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인도네시아 신발왕’ 송창근 KMK그룹 회장 - 인생 투자한 직원이 회사의 진짜 주인 

‘휴먼 터치 매니지먼트’로 직원 중심 경영 인도네시아 신발 1위 브랜드 보유 

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ham@joongang.co.kr

“회사의 주인은 경영자가 아닙니다. 투자자와 직원·고객·정부가 진짜 주인입니다. 그중 직원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요. 성장의 결실을 직원에게 돌려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성장을 하는 것. 이게 바로 ‘휴먼터치 매니지먼트 (Human touch management)’의 핵심입니다.”

‘인도네시아 신발왕’으로 유명한 송창근 KMK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9월 23~24일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의 강연자로 참석했다. 글로벌 리더십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해외에서의 인력관계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특히 송 회장이 얘기한 ‘휴먼터치 매니지먼트’는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기업인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줬다. 강연 직전 송 회장을 만나 경영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KMK그룹은 인도네시아 신발 제조·수출 업체다. 나이키·컨버스 등의 신발을 여기서 만들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한다. 나이키 신발 1800만족, 컨버스 500만족, 헌터 150만족을 이곳에서 만든다. 자체 브랜드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발 1위 브랜드 ‘이글’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2만여명의 직원이 있다. 연 매출은 3억 달러에 이른다.

1988년 송 회장은 단돈 300달러를 들고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울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는 국내에서 신발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중 신발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무작정 인도네시아로 향한 것이다. 첫 도전에서 그는 전 재산을 털어 투자했다가 날렸다. 맨손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때 우연히 찾은 식당 아주머니가 도움을 줬다. 식당 한켠에 사무실을 마련해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신발 재료를 거래했다.




송창근 회장은 투자자·직원·고객·정부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라 고 말했다.
2만명 직원에 상여금과 별도로 효도비 지급

무역중개업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신발 시장을 알아갔다. 그러던 1991년 나이키와 신발 제조 협상에 성공하면서 문 닫기 직전인 한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해 신발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이 커가던 중 위기도 찾아왔다. 1998년 인도네시아의 폭동으로 나이키의 주문 물량이 갑자기 끊겼다. 당시 송 회장은 미국 나이키 본사로 날아가 담판을 지었다.

“출발 전에 전 직원 앞에서 말했습니다. ‘지금 담판을 지으러 미국에 간다. 일이틀어져 회사가 망하더라도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여러분에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다만, 난 여러분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같이 기도해달라.’ 직원 모두가 대성통곡 했어요. 그 영상을 찍어 미국에 가서 나이키 경영진에게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바로 지금 이 4000여 명의 직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내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을 위해 일거리를 달라.’ 그랬더니 나이키에서 주문을 주더군요.”

이런 경험 때문인지 송 회장의 직원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상여금과 별도로 매년 직원들에게 효도비를 지급한다. 1998년 2월부터는 13년째 직원 집을 찾아가는 ‘시골 방문’을 한다. 처음엔 직원 가족의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펴 보려던 게 마을 잔치로 커졌다. 시골 방문길에 나설 때마다 그가 앞장서 드럼이나 기타를 연주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한다.

공장을 지을 때도 직원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가령 화장실을 만들 때조차 ‘직원들이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청결한 환경을 만들라’라고 지시했다. 공장 안에는 무료로 이발을 하고 아프면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발소와 병원을 만 들었다. 축구장 크기의 대형 직원식당도 그의 자랑거리다. 이 식당에서 가수들을 초빙해 회사 창립기념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원활한 식사를 위해 비행기 기내식의 배식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또 임산부들은 10분 먼저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주택 마련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회사 근처에 분양을 시작하는 주택단지 담당자를 찾아가 우리 회사에서 분양 설명회를 하고, 분양우선권을 주는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일이 잘 되면 직원들 이 더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이 이 같이 직원을 챙기는 데는 그가 ‘휴먼터치 매니지먼트’라고 부르는 직원 중심의 경영 철학이 배경에 있다. 그가 기자의 메모지에 직접 써가면서 설명한 ‘회사의 주인’에 대한 정의를 보면 이해가 쉽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흔히 회사의 주주라고 하면 경영 자나 돈을 투자한 투자자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회사가 운영되는 전체 모습을 보면 투자자·직원·고객· 정부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다. 투자 자는 돈, 고객은 제품에 대한 소비, 정부는 공공재, 그리고 직원은 자신의 인생을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회사의 지분을 지닌 셈이고 회사는 성과를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투자자에겐 배당금, 고객에겐 제품에 대한 만족, 정부에겐 세금으로 준다. 경영인은 이 전체 시스템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직원이다. 인생이라는 가장 큰 가치를 투자한 직원은 그만큼 지분도 가장 많다. 급여라는 형태로 투자를 보상함과 동시에 회사 성장의 결실을 가장 많이 돌려줘야 한다는 게 송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흔히들 회사의 주인은 주주, 즉 투자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을 적으로 삼는 잘못된 경영을 하게 된다”며 “이처럼 주주에 대한 발상을 뒤집으면 직원 중심 경영이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주고, 또 주고, 잊는 ‘휴먼 터치 경영’

그는 이런 발상의 전환이 기업 성장의 티핑 포인트(균형을 깨고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변화하는 극적인 순간)가 된다고 역설했다. 여러 번의 전환점을 맞으면서도 같은 자리만 맴도는 기업의 경우 이점을 꼭 참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회사의 성공은 직원에 대한 바른 이해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대가를 바라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 송 회장은 “진정한 직원 섬김은 주고, 주고, 잊는 것”이 라며 계산에 의한 직원 중심 경영의 태도를 경계했다.

송 회장은 이 같은 성공 비결을 다른 기업인들에게도전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다. 2012년에는 모교인 울산대에서, 지난해에는 고향 대전에서 강연회를 펼쳤다. 이번에 열린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의 강연도 그 일환이다. 강연료는 받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각종 경제단체에서 기업인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1257호 (2014.10.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