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낙하산 회장·행장 반목에 교수 일색 사외이사는 방관만 

‘경영 갈등→금융당국 개입’ 반복 … 주주이익·CRO 지위 강화해야 

김유경 이코노미스트 기자 neo3@joongang.co.kr

Issue KB사태 초래한 3대 적폐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의 해임을 의결하면서 4개월 동안 이어진 KB사태 막장 드라마가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 회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익보다는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모두에게 상처만 안긴 이번 KB사태는 자정기능이 실종된 국내 금융회사의 전근대성, 회장·행장직을 인위적으로 찢어놓은 데 따른 경영진 간 힘겨루기, 그리고 후진적인 관치문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사진 : 중앙포토
사외이사는 고장난 브레이크?

지난 4개월 동안 KB금융 사외이사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들이 과연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들은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두고 국민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이 격돌하자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방관했다. 당국이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징계를 내리자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임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뒤늦게 해임안을 의결하며 당국편에 섰다. KB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금융위원회에서 추천 받거나 직·간접적인 연이 있는 대학 교수 출신들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회사가 이사회를 구성할 때 주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의 최초 도입 취지는 대주주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함인데, 금융회사는 주인 없는 곳이 많다 보니 이사가 견제해야 할 대상이 사실상 없다. 자연스럽게 이사회는 금융당국이나 경영진과 가까울 수밖에 없고, 주주이익을 배제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이장영 금융연수원장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되다 보니 사외이사와 경영진간에 담합의 소지가 생긴다”며 “책임 경영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그리고 이사회 구성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 경영·재무적으로 가장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지주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가장 큰지분을 차지하는 재일동포 주주들을 대변하는 인물로 채워졌다. 이밖에 학계 2명, 관료 출신 2명, 법조인 1명 등 사회 각계가 참여했고, 3대 주주인 BNP파리바의 임원도 1명 들어와 균형을 맞췄다. 신한금융은 여태껏 관료나 정치인 출신 경영진을 들이지 않는 등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관의 입김’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지난 2011년 경영진 간에 극심한 마찰을 빚은 ‘신한사태’때도 금융당국은 일절 개입하지 못했고, 당사자인 라응찬 전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은 사법당국에 판결을 맡기고 문제를 3개월 만에 갈무리했다. 이사회의 주주 권한을 강화해 관치의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 및 이중대표 소송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이사회의 의무위반에 대해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중대표소송은 주주대표소송제도를 모자관계에 있는 회사까지 확장한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는 사후적 보상관계로 전락해 관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등 사실상 실패했다”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경영책임을 묻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의 지위를 현재 본부장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켜 경영상 내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장영 금융연수원장은 “리스크를 파악해 이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문제를 통제하는 CRO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그랬더라면 KB사태도 조기 진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회장과 행장의 반목도 금융권의 뿌리깊은 난제다. 2001년 4월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로 금융권 전반에서 나타난다. KB금융의 경우 2008년 출범 당시부터 삐걱댔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회장직을 두고 대립했고, 임원 인선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2009년 강 전 행장의 부친상 때 황 전 회장이 모습도 안 비칠 정도였다. 후임 어윤대 전 회장의 경우 초반 강한 조직 장악력을 보였으나, 임기 후반에는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우리금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대 회장인 윤병철 회장은 이덕훈 행장과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대립했고, 박병원 전 회장은 박해춘 전 행장과 의견 충돌이 잦았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이종휘 전 행장을 밀어내려 할 정도로 관계가 나빴고, 이순우 행장과는 공식석상에 나오는 것조차 꺼렸다.

금융회사 회장과 행장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사는 금융산업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출범한 제도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사업 다변화 실패로 회장의 권한은 위축된 반면, 금융지주사 내에서 은행의 비중이 워낙 크고 수익비중이 편중되다 보니 회장과 행장의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KB국민·우리·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은행 비중은 80%를 넘는다. 회장과 행장을 따로두지 않는 우리금융이나 산은금융지주, 씨티금융그룹의 경우 경영진 간 마찰이 없고, 1인 리더가 중심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KB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회장과 행장의 반목도 금융권의 뿌리깊은 난제다. 2001년 4월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로 금융권 전반에서 나타난다. KB금융의 경우 2008년 출범 당시부터 삐걱댔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회장직을 두고 대립했고, 임원 인선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2009년 강 전 행장의 부친상 때 황 전 회장이 모습도 안 비칠 정도였다. 후임 어윤대 전 회장의 경우 초반 강한 조직 장악력을 보였으나, 임기 후반에는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우리금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대 회장인 윤병철 회장은 이덕훈 행장과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대립했고, 박병원 전 회장은 박해춘 전 행장과 의견 충돌이 잦았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이종휘 전 행장을 밀어내려 할 정도로 관계가 나빴고, 이순우 행장과는 공식석상에 나오는 것조차 꺼렸다.

금융회사 회장과 행장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사는 금융산업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출범한 제도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사업 다변화 실패로 회장의 권한은 위축된 반면, 금융지주사 내에서 은행의 비중이 워낙 크고 수익비중이 편중되다 보니 회장과 행장의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KB국민·우리·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은행 비중은 80%를 넘는다. 회장과 행장을 따로두지 않는 우리금융이나 산은금융지주, 씨티금융그룹의 경우 경영진 간 마찰이 없고, 1인 리더가 중심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년차만 되면 싸우는 회장- 행장

관치금융의 폐해도 현안이다. 각기 다른 줄을 타고 내려온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은 결국 대립각을 세웠다. 두 사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락가락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러면서도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한다. KB사태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불편하다. 금융위원회는 두 사람을 징계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죄목으로 꼽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논리대로라면 노조와 싸우는 김정태 하나 금융 회장이나 SC은행 경영진도 해임 대상”이라고 비꼬았다. 임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갔을 때는 금융가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기류도 흘렀다. 이번 KB금융 사태에 개입한 금융당국의 행태를 보면서 금융 업계는 ‘당분간은 바짝 엎드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해외 진출 등 신규 사업 추진도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사건의 당사자인 KB금융의 경우 LIG손해보험 인수가 좌초될 위험에 빠진 것은 물론, 일본 ·카자흐스탄 등지에서는 사실상 업무가 멈췄다.

1254호 (2014.09.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