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Perspective | 농산물 개방 파고 친환경 농업으로 넘자 

 

송창길 한국유기농업학회장·제주대 교수

내년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체제를 거치면서 일정량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개방을 늦춰왔다. 그러나 더 이상 개방을 유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쌀시장 개방은 막았지만 본격 발효되면 우리 농업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교역의 큰 흐름상 농산물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식이 쌀이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대만도 일찌감치 쌀시장 개방으로 돌아섰다. 우리 또한 그간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상당수 농산물은 외국산과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개방시대에 대처하는 우리 농업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산물의 품질을 제고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대안은 없다. 상대적으로 재배면적이 작고 규모가 영세한 우리는 넓은 경작지와 대량 생산을 앞세운 주요 수출국을 가격 경쟁에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저가의 수입 농산물이 따라오기 힘든 우수한 품질로 맞서야 한다.

안전과 신뢰가 소비자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는 농산물 시장의 특성은 우리 농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넘쳐 나고 방사능 유출, 토양 오염 등의 이유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은 주목해야 할 변수다.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빈발하는 중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믿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요구는 느는 추세다.

농산물 시장 개방 흐름이 표면화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는 관련법 제정을 필두로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을 본격화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해당 농가 지원에 힘을 쏟았다. 정부의 주도와 농업인들의 참여로 미미했던 국내 친환경 농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으며, 시장 규모도 커졌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경쟁국에 비해 규모에서 열세인데다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유기농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선진국에 재배 기술과 유통시스템 등에서 뒤처진다. 무엇보다 친환경 농가의 소득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재배에 나섰지만 제값을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친환경 농업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산업화 이후 생산량 증대에 매달리면서 사용이 급증한 농약과 화학비료 탓에 토양 오염은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됐다. 작물에 유익한 각종 미생물과 벌레가 사라지면서 농지의 지력이 떨어지고 주변 수질도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땅에서 길러낸 농산물을 언제까지 식탁에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친환경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성을 적정하게 지속시키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과학 영농이다.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농업 본연의 가치와 자정능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환경·생명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일부 오류로 친환경 농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조장돼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64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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