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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당당한 性문화 절실 

건전한 ‘일탈’로 비뚤어진 욕망 극복해야 … 여성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할 만 

Healing 후 박사의 힐링 상담 | 性도착 극복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관련 CCTV 영상.
#1. 김씨는 35세 잘 나가는 회계사다. 부인과 사랑스런 두 딸을 가진 행복한 가장이다. 그에겐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는 혼잡한 지하철을 좋아한다. 여성의 신체와 밀착할 때 강한 성적 흥분을 느낀다. 한 번은 젊은 여성의 민감한 부위를 만졌다가 곤욕을 치를 뻔했다. 성추행인 줄 아는데,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

#2. 박씨는 28세 공무원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여자 물건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브래지어·팬티·헤어핀·손수건 등을 보면 성적 흥분을 느낀다. 사춘기 때부터 성적 환상이 남달리 많았고, 몰래 팬티스타킹을 즐겨 입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자취생활을 해 왔는데, 그런 행위를 들킬까봐 집에 아무도 들여 놓지 않는다.

#3. 최씨는 42세 중소기업 부장이다. 애인이 있지만 아직 결혼은 안 했다. 그는 근무시간에 ‘야동’을 즐기는 나쁜 습관이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그런 행동이 심해진다. 요즘 여직원이 늘어 업무 차 불쑥 찾아오는 경우 자주 당황하게 된다. 자칫하면 성추행으로 걸릴 수 있는데 도무지 끊을 수가 없다.

노출증, 관음증, 의상 도착증 등 30여 형태

성도착이란 성적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충족하는 행위다. 변태성욕으로 불린다. 성적 환상을 행동화하려는 강한 욕구로 특징짓는다. 노출증, 관음증, 의상 도착증, 접촉 도착증, 소아기호증, 여성물건애, 가학증, 피학증 등 30여 가지가 있다. 보통 15~25세 사이에 가장 많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소아기호증은 법적으로 가

장 큰 문제가 된다. 어린이의 10~20%가 피해자다. 또한 여성의 20%가 노출증과 관음증의 피해자가 된다.

성도착은 일탈이다. 일탈은 사회나 도덕에 벗어난 행동이다. 가벼운 비행이나 돌출행동부터 심각한 범죄나 정신병까지 포함한다. 성도착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해를 준다. 정신질환이면서 범죄행위다. 성희롱부터 성폭행까지 광범위하다. 성도착은 충동조절 장애다.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방어가 약해져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다. 충동을 억제할수록 긴장이 더 커지고, 일단 실행하면 쾌감이나 만족감을 느낀다. 성도착은 중독이다. 중독은 집착, 강박행위, 재발로 특징짓는다. 한 번 빠져들면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대부분의 성도착은 반복적으로 은밀히 행해진다. 발각되기 전까지 절대 치료받지 않는다.

성도착의 원인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거세 공포와 어머니 동일시 ②지나친 성적 억압이나 성폭력 경험 ③매체 영향이다. 성도착은 일차적으로 정신성적 발달장애다. 어린 시절의 도착적인 성적 환상이 자라나면서 억제되지 못하고 계속 발전한 것이다. 한국은 인터넷 왕국이다.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잘못된 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도착행위는 쉽게 학습되고 모방된다.

한국 사회에서 성은 지나치게 억압돼 있다. 한국 성문화는 ‘아무도 모르게, 알아서 잘하라’ 문화다. 성에 대해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린다.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①이중적인 성규범을 적용한다. 여성만의 순결을 강조한다. ②이중적인 체계, 즉 금기문화와 향락문화가 공존한다. ③성의 상업화다. 음란물은 모두에게 100% 공유되고 있다. 한국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성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성도착이 엘리트나 지도층 인사에게서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성은 남자들에게 자주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사용된다. 미국 증권가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화이트칼라들이 성을 통해 해결한다는 이야기도있다. 엘리트나 지도층 인사는 스트레스가 남다르다. 엄격한 기준이나 사회적 이목 때문에 해소가 쉽지 않다. 지나친 성적 억압 탓에 비정상적인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

히스테리가 억압이 강한 여자들이 주로 걸리는 질환이라면, 성도착은 억압이 강한 남자들이 주로 빠지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성도착에 대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성적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은 자유롭게 표현돼야 한다.

‘누구나 아는, 솔직하고 당당한’ 성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성적 욕구는 생명체가 가지는 본능이다. 본능은 숨기면 숨길수록, 말리면 말릴수록 강해진다. 음지에서 싹트는 성문화는 변형되기 쉽다. 양지에서 다져져야 밝은 문화가 된다. 금기·터부·은폐보다는 허용·담론·공개가 좋다. 성에 대한 혐오감·수치심·죄의식을 사랑·기쁨·놀이로 대체해야 한다. 부정적·소극적 태도를 긍정적·적극적 태도로 바꿔야 한다. 성관계는 또 다른 인간관계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 건전한 일탈을 꿈꿔보자. 한국 사회는 작은 일탈에 비판적이다. 어느 날 청바지 차림이나 진한 화장, 노랗게 물들인 머리로 출근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 당한다. 이유 없이 결근하거나, 연락 없이 여행을 떠나거나,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정신병자 취급 당한다. 그런데 남자들의 술주정·도박에는 오히려 관대하다. 외도도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아직도 강한 권위주의 문화가 가정과 직장을 지배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젊은층에 자유주의가 만연한데, 청년실업 등 생존 문제로 자유주의는 다시 억압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중적인 가치관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일탈은 문자대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노는 날 만사를 제치고 산으로 가자. 휴가를 내 훌쩍 바다로 떠나자. 눈앞에 펼쳐지는 ‘기가 막히는 절경’에 숨이 멈추는 순간을 맛보자. 내 것, 네 것의 소유개념을 비웃고 있는 대자연, 아무런 설계 없이 절로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어보자. 내 자신을 미물로 느끼게 할 웅대한 스케일에 자신을 풀어놓자. 자신을 풀어놓고 넋을 잃은 채 숨이 막히는 순간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룰 때도 일어난다.

일탈은 자발성·유연성·창조성의 원천이다.

일탈은 자발성·유연성·창조성의 원천

셋째, 두 세 번의 정신과 상담을 시도해 보자. 이런 얘기를 남자 친구와 하면 창피하다. 그렇다고 여자 친구와 하면 변태 취급을 당한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하겠는가? 법적으로 비밀보장이 돼 있는 치료사들이 있다. 그들과 한번 상의 해보자. 그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래도 한 번 털어놓아 보자. 평생 안 털어놓았던 얘기를 한 번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자 정신과의사가 나을 수 있다. 일탈에 대해 남자들은 진보적이지만, 여자들은 보수적이다. 분명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성도착은 치료받아야 할 정신질환이다. 방치하면 언젠가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반드시 초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

125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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