위인 강 회장의 장남 호준씨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교 관계자는 “대교아메리카를 제외하면 손실 규모도 갈수록 줄고 있어 해외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주력인 러닝센터가 자리 잡으면 실적도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 회장은 잇단 자사주 매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올 3월 이후에만 대교 주식 13만2116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8만주 가량을 샀다. 강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자사 주식을 매수해왔는데 최근 들어 매입 속도를 부쩍 높이는 모양새다. 이로써 강 회장의 지분율은 4.66%에서 4.79%(우선주 합계)로 올랐다.

강 회장은 지주회사인 대교홀딩스의 지분 81.99%를 보유하고 있다. 대교홀딩스는 대교의 지분 54.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배구조가 탄탄하니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와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일단 시장에선 실적 하향에 따른 주가 방어 차원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CEO가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강 회장의 경우 5년 넘게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기 때문에 투자자가 저가 매수 신호로 받아들이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795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대교의 주가는 이후 하락해 6600원 정도로 떨어졌다. 이 사이 강 회장은 100여 회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연이은 자사주 매입, 배당 수익도 쏠쏠

대교 측은 강 회장이 자기 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실제로 강 회장의 실탄은 탄탄하다. 수년간 누적된 배당금만 해도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사주 매입은 곧바로 짭짤한 배당 수익으로 연결된다. 대교는 주식시장에서 손꼽히는 배당주다.

최근 3년 간 대교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47%에 달한다. 주요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이 10%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지난해 약 4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195억원 정도를 현금 배당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산하면 강 회장은 약 11억원의 배당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대교홀딩스 역시 지난해 배당성향이 130%를 넘었는데 여기서도 강 회장은 5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교 측은 “경영 성과가 주주에게 환원되도록 배당성향 중심(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의 배당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교는 대교홀딩스와 오너의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가 62%를 넘는다”며 “높은 배당성향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를 위한 것이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란 설도 있다. 현재 승계가 유력한 두 아들의 지분은 0.1%에도 못 미친다. 주식을 그대로 넘기면 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다.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구체적인 행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아들이 아직 30대여서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며 “일단 여유 지분을 최대한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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