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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 차별 논란 휩싸인 중국 - ‘제 식구 감싸기’ 비난에도 요지부동 

외국 기업 규제 갈수록 심해져 … 정부 지원에 中 기업은 승승장구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구글이 중국에 진출하자 중국 정부는 ‘사상 검열’을 이유로 구글을 압박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구글이 사실상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그 빈자리를 채워 성장한 기업이 바이두다.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25억 4000만 위안(약 445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 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5억 위안이다. 모바일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의 수만 하루 평균 1억 6000만 명에 이른다.

최근 바이두는 바이두TV, 클라우드, 위치기반 서비스, 빅데이터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 놓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바이 두만의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지만, 이미 구글이 선보인 서비스를 흉내 낸 것도 많다.



구글·유투브 막자 바이두·유쿠 급성장

바이두·텐센트·유쿠 같은 중국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데는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구글·페이스북·트위터·유투브 등 외국 사업자의 중국 내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자국 기업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라인 역시 중국에서는 이용 하기가 어렵다.

10여 년 전 중국 정부는 ‘자국 플랫폼 보호’라는 명분 아래 규제의 칼을 뽑았다. 정부가 지나치게 자국 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굴하지 않았다. 구글이 중국에 진출하자 사상 검열을 내세워 강하게 압박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구글은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구글이 철수한 자리를 재빠르게 메워 성공을 거둔 기업이 바이두다.

본격적인 인터넷 동영상 시대가 열리자 중국 정부가 다시 한 번 나섰다. 유투브를 비롯한 외국 동영상 업체의 서비스를 가로 막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도 불법·불건전·불온한 사상을 가진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중국 내에서 전 세계 주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외국 기업 입장에선 거대 소비자를 가진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그 사이 유쿠나 투도우 같은 중국 토종 동영상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모바일 메신저가 갖는 위력에 대해 우려했다.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경제적으로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통제가 가능하고 자국의 이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한번 사회 법규와 질서를 위한다는 명분을 들고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의 수혜자 역시 중국의 토종브랜드 위챗이었다.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어느덧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의 수혜자는 중국 기업이다. 가격 경쟁력에 기반한 수출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중국 기업은 쉽고 편안하게 세계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미국 언론까지 나서 “중국의 기업은 당국의 보조금 지급, 환율 정책 등에 힘입어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생산하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는 반독점법 위반 논란이 거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또는 경쟁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발전개발위원회는 퀄컴이 자국 내 3G와 4G 통신 특허 사용료를 과다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최대 10억 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중국내 특허 사용료 수입도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모바일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중국은 퀄컴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규제와 민간 외국 기업 견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기업이 자행하는 불공정 경쟁에 대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사정당국이 자동차·제약·정보통신 분야의 외국 기업에게 가하는 무차별적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기업을 키우기 위해 외국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경제적 애국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국의 기업과 외국 기업에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불만도 있다.

외국 기업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칫 크게 반발했다가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 중국 상무부 매이신위 연구원은 “우리의 목표는 외국 기업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장 경쟁 규칙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위협에 맞서 자국 기업의 권익을 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의 강도는 지역 업체들과 외국 기업의 경쟁이 심한 분야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항공 분야와 같이 서방 기업들이 강력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문제도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중국은 상표명을 약자로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약자를 상표권으로 등록한 후 권리를 주장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소니 에릭슨’ 사건이다. 2003년 3월 중국인류젠쟈는 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 전화기 등 품목의 상표로 소니 에릭슨의 약자인 ‘수워 아이’를 등록했다. 2004년 8월 중국 공상행정관리 총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이를 상표권으로 인정했다. 이에 소니 에릭슨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법에 의거한 불법행위”라며 상표 평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수워 아이가 소니 에릭슨의 약칭과 동일하고 보편적으로 소니 에릭슨을 지칭하며, 이미 ‘수워 아이’ 자체가 유명 상표로 인정받는다”는 게 소니 에릭슨의 주장이다. 하지만 2010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수워 아이’ 상표 등록 의 합법성을 인정하며 결국 중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외국 기업은 ‘괘씸죄’ 걸릴까 노심초사

상표명 표절 논란도 있다. 최근 바이두는 ‘바이두 인사이드’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 하드웨어 제품에 바이두 기술을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캐논·하이얼 등의 하드웨어 전자업체와 협력해 클라우드 프린터, 스마트 건강팔찌,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 등 20여 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과거 인텔이 PC에 ‘인텔 인사이드’로고를 붙인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허가서류에 사인이나 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력을 줄여가 는 것, 나아가 사후 관리감독에 대한 혁신은 정부 기능 전환의 ‘자아혁명’”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 법학자 장핑은 “중국 시장질서의 혼란을 초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정부가 관장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라며 “앞으로는 ‘큰 사회, 작은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규제나 간섭보다는 시장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해 정부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기업이 스스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세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1257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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