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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2014 파리모터쇼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부릉부릉’ 

전기모터+내연기관의 전기차 … 순수 전기차 시대의 교두보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폴크스바겐 파사트 GTE.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2014 파리 모터쇼가 10월 2일 개막했다. 전 세계 21개국 270개 브랜드가 170여 개의 신차를 쏟아내며 행사를 빛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이번 모터쇼는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차량만 100여 종에 달했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진 행사장. 각 사가 자신 있는 차량을 전면에 내세워브 랜드를 홍보한다. 전시된 차량을 보면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를 감지할 수 있다. 각 브랜드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세계의 이목이 파리모터쇼에 집중된 이유다.



다양한 모델에 막강한 성능까지 겸비


BMW i8
최근 수년간의 모터쇼와 마찬가지로 파리를 관통한 키워드 역시 ‘친환경’이었다. 환경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친환경 차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파리모터쇼에는 조금 특별한 움직임이 관측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0V)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는 순수 전기차였다. 브랜드마다 앞다퉈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미래 시장 선점 의지를 보였다.

올해는 그 자리를 PHEV가 대신했다. 세단이나 해치백 모델은 물론이고 스포츠카나 수퍼카 버전의 PHEV까지 등장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가장 많은 종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였다. 중형 세단 파사트와 준중형 해치백 골프의 PHEV 모델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포르셰는 카이엔, 파나메라, 918 스파이더 등 3 가지 종류의 PHEV를 선보였다. 친환경 모델인 동시에 막강한 성능까지 겸비한 모델로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그밖에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BMW의 스포츠카 i8이 전시돼 PHEV 경쟁에 불을 붙였다.

PHEV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차의 중간 모델로 해석할 수 있다. 충전된 양만큼 전기모터로 달리다가, 연료가 모두 소진되면 일반 내연 기관을 이용해 주행하면 된다. 전기모터와 가솔린(혹은 디젤) 내연 기관이 결합됐다는 점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흡사하다. 대신 순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외부 플러그를 꼽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차이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 리드 차량의 장점을 결합해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

순수 전기차만으로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짧은 주행거리가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힌다. 시중에 판매 중인 순수 전기차는 1회 충전 때 주행거리 가 150km 내외다. 풀 충전 때 3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모델도 등장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가 짧은데 충전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충전소를 찾아도 배터리가 충전되기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배터리를 꽉 채우지 않는 급속충전도 20분 이상이 걸린다. 만약에 먼저 온 다른 차량이 몇 대 안 되는 충전기를 차지하고 있다면 낭패다. 매일 일정한 거리의 출퇴근 길, 그나마도 회사와 집에 충전시설을 갖춘 경우에만 마음 놓고 순수 전기차를 살 수 있 다는 뜻이다. PHEV는 이 모든 상황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휘발유를 넣고 달리면 됩니다.”

세계 각국의 브랜드가 PHEV에 주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환경 규제로 악명이 높은 유럽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컸다. 당장 시장에 판매할 차량이 마땅치 않다. 기존 내연 기관을 사용한 차의 연비를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사정이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프라는 부족하다.

유럽에 이어 중국이 친환경차 늘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은 이미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PHEV는 최대 3만 5000위안(약 620 만원), 순수 전기차(EV)는 최대 6만 위안(약 105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올 9월 1일부터 2017년 말까지는 친환경차(EV·PHEV·연료전지차) 구매 때 취득세 10%를 추가로 면제해 주기로 했다. 2015년까지 50만대의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에게 막대한 소비자가 있는 중국 시장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 브랜드를 알리고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충전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 PHEV가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맡은 셈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늘리기 나선 중국

PHEV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도 유용한 아이템이다. PHEV를 홍보할 때 가장 흔하게 강조하는 것이 연비다. ‘1L로 100km 달리는 차’ ‘연비 종결자’ ‘1L로 50km를 달리는 스포츠카 혹은 대형 세단’ 등이다. 처음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수치다. PHEV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뛰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수치만큼 훌륭한 것은 아니다. 현재 PHEV의 연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저마다 계산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2L로 100km를 달리는 차가 있다고 하자. 완전 충전 상태에서 전기모터로 60km 이상을 달린다. 나머지 40km를 2L의 연료를 소모해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계산이 힘들다. 2L로 100km를 갈 수는 있지만 연비가 L당 50km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파리모터쇼를 계기로 당분간 PHEV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동차 브랜드가 순수 전기차보다는 PHEV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PHEV의 성장은 순수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교두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김대환 제주전기차 엑스포 조직위원장은 “PHEV도 결국은 충전시설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며 “PHEV 보급 이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늘리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인수 카이스트 조천식 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자동차가 전기모터와 내연 기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여러 가지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에는 순수 전기차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257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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