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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 사장 - “불량률 0%에 도전하는 솔루션 제공” 

한국형 ‘인더스트리 4.0’ 시급 독일 제조업 부흥 이끈 PLM 주목해야 


사진:지멘스 PLM 제공
한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제조업은 영업이익률 5.1%를 기록했다. 196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전기·전자·자동차·조선·기계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 걸친 문제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력을 빠르게 키워가며 한국 기업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 강화와 국내 노동인구 감소도 원인이다. 정철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 사장은 “2000년대 초반 독일도 한국과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며 “독일의 제조업 강화 전략을 살펴보며 한국이 나아갈 길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인더스트리 4.0는 네 번째 산업혁명을 제조업 혁신에서 이룬다는 독일의 전략 표어다. 독일 정부는 수조원의 자금을 기업과 연구소에 지원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변화를 주도했다. 이를 위해 독일은 정보통신(IT) 기술을 제조업에 도입해 스마트 공장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각 생산 라인의 상황을 확인하며 공장을 운영했다. 원료는 물론, 조립품 그리고 생산라인에 있는 조립용 기계 부품의 상태까지 빅데이터를 이용해 파악했다. 나아가 어떤 제품을 만들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하고 판매·유통할지 컴퓨터로 분석·관리했다. 기업 성장동력과 비즈니스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를 도입한 이후 독일 제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정 사장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PLM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LM은 제품의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설계, 생산 과정, 그리고 실제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공정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보자. 신차를 개발할 때, 먼저 이차원 설계도면을 만든다. 작업을 마친 다음 컴퓨터로 이를 삼차원 입체 형상으로 구현한다. 주요 부품을 3차원으로 만들어 조립한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운행하며 자동차 성능을 점검할 수 있다. 자동차 충돌테스트, 풍속에 따른 저항 수치와 소음 테스트를 마친 다음 자동차를 제조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곧장 설계 도면으로 돌아가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다.


11월 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지멘스 PLM 커넥션 코리아'에서 정철 사장이 지멘스의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20만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수시로 변경하며 설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대형선박, 기계 화학단지에 PLM을 적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다음은 정 사장과의 일문일답.

PLM이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PLM 활용 범위는 거의 모든 제조 분야다. 전자·전기·자동차·조선·항공기·플랜트·소비재까지 범위가 넓다. 화장품부터 라면 같은 식품군도 포함한다. 예컨대 라면 수프에 들어가는 레시피 성분 기록도 분석한다. 특정 첨가물을 늘릴 때 변화를 미리 분석한 다음에 제조하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 PLM은 한국 중견·중소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PLM을 통해 생산력을 극대화하며 적은 인원으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높은 축에 들지만 현대적인 제조업은 시작단계다. 지속 가능 성장과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해 제조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한국형 인더스트리 4.0 도입이 필요하다. PLM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한국 대기업은 상황이 어떤가.

“삼성 갤럭시S5와 애플 아이폰6의 공통점이 있다.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을 사용해 제작한 제품들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현대중공업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우리 고객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미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 14곳이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독일의 명차 벤츠·BMW·아우디가 우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동차를 제작한다. 항공 분야에선 미항공우주국(NASA)이 오랜 파트너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작사 20곳이 우리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지멘스는 세계 최고의 PLM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다.”

제조업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였다. 삼성이 좋은 예다. 10년 전 삼성은 소니의 생산 방식을 연구했다. 5년 전엔 인텔과 애플 PLM 방식에 대해 우리에게 자문을 구했다. 2년 전 소니는 물론 인텔과 애플이 우리에게 삼성 제조 방식에 대한 문의를 했다. 한국 제조기업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이제 벤치마킹 대상으로 성장했다. 중국이 문제다. 중국은 이미 사상 최대의 PLM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신기술에 대한 청사진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고비다.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이 해온 길을 따라서 걸었다면 이제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신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해야 진정한 선도 기업 대열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일·미국·일본의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과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가 있다. 대부분 한국은 이겨낼 것이라는 전망을 한더라.”

PLM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여럿이다.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독일 암스버그란 도시에 검사 장비를 제조하는 지멘스 자회사가 있다. 세계에서 불량률이 가장 낮은 공장이다. 제품 99.9988%가 정상품이다. 제품 만 개당 불량품이 하나인 셈이다.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지멘스는 제품 개발과 제조공정 전 단계에 걸친 솔루션을 통합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많은 기업이 실제로 사용하며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솔루션은 공장 가동 시 효율성을 높여주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지멘스의 목표는 불량률 0%에 이르는 것이다. 멀지 않았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스마트 공장을 더 늘려야 한다.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는 인더스트리 4.0 구현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다. 한국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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