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도건우 신임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장 -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생태계 조성” 

대학·정부·국회·민간연구소 두루 거친 경제통 IT융복합·첨단수송기계부품 첨단메디컬 집중 육성 


사진:대구·경북경제자유청 제공
화려했던 1970~80년대를 뒤로 하고, 황혼기에 접어든 대구·경북 경제. 늘 ‘노후’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대구·경북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도건우(42) 신임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장이 그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대학 교수로 시작해 정부·국회·민간연구소를 두루 돌며 경제통으로 이름을 알린 도청장은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꿔 제2의 도약을 일군다는 각오다. 도청장은 20대 중반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30대 초반 국회 예산정책처, 감사원, 재정경제부에서 일했다. 입법·사정·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공직생활을 했다. 국제감사기구 회의와 미국·아세안·인도 등과의 자유 무역협정(FTA) 협상,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정부 대표로도 참여했다.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와 여의도연구소에서 경제정책을 입안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산업자원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연구에 참여했고, 경상 북도 녹색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도 1년 가까이 진행했다.

도 청장은 대구·경북이 과거 섬유산업 황금기에 안주하는 바람에 변신에 실패해 활력을 잃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에 외국 기업 투자가 급감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의 투자 역시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내륙지역이란 한계 탓에 신규 창업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도 청장은 의료·콘텐트산업을 키우는 한편 지식 기반의 창조·혁신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회사의 가교 역할을 맡아 외자 유치의 발판도 마련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3대 청장에 취임한 소감은.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이 문을 연 지 6년이 넘었다. 반환점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성과를 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전까지의 과오를 잘 진단해 미래를 꾸려갈 생각이다. 업무 보고를 받는 순간부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변에서 젊은 청장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하는데, 학식과 경륜을 겸비한 분들로부터 고견을 듣고 현장 중심의 업무를 할 생각이다. 서울로, 세계로 뛰어다니며 역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 또 대구와 경북이 상생하고 화합해 상호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힘을 쏟겠다. 지역 사회의 우려와 청에 대한 애정을 잘 녹여서 이끌어 갈 것이다.”

지역 경제의 현안과 문제점, 그리고 발전 방향은..

“대구·경북 경제는 오랜 기간 낙후된 상태였고, 많은 젊은이가 외지로 빠져나가는 등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세계 경제의 불황과 엔저 현상 등으로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투자의욕도 위축됐다. 과거 20~30년 전부터 시작된 산업 전환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이른바 잘나가던 공장들은 해외나, 땅값이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대거 이탈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시아폴리스·테크노폴리스·첨단 의료복합단지·국가산업단지 등을 속속 설립하고, 반전을 준비 중이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기업인들이 중심에 서 줘야 한다. 또 논의가 끊겼던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경제통합이 이번 민선 6기에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창조경제 수도 대구’,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황금허리 경제권’ 구상을 밝혔다. 지역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 두 지역을 하나로 묶는 광역권 개발이 시급하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시스템 협력기구로서 경제 통합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투자 유치 활동을 적극 벌일 것이다. 특히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금융 지원, 토지 보조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파격적인 수준으로 늘릴 것이다.”

다른 7개 경제자유구역청과 경합 관계다. 투자 유치 계획은.

“전국에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각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산업을 키우고 있다. 대구·경북은 내륙지역이라는 특성에 맞게 지식기반형 산업을 키울 것이다. 문화를 비롯해 의료·콘텐트·지식기반형 서비스업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를 융복합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와 관광을 한데 묶어 중국 의료관광객을 겨냥한다든가 콘텐트산업과 문화 및 공연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내는 등의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필요하다. 또 지역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부품과 첨단기계부품 등도 차별화 시킬 생각이다. 투자 의향이 있는 외국 기업에게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지역 내 글로벌 기업들과 연계 시켜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대구·경북이 산업 인프라나 정주 여건, 물류 여건 등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 연계 등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아울러 이전까지 외국 기업 투자 유치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자본에만 의존했는데 앞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 쪽으로도 눈을 돌릴 생각이다. 중국의 경우 성 단위 경제사절단 규모만도 100여 명에 달한다. 과거의 미국·유럽 기업 투자 유치가 내수시장을 노린 것이었다면, 중국 등지의 자본을 끌어들여 조인트벤처를 세우거나 중국을 거점으로 삼는 경제자유 구역으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앞으로 어떤 기업들과 접촉할 계획인가.

“이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부품·모바일·기계금속·철강·의료 등 주력 산업을 근간으로 IT융복합·첨단수송기계부품·첨단 메디컬 3대 분야를 중점 유치 업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또 각 지구별로 여건과 수요조사 결과를 감안해 세부 업종을 지구별로 확정하고, 앵커기업 유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52개 대학에서 매년 7만 명의 우수 인재가 배출되고 있는데, 산업클러스터를 활용해 지식 기반 산업과 서비스업에 특화한 ‘글로벌 지식산업의 허브’로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무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중앙 행정기관도 아니고 지방 행정기관도 아닌 하이브리드 성격이 강하다. 중앙정부에서 큰 골격을 컨트롤 하지만, 예산은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반반씩 낸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그만큼 소통도 중요하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상당한 갈등 요소가 있으며, 일종의 소지역주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관 간, 조직원 간에 유기적 협조와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조직 개혁 및 내부 혁신 방안은.

“조직은 대구시와 경상북도에서 각각 파견온 110여 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경제자유구역 내의 개발과 건설, 각종 인허가 및 관리, 외국 기업 투자 유치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계속되는 개발과 유치 활동으로 손발이 부족하다. 앞으로 효율성·생산성 있는 조직으로의 꾸려갈 생각이다. 특히 직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생각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포부는.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은 ‘글로벌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해 지식 생태계를 구축해 국내외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아이디어만 갖고도 창업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다. 산·학·연 협업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창의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활용해 나가고자 한다.”

1261호 (2014.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