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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어디로-신(新) 4저의 공포 | ‘저성장·저물가·저투자·저금리’ 먹구름 

내수 침체에 수출마저 여의치 않아 … 잠재 성장률 갈수록 떨어져 


▎최경환 경제부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장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12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실질 경제 성장률이 1%를 넘은 것은 두 차례뿐이다. 12분기 중 5분기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2분기 동안 단 세 차례 1%를 넘겼다. 6차례는 전분기 대비 줄었다.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이다. 2014년 10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1.2%에 그쳤다. 2012년 11월 이후 24개월째 1%대 상승률이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명목GDP/실질GDP)는 2014년 2분기 0%였다. 2008년 3.0%, 2009년 3.5%, 2010년 3.2%였던 GDP디플레이터는 2011년 이후 줄곧 1%대에 갇혀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하다. 2014년 2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3분기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2.0%로 내려가면서, 하루짜리 콜금리는 1%대로 내려갔다. 2007년 5.07%, 2011년 3.43%였던 예금은행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는 2.18%까지 하락했다. 시중에는 1%대 예금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설비투자 미약한 개선 전망


저성장·저물가·저투자·저금리의 ‘신(新) 4저 시대’. 2015년에 사정이 좀 바뀔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오히려 2015년은 ‘신 4저 시대의 고착화’를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들의 예측을 종합해 보면 2015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3%대 중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3%대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 글로벌 금리 상승, 중국의 성장 둔화, 신흥국 경기 부진, 엔화 약세,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우세하다. 대내적으로 정부의 통화·재정정책 여력은 있다. 그러나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침체가 회복될 유인이 부족한데다, 수출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산업구조조정, 이민정책, 통일등 근본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장기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불가피해 보인다(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경제는 언제든 둔화할 수 있고,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속도는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감속의 정도가 너무가파르다. 2013년 봄, MGI(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한국을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비유하면서 내놓은 진단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변곡점에 도달해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높은 제조업·수출 의존도, 가계부채와 사교육비 과다 지출로 인한 중산층의 재무 스트레스, 낮은 서비스업 비중, 낮은 여성 노동참여율과 노동인구 감소, 고정투자의 감소…. 2015년 한국 경제 역시 이런 저성장의 덫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들은 2014년 1~2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 기조가 201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민간소비는 극심한 침체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완화적인 경제정책과 가계소득 확대를 노린 세제개혁, 소비활성화 대책 등이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다소 완화할 것이다. 내수 위축이 더 심해지면 정부가 보다 강력한 부양 정책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보다는 약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물가 움직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는 점, 원화 약세 전망, 소폭의 소비 증가 전망, 2014년 1.5% 안팎에 그친 것에 대한 기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목표물가(2.5~3.5%) 밑에서 맴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들의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낮다.

설비투자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약한 개선에 머물 전망이다. 기업 수익성도 악화돼 설비투자의 큰 폭 증가는 한계가 있다. 건설 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영향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미국 경기 회복 영향으로 다소늘겠지만, 큰 기대는 어렵다. 세계 교역 증가율이 낮을 것으로 보이고 엔화 약세와 중국 성장 둔화 및 산업 구조조정 등 한국에 부정적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경기 흐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 물가안정 지속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치(2.0%)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하지만, 미국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큰 변수이자 상수가 있다. 2015년 중순을 전후로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는 오름세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국내 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상승 등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한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을 보인다 해도, 그것은 ‘불안한 경기 회복’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저성장·저물가·저투자·저금리 기조는 쉽게 바뀔 수 없다. 추락하는 잠재 성장률을 보면,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덫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처럼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2018년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 전망은 연평균 3.6%. 2001~2013년 연평균 잠재 성장률 4.2%보다 0.6%포인트 낮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성장 엔진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포함한 2008~2013년 잠재 성장률은 평균 3.5%로 하락했고, 실질 성장률 역시 3.2%에 그쳤다 투자와 생산 등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2008년 이후 4% 밑으로 내려간 잠재 성장률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5년을 포함한 향후 5년 간 연평균 실질 성장률은 3.7%로, 동기간 잠재 성장을 소폭 웃도는 수준의 경기 회복 국면은 기대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 잃는 게 더 큰 문제

저성장을 방치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소위 ‘이력효과 (hysteresis)’에 빠지면 말 그대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들 수있다. 이력효과란 저성장이 장기화될 때 경제 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 기대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점차 잠재 성장률에서 멀어져 가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의 대내외 환경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는 치명적이다. 과거처럼 수출이 회복되면 투자와 소비가 따라서 증가하면서 경기 상승을 이끄는 패턴을 기대하기 어려워 졌다는 뜻이다. 대폭 줄어든 기업 투자와 가계부채 부담, 부동산 시장 부진, 고령화 등으로 인한 내수 위축도 저성장의 고착화를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대체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정점에서 점차 하락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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