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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웃고 우는 美 경제-저물가 반갑지만 셰일오일 개발에 찬물 

경기 회복에 걸림돌 가능성 … 금리 인상 시점 더 늦출 수도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미국 텍사스주 메버릭 분지 이글포드 셰일오일 생산광구의 시추 타워.
지난 8월 이후 국제 유가는 약 30%가량 폭락했다. 유가 하락은 물가상승률을 낮춰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반면에, 산유국들(특히 비 OPEC 국가와 러시아)에게는 커다란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 회복의 한 축을 이끌어왔던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미국의 성장률을 압박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월 12일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내년도 미국의 셰일오일 투자가 올해 대비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이런 투자 둔화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칠 걸로 봤다. 그러나 미국 셰일오일 개발업체의 85%는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60달러(WTI 기준)이기 때문에 여전히 원유 생산량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 투자 10% 감소 전망

미국의 원유 생산 업체, 특히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의 생산량 감축 전망은 이들의 손익분기점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셰일오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을 자산 기준으로는 배럴당(WTI 기준) 76~77달러, 그리고 기업 수준(원유 생산업체)에서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현재의 배럴당 80달러 선인 WTI가 약간만 더 하락해도 (유전 개발) 투자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전문가들은 셰일오일 기업들이 영업 원가를 유전개발 비용에 숨겨 은폐하고 있으며, 따라서 실제 손익분기점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셰일오일의 대표 생산지인 바켄 유전지대의 경우 배럴당 약 85~95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스웨덴 소재 석유업체인 룬딘 페트럴륨의 CEO인 애슬리 헤펜스탈은 “미국 셰일 산업에서 영업 현금흐름이 한번도 증가한 적이 없으며, 계속해서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현재의 미국 셰일 산업의 손익분기점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듣고 있지만, 현재 유가 수준(WTI 기준 배럴당 80달러)에서도 이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은 현격하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펜스탈의 주장은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은커녕,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시절(배럴당 100달러대)에도 셰일오일 업체들은 실제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10월 말 셰일오일 산업계 전체로서는 개발 붐이 분 지난 5년 동안 한번도 이윤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유가가 더 하락해도 미국에서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당장 감소하지는 않는다. 유가가 손익분기점을 하회한다고 해도 원유 생산 업체들은 유전을 폐쇄하고 다시 재개하는 것보다는 생산을 지속하는 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영업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오히려 더 증가하는 경향(매출 증대를 위해서)을 보인다. 또 셰일오일은 특성상 유전 폐쇄가 매우 까다롭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유정을 폐쇄하면 인접한 다른 유정에서 원유를 빼내가는 것이 가능한 특성 때문이다(이것이 셰일오일 추출 기술인 프랙킹의 고질적 문제점 중의 하나다). 따라서 업자들이 합의 하에 집단적으로 유정을 폐쇄하지 않는 한, 자기만 단독으로 유정을 폐쇄하는 것은 미래의 매장량까지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셰일오일 개발 손익분기점 밑돌아


미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2%)에 미달하는 1.4%에 그쳤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더욱 낮아진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은 애당초 예상된 것보다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셰일오일 산업의 정체로 성장률마저도 둔화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은 더욱 늦어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요인들 때문에 유가 하락에도 셰일오일 생산량은 더 늘어나고 유가는 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유가 급락에도 미국 내에서의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①유가 하락에 따른 출혈경쟁은 단기적으로는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고용 및 서비스업 분야의 둔화가 두드러질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과잉 생산을 위해 물과 화학약품 등의 소비와 물동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 셰일오일 생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다우 운송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②미국 경제에 정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은 신규 유전 개발이 정체되는 것이다. 셰일오일 유정의 수명은 약 3년으로 전통적인 유전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규 유정을 개발해야 했다. 유전 개발 투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상으로는 기업 투자 증가로 표시되며, 이것이 미국 경기 회복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만일 신규 유전 개발이 둔화된다면, 미국의 투자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원유 업체들의 영업 현금흐름 유지 및 폐쇄의 어려움 때문에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야만이 실제 생산량 감소 및 신규 유전 개발 정체가 나타날 것이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 떨어지면 셰일오일 개발 투자는 크게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GDP상의 고정자본투자 증가율이 내년에는 0%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GDP 성장률에서 고정자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고정자본 투자 정체에 따른 부수적인 부정적 효과들(고용 감소, 관련 서비스업의 둔화 등) 때문에 셰일오일 개발 투자의 감소만으로도 내년도 미국 성장률은 약 0.2%포인트 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③유가 하락이 반드시 미국의 석유 사업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유전 개발을 제외한 석유 정제업(정유산업)은 오히려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수출 원유가에 비해 미국 수출 원유가를 낮게 책정하는 것은 2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브렌트·두바이유와 WTI 유가 사이의 스프레드가 오히려 확대되기 때문에 미국의 정유 업체들은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윤이 증가하는 혜택을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지만, 국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사우디의 유가 할인 정책을 단지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보기는 어렵다. 만일 사우디가 미국을 정말로 공격하려 했다면, 미국 수출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가격을 더 높이고 아시아 수출분에 대한 가격을 낮추었을 것이다. 사우디가 원하는 것은 단지 셰일오일 개발을 둔화시키는 것일 뿐, 미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오히려 아시아의 정유 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④유가 하락은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한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의 인플레이션률을 낮추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이미 영국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11월 12일 영란은행은 향후 6개월가량 영국의 인플레이션률이 1%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2015년 말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란은행은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며, 향후 3년의 과정을 통해 정책 목표치인 2%대에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란은행은 올 초 이후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공언해왔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국도 유가 하락 덕에 인플레이션 우려 덜어

또 유가가 하락하는 만큼 달러화는 강세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가 달러 인덱스상 10% 강세가 되면, 수입 물가 하락과 유가 하락 등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률은 연간 약 0.5%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은 1.4%에 그쳐, 연방준비제도가 목표로 삼고 있는 2%에 못 미쳤다. 앞으로 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더욱 낮아진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은 애당초 예상된 것보다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셰일오일 산업의 정체로 성장률마저도 둔화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은 더욱 늦어질 것이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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