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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알뜰주유소 2부 시장 사업자 삼성토탈 선정 - 경쟁 촉진돼 기름 가격 안정 기대 

정유 4사의 거센 반발에도 삼성토탈의 최저가 제시 먹혀 

문희철·이창균 이코노미스트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알뜰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삼성토탈이 또 한 번 웃었다.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 경쟁 입찰에서다. 지난해 휘발유 공급자였던 삼성토탈은 올해엔 경유까지 공급한다. 정유시장에서 입지가 조금씩 넓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 졌다. 삼성토탈은 2012년 7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납품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삼성토탈이 선정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올해 알뜰주유소 3차년도 사업자 선정은 경쟁 입찰로 선정 방식이 변경됐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사업자를 1부와 2부로 구분한다. NH농협중앙회와 한국석유공사에 납품하는 1부 시장은 국내에 유류생산시설을 보유하면서 전국에 직접 유류를 유통할 수 있는 정유사만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4사가 입찰 자격이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7월 7일 현대오일뱅크가 중부권(수도권·충청·강원), SK에너지가 남부권(경상·전라)에 1년 간 휘발유·경유·등유를 공급한다고 선정 결과를 밝혔다.


삼성토탈, 경쟁 입찰에서 최저가로 승기

1부 시장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화제를 모은 건 2부 시장이다. 1부와 달리 한국석유공사 알뜰주유소에만 납품하는 2부 시장은 유류 납품능력 여부만 주로 본다. 때문에 월 10만 배럴 이상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면 정유사든 수입사든 모두 응찰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총 다섯 개 업체가 2부 시장에 응찰했다. 경쟁 입찰의 관건은 가격. 얼마만큼 저가에 써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경쟁 입찰의 취지가 ‘유류 공급사 간 경쟁을 통한 유가 안정화와 소비자 권익 증진’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이 바뀌었지만 역시 승자는 최저가를 써 낸 삼성토탈이었다. 한국석유공사는 6월 20일 “삼성토탈이 7월 1일부터 1년 동안 매달 휘발유와 경유를 10만 배럴씩 전국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연간 총 240만 배럴 규모다. 휘발유는 그동안 공급했지만, 삼성토탈이 경유를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유업계에서 삼성토탈은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삼성토탈이 추진했던 대한석유협회 회원사 가입도 사실상 거절당했다. 삼성토탈은 지난해부터 대한석유협회 회원사 가입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대한석유협회는 4월 정기총회에서 이를 보류했다.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도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은 우리나라 석유 유통 시장을 뒤흔드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토탈이 경유 공급권까지 거머쥐자 정유업계는 또 다시 들썩인다. 정유업계는 한국석유공사가 삼성토탈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한다. 우선 사업자 선정을 1부와 2부로 구분한 방식부터 시빗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유류 품질과 납품능력이 정유 4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그렇다면 애초에 1, 2부로 시장을 나눌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 삼성토탈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지금까지 어떤 특혜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1부와 2부 시장으로 구분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대해 “어차피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라며 “삼성토탈에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 2부로 구분되지 않았더라도 최저가를 써낸 삼성토탈이 정유 4사와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펄쩍 뛴다. 박위규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서기관은 “공급선 다변화를 고려하긴 했지만 삼성토탈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1, 2부로 시장을 나눴던 배경도 기존 삼성토탈에서 공급받던 물량을 공정 경쟁에 맡겨 특혜 시비를 줄이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입찰 공고 일정이 삼성토탈을 배려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3차년도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 입찰 공고는 애당초 5월로 예정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6월 초 입찰 공고가 떴다. 삼성토탈이 새로 지은 충남 대산공장이 6월 시운전을 시작했는데,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감안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토탈은 “규정상 7월 이전에 공고했다면 문제 없는 걸로 안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측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진행 방법과 계약 절차 등 행정 절차를 논의하면서 일정이 약간 늦어졌다”며 “삼성토탈 신설 공장의 시운전 시기와 우연히 맞물리면서 논란이 되는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방식 변경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 삼성토탈의 관세 탈루 의혹 제기

삼성토탈과 정유업계가 맞부딪친 사건은 또 있다. 최근 삼성토탈이 정부로부터 부당하게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삼성토탈은 원유정제설비에서 콘덴세이트(condensate)라는 초경질원유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만든다. 특정 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콘덴세이트는 사실상 원유 중 하나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세(3%)가 붙는다.

문제는 삼성토탈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였다. 삼성토탈은 사업보고서상 ‘원재료’ 항목에 ‘나프타 및 LPG’가 97.8%, ‘기타’가 0.9%라고 표기했다. 나프타는 원유가 아니기 때문에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사업보고서만 보면 관세가 붙는 제품(콘덴세이트)을 무관세 제품(나프타)인 것처럼 구입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정유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은 “수입 당시 콘덴세이트를 나프타로 신고한 바 없다”며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 콘덴세이트로 신고하고 관세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임쌍구 관세청 심사정책과 서기관도 “삼성토탈이 관세를 탈세한 흔적은 없으며 사업보고서에 항목을 세분화해서 기재하지 않아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삼성토탈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삼성토탈은 7월 4일 5661억원 규모의 콘덴세이트를 수입했다고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 했다.

삼성토탈은 정유사와 다르다. 본업은 석유화학 사업이다.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원료를 만든다. 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기름을 얻는다. 삼성토탈 정유 공급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국내 최대 대규모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본격적으로 정유 생산량을 늘리면 향후 시장 판도가 확 뒤바뀔 수 있다”며 견제하는 모양새다.

더불어 알뜰주유소 사업 확대도 정유 4사가 긴장하는 이유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설립을 최초로 시작한 2011년 12월에만 해도 정유 4사는 시큰둥했다. 정유 4사 본인들의 사업 마진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알뜰주유소가 성공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외로 알뜰주유소는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고유가에 정유업계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알뜰주유소는 국내 전체 주유소의 10%에 육박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알뜰주유소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있었다. 정유업계와 삼성토탈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배경이다.

이와 달리 삼성토탈 입장에선 사업 명분이 충분하다. 삼성토탈은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값싼 유류를 공급하자는 정부 취지에 동참하고자 알뜰주유소 사업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삼성토탈 입장에서는 제품을 전량 수출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국민 편익 증대를 위해 한국석유공사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설명도 비슷하다. 박위규 서기관은 “정유 4사는 2부 시장 입찰 권한이 있다”며 “입찰에 참여해 가격으로 승부하라”고 일침을 놨다. 실제로 삼성토탈이 선정된 이번 2부 시장 경유 공급업체 입찰에는 현대오일뱅크가 참여했다가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사업에 참여하는 행위가 과연 소비자에게 유리할까. 7월 4일 기준 KRX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공시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삼성토탈로부터 리터당 평균 1697.59원에 구매했다. 여기서 부가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 등 내국세를 제외한 금액은 797.37원. 싱가포르 시장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원가에 리터당 약 10원 가량을 이윤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는 게 한 전문가 분석이다. 이에 비해 다른 정유사는 같은 기간 리터당 약 60원 가량의 이윤을 붙인다는 게 이 전문가의 추정이다.

경쟁 치열해져 기름값 하락 여지 생겨

정유업계에서 흘러나온 소문도 이 전문가의 추정을 뒷받침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주유소 수의계약에서 삼성토탈은 1부 시장 공급가격보다 리터당 50원 가량 저렴하게 휘발유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를 의식한 일반 주유소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이 간접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 주장대로라면 결국 삼성토탈의 사업자 선정은 소비자들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토탈은 “자체 유통망이 없고 유류 공급량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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