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아이젠하워의 단순화 원칙 

 

정철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사장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세월호 사건으로 세간에 자주 회자된 용어가 있다. 바로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원래는 의학 용어다.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다투는 시간을 의미한다. 응급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중 환자는 3시간이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업 보안에서는 해킹 공격 발생 후 1시간을 말한다. 이때 실제 피해 의 84%가 벌어진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도, 기업 경영에도 예상치 못한 수많은 위기가 발생한다. 긴박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선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의 핵심 자질로 ‘결단’을 꼽는 이유다. 결단이 가장 적절하게 발휘돼야 하는 분야로 전장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좋은 예다. 전쟁 분석가와 역사학자들은 1944년 6월 6일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전장의 분수령으로 꼽는다. 이 작전의 성공에는 연합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관련된 일화를 보면 원래의 계획은 하루 전인 6월 5일이었다. 하지만 기상이 좋지 않아 연기했다. 다음날인 6일 오후 일시적으로 좋은 날씨가 찾아왔다. 그는 기다리던 부하 지휘관들에게 “좋다, 하자!”라며 무심한 듯 그러나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결단이 2차 대전 승리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따뜻한 미소와 신념, 포용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2차 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있을 때의 일화다. 한 병사가 담배를 물고 계단을 올라오면서 그의 얼굴을 못 보고 “헤이, 담배 불 좀 주게”라고 했다. 병사의 무례함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모를 만류하며 그는 인자한 모습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줬다. 그의 이러한 성품으로 연합군의 패튼 장군,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프랑스의 드골 장군 등을 조화롭게 지휘할 수 있었다.

여러 장점 중에서도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문제를 단순 명료하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아이젠하워 원칙’이란 말이 있다. 그가 직무를 수행할 때 적용한 방법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지럽고 복잡한 상태를 간단하게 정돈하는 게 핵심이다. 먼저 빈 책상이나 방 바닥을 4등분한다. 이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책상 안의 물건이나 방의 물건을 배치한다. 1번 구역에는 버릴 것, 2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지시하거나 위탁해 처리할 것, 3번에는 지금 당장 처리할 것, 4번에는 전화·팩스 등으로 연락해서 처리할 것이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 그의 책상은 언제나 말끔했다. 당장 처리할 일과 중요성을 알고 처리했으며,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단호함이 여기에서 나왔다.

슬슬 한 해 성과를 마무리하며,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책상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여러 서류로 생각이 복잡하지 않은가? 아이젠하워 원칙에 따라 책상 공간을 구분해 보자. 버려야 할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신 때문에 위임하길 망설이는 것은 아닌지, 당장 처리할 것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1258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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