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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브라질 국채 어찌할까 - 환율 널뛰기에 앗 뜨거! 

헤알화 가치 급락에 브라질 국채 투자자 울상 “지금이 투자할 때” 주장도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브라질 국채 투자자가 울상이다. 브라질 경제가 다시 꺾인데다 브라질 국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헤알화 가치도 크게 떨어져서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관심이 컸지만 지난해 말, 올해 4월 등 번번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번’일까? 브라질 국채는 여전히 매력적 이다. 글로벌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채이면서도 10~11%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발행되기 시작한 브라질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꾸준히 10% 이상을 유지했다. 올해 브라질 국채 금리는 연 12%에 달한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3·5·7년마다 표면금리(이자)에 따 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표면금리 12%의 브라질 국채를 5년 동 안 묵힌다면 복리를 감안해 산술적으로 76.2%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다른 신흥국 채권에 비해서도 표면금리가 가장 높다.




자료: 미래에셋증권
이자 12%에 비과세 혜택 매력이지만

특히 한국은 브라질과 조세협약을 맺어 국채 이자에 대해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더해 단기성 외화 거래에 부과하던 6% 세율의 토빈세까지 지난해 6월 폐지했다. 세금 부담이 적은 만큼 실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국내 증권사별 브라질 국채 보유 잔액은 삼성증권 2조5000억 원 내외, 미래에셋증권이 2조 원에 조금 못 미치고 신한 금융투자가 1조 원을 조금 넘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는 국채인데도 가격이 널뛴다는 것이다. 2012년만 해도 브라질 국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 우세해서였다. 미국의 브라질 투자도 안정돼 금리 변동성이 줄 것으로 봤다.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 무렵 브라질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15.11% 급락하는 등 3년 사이 해마다 10% 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브라질 국채 관련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 졌다. 브라질 국채를 샀던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던 그때 한국의 많은 증권사들은 “브라질 국채 지금이 저점” “이 때야말로 사야할 때”라며 매수를 부채질했다.

올해 초에는 헤알당 원화값이 440원에서 460원대로 올랐다 (헤알화 가치 상승). 헤알화 가치가 반등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 오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헤알화를 사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가 환매하면 그걸 헤알화로 받은뒤 원화로 바꾼다. 그래서 헤알화 가치가 오르면 전체 수익률도 오르게 된다. 헤알화 가치가 오를 거라고 기대한 투자자들은 올해 2분기에만 7000억 원어치의 브라질 채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헤알화 가치는 최근 다시 하락세다. 달러화 강세 영향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브라질 자산을 팔아 미국 자산으로 옮겨가면서 헤알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지난 10월 2일에는 헤알당 427원으로 떨어졌다. 헤알화 가치 상승을 바라던 투자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익률을 까먹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각국이 브라질 국채 투자에 몰릴 당시 헤알당 원화 가치는 700원(2010년 6월 11일)에 달했다. 하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 투자가 시들해지자 헤알화 가치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가치가 38% 이상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 브라질 국채로 큰 수익을 바라던 투자자는 환율 변동으로만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 셈이다.

원인은 브라질 경제 불안이다. 일단 국채 금리 향방을 좌우할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좋지 않다. 브라질의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다. 1분기 0.2% 감소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2011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던 브라질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경기 침체로 세입은 감소하는데 현 정부가 과도한 사회복지 비용을 지출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 되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연이어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지난 9월 9일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b2’로 유지하되 향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낮은 경제성장률이 장기화됐고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 그리고 경기 부진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앞서 스탠더드앤드 푸어스는 지난해 6월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이후 9개월 만인 올해 3월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적격 등급 중 밑바닥에 가깝다.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브라질은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과 헤알화 가치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브라질 국채를 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브라질 국채 판촉을 벌이고 있 다. 지금이 역대 최저점으로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만약 브라질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 국가로 분류되거나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던 무디스는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며 “브라질 이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첫째, 브라질은 외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 외화표시 국가 부채 비중 (4.5%)이 낮다. 셋째, 은행권의 자본건전성과 유동성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돼 금융이 튼튼한 편이다.



대선에서 재정건전화 공약 봇물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치른 브라질 1차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모두 재정건전화 공약을 앞세웠다. 사회복지예산 축소 등을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전망이다. 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성장 중심의 정책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금리를 내리고, 헤알화 가치가 다시 오르면 브라질 국채 가치는 반등할 수도 있다. 1차 투표 결과 빈민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42%, 친기업 성향의 에우시오 네베스 후보가 34%의 지지를 얻어 10월 26일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이 때문일까? 1차 투표이후 헤알화가치는 급반등했다. 10월 9일 헤알화는 440원까지 뛰어 올랐다. 신한금융투자 의 김중현 연구위원은 “브라질 경제가 바로 일어서긴 어렵겠지 만 3~5년 내에는 반드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GDP 7위인 브라질이 국가 부도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최악이라는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사서 수익률을 최고로 올릴 수 있을 때”라고 주장했다.

1257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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