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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복합문화공간 ‘100년 대계’ 시동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가격 급등 … 승자의 저주 논란에 ‘애초 수익 목적 아니다’ 일축 

Issue 삼성동 시대 여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시대를 연다.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신사옥 계획이 드디어 가시화됐다. 한국전력은 9월 18일 현대차그룹을 한전 본사 부지 인수대상자로 선정했다. 꿈에 그리던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품에 앉은 현대차는 이곳에 계열사를 아우르는 신사옥을 짓고,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독일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신사옥을 짓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이 풀리게 된 것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차는 2006년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부지를 선정하고 건물을 설계했다.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막판에 서울시 규제에 걸려 청사진을 접어야 했다. 새로운 대안을 찾던 현대차에 서울 시내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전 부지 매물 소식이 들렸다. 입찰 공고가 나자마자 참여를 공개 선언했다. 한전 부지 인수의 당위성과 절박함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막대한 자금을 부동산에 사용하는 프로젝트라 주주들의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삼성동 현대차 타운 위치 : 서울 강남구 삼성동 / 면적 : 7만9342㎡ / 감정평가액 : 3조3346억원 / 낙찰액 : 10조5500억원 (3.3㎡당 4억3880만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각각 3조 원에 달하는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격은 10조5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 3조3000억 원의 3배 수준에 달하는 액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기관의 컨설팅과 내부 회의를 거쳐 그룹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필승’할 수 있는 가격을 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한전 부지 낙찰 가격을 4조∼5조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 실무진도 5조 원대 입찰안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더 확실한 필승 카드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금 이땅을 놓치면 앞으로 기회가 없다”며 “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과감한 베팅으로 결국 삼성동 부지를 손에 넣었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입찰가가 그룹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룹의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룹의 현금 유동성을 감안하면 부지 매입과 개발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아우토슈타트’ 건립 목표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인수를 추진한 것은 지금의 양재동 사옥이 너무 협소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직원 1만 8000명에 이르지만 양재동 사옥은 5개사, 약 5000명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남의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업무상의 불편함은 물론 신속한 의사결정 등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차그룹은 신사옥 건립을 제2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제조사 상위 5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만큼, 자동차 1000만대 판매 시대를 맞아 이제는 질적 성장에 더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한전 부지에 계열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관제탑 역할을 할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본사 ‘아우토슈타트’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에 따라 초고층 신사옥뿐만 아니라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도 부지 안에 함께 조성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제조사들은 본사와 인근 공간을 활용해 박물관·전시장·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해외 행사 유치 등을 통해 2020년 기준 연간 10만 명 이상의 해외 인사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연간 1조3000억 원을 웃도는 자금 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추정이다.

부지 인수와 신사옥 건립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는 17조6000억 원, 기아차는 5조7000억 원, 현대모비스는 6조1000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땅매입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낙찰자는 10%의 계약 보증금을 뺀 인수대금을 계약일로부터 1년 안에 3회에 나눠 내면 된다.

개발 비용은 30여 계열사가 분담할 계획이다.

우선 부지 매입자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로 땅값의 40% 안팎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건축비와 각종 금융비용 및 부대비용을 더하면 개발 비용은 더 들 수 있다. 총 20조 규모 사업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는 수익성 부동산 개발이 아닌 신사옥을 건립하겠다는 방침이라 손해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개발 때는 계열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용을 분담할 계획이다.



양재사옥은 연구단지 조성 가능성

현대차가 한전 부지로 이전하면 양재동 사옥은 연구단지 등으로 조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가 지금의 양재동 사옥을 사들인 것은 2000년 11월이다. 원래 주인은 농협중앙회였지만, 구조조정 차원에서 공매에 부쳐 현대차에 넘겼다. 당시 계동사옥에 있던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본사 이전을 추진했다.

양재동 사옥은 원래 서관 한 건물만 있었으나 회사가 성장하며 2006년 동관을 새로 지어 현재의 쌍둥이 빌딩 모습을 갖췄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6년 뚝섬부지로 사옥 이전을 추진할 당시 양재 사옥을 연구소로 활용하는 방침을 세웠었다”며 “다만 2009년 경기도에 의왕종합연구소를 설립한 이후라 양재동 사옥의 활용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한전 부지 인수 남은 일정과 개발 계획

9월 26일 계약 체결

계약 후 1년 내 완납(4개월마다 3회 분납 가능)

현대차·기아차·모비스가 분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전시장·체험관·박물관 등 자동차 메카화

코엑스와 연계한 한류 중심지 가능성

개발 비용은 현대차그룹 30여 계열사가 8년간 분담

(자료: 현대차·한전)

125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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