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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속이는 긍정의 힘 키워 

강한 멘털이 다승의 원동력 퍼팅 라인 보는 법 메모도 

최창호 일간스포츠 골프팀장

1. LPGA 에비앙 챔피 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 2. ‘꿈에 날짜를 적는 순간 목표로 바뀐 다’는 김효주의 강 한 신념을 엿보게 하는 글귀. 3. 김효주가 그린 ‘퍼 팅 라인을 보는 법’ 의 도해.

Golf 김효주의 멘털노트

‘인간은 자신의 뇌를 속일 수 있다’. 미국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19·롯데)의 ‘멘털노트’에 적힌 내용이다. 그는 또 ‘미래의 기억 속에 희망을 심어라. 몸 안의 특수한 기능을 자극할 줄만 안다면 원하는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다. 어떻게 자극하느냐! 그것은 바로 인간의 뇌다’라고 적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던 김효주의 ‘멘털노트’를 일간스포츠가 처음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김효주의 노트에서 특히 ‘나를 명품으로 만드는 방법(꿈을 현실로 만드는 네 가지)’이란 대목이 눈에 강렬하게 들어왔다. 그가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 같은 멘털의 힘이었다.

18번홀 퍼트로 재역전

그때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지난 9월 15일(한국시간)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효주는 마지막 72번째 홀인 18번홀(파4)의 두 번째 샷을 남겨놓고 오히려 호주의 베테랑 카리 웹(40, 통산 41승)에게 1타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공을 핀 4m에 붙인 뒤 극적인 버디(합계 11언더파)로 여자골프 세계무대를 제패했다. 웹은 이 홀에서 3온한 뒤 2퍼트로 보기를 했다.

첫날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소타(61타) 기록을 세운 김효주는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무대까지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앞서 17세이던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일본·대만 여자프로골프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LPGA 비회원인 김효주는 세계 랭킹 20위 자격으로 초청돼 출전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별도의 퀄리파잉(Q)스쿨을 거치지 않고 2015년부터 LPGA투어에 직행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정말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긴 하루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회장에 함께 있었던 한연희 스윙 코치(전 국가대표 코치)는 “평소경기 때도 압박감을 크게 느끼지 않은 (김)효주의 ‘무심타법’이 백전노장 웹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김효주는 이로써 한국 선수로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박인비의 2008년(19세 11개월) US여자오픈 우승 기록을 9개월(19세 2개월)이나 앞섰다. 뿐만 아니라 LPGA 투어 시드 없이도 세계 랭킹 20위에서 10위에 랭크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김효주는 상금도 두둑하게 받았다. 우승상금으로 48만500달러(약 5억원)를 챙겼다.

그가 마지막 홀에서 마지막 샷으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긍정의 힘’이었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속일 수 있다. 보통 상황임에도 희망이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

” 지난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골프게임에서 ‘멘털이 7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골프 색깔을 갖기 위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머릿속의 생각이 어디에 미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미 친 샷은 생각하지 않고 폭파시켜 버린다”고 했다.

“골프를 꾸준히 잘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적에 목숨 걸지 말자. 내 자신의 스타일을 나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압·부·불·긴. 스트레스. 힘든 일이 있을 땐 생각한다.”

압·부·불·긴의 의미는 뭘까. 샷을 하기도 전에 좋은 성적만을 생각하면 ‘압박감’이 생기고 ‘부담’이 배가 돼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결국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실수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김효주의 생각이다.

이 노트는 처음엔 골프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버지 친구분이 원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합니다. 그 분께서 4년 전쯤인 2010년에 ‘효주야 골프가 잘 안될때를 대비해서 스윙 노트를 적어놓아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때는 일기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라운드 후기는 물론 스윙의 문제점을 메모하는 스윙 노트로, 그리고 그걸 다시 읽고 그때의 심리 상황 등 자신의 생각을 추가하면서 정신적인 ‘멘털노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노트의 메모를 꼼꼼히 읽어보니 크게 네 가지로 정리돼 있었다. 첫째는 확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샷의 준비(루틴)요령, 둘째는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 셋째는 멘털 및 플레이 전략, 넷째는 유명 인사의 강의 내용(뇌 훈련과 꿈을 이루는 공식)을 자신의 방식대로 요약해 두고 있었다.

노트에 적힌 그의 프리 샷 루틴의 몇 가지 원칙을 공개하면 이렇다. ①한 홀마다 클리어(clear)한다 ②어드레스 들어가기 전에 확실하게 결정한다 ③루틴은 짧을수록 좋다 ④그러나 루틴 과정의 시간은 하늘이 내게 주신 것이다. 최대한 잘 활용해서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 ⑤계속 고민하다가 어떤 한 가지를 선택했다면 그 하나(결정)를 믿고 플레이 한다. 내용이 하나 같이 단호한 판단력과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효주는 “이렇게 원칙을 세워놓고 있어도 경기 중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판단에 혼선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스윙의 기술적인 메모 중에서는 3m 이상의 거리에서 퍼팅라인을 체크하는 요령이 눈에 띄었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그중에서도 퍼팅라인을 보는 방법에 관심이 갔다. ‘3m 이상일 때는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고 그 라인별로 스피드를 체크해야 한다’고 메모돼 있었다. 공이 놓인 지점에서 처음 1m 구간, 그 다음 1m 구간, 마지막 1m 구간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2m 지점에서 3m의 홀(컵)을 겨냥할 때는 공이 그 홀 의 센터를 타고 들어가는 라인을 찾아야 내야 한다는 점이다. “퍼팅을 잘 하려면 자신감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해요. 생각보다 단순해요. 쉬운 퍼팅 거리의 퍼트를 많이 연습하는 겁니다. 많이 해서 그 거리의 퍼팅을 많이 넣게되면 그게 곧 자신감이 되는 거죠.” 김효주의 골프 생각은 정말 심플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나쁜 감정 잊어

그렇다면 그는 경기가 안 풀리고 보기를 해 감정의 변화가 일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 그 상황을 극복할까. “성격이 좀 무뎌서 화내는 것을 잊을 때가 많죠(웃음). 그냥 보기를 하면 무조건 한 모금의 물을 마셔요. 물을 마시는 행위는 조금 전의 실수한 감정과 앞으로 다가오는 홀의감정을 서로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보기를 하면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려는 강한 마음이 생겨요.

그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물을 마시는 거죠.”

김효주의 꿈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미래의 꿈은 “자상한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프는 결혼과 같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란 드물다. 복잡하고 유리처럼 깨지기도 쉽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도 결혼도 확고한 목적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웃었다. ‘꿈에 날짜를 적는 순간 목표로 바뀐다’는 글귀는 김효주의 평소 의지를 강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125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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