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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어디로-남북 경제교류 물꼬 틀까? | 교류·협력 실마리는 5·24 조치 해제에서 

남북한 경협은 새롭고 강력한 성장동력 … 정치적으론 냉탕온탕 반복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2월 24일 개성에서 북한 김양건 아태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왼쪽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백천호 현대아산 부장, 맹경일 부위원장, 김양건 아태위원장, 강용철 실장.
‘2050년 통일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8만1000달러, 독일과 일본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부자 나라 될 것’ ‘만약 한반도 통일이 된다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 최근 통일 경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첫 번째는 골드먼삭스의 전망이며, 두 번째는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의 언급이다.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이 한국의 ‘통일’에 대해 큰 기대를 표명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2015년에는 과연 남북한의 실질적 교류·협력의 실마리가 마련될까?

통일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남과 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측면으로 볼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갈수록 확대되는 경제력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다. 통일되기 직전의 독일과 비교한다면 그 심각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통일을 앞두고 있을 당시 서독과 동독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약 10배 정도였다. 우리의 경우는 2013년 기준으로 43배나 차이 난다. 1인당 GNP도 북한은 우리의 21분의 1 수준이다. 무역 규모는 무려 188배나 차이가 난다. 이런 격차를 줄여나가고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개성공단은 그런 점에서 희망의 시작이자 대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필두로 시작된 남북 경제협력은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다. 지난 2010년 남북교류 및 교역이 전면 차단된 이후 우리의 경제협력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지돼 있다. 그나마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참석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북한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2차 고위급 회담 무산, 대북전단 살포 등 잇단 대치상황 지속, 북한 인권문제 부각 등 냉온 기류가 번갈아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또 다시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것이 분명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북한과의 대화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5년에는 남북 경제의 돌파구 마련과 통일 준비를 위해서라도 과거보다는 남북 대화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기다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해빙 무드 조성 움직임

2015년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의 열강들도 좀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남북이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과 북이 힘을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갈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15년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물론 2015년에도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의 남북관계 수준이 100점 기준으로 할때 40점이라면 2015년에는 최소한 낙제 점수는 넘어서고, 하반기에 들어서면 60점 이상까지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2015년은 김정은 정권의 홀로서기 첫 해로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 따라서 경제 회생을 위해 다양한 조치가 시행될 전망이다. 우선 농업 및 기업소 등의 자율경영제 등 각종 경제개혁 조치와 지역별 경제특구(경제개발구) 개발 등 내부적인 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외자 유치와 경제협력 다변화 전략 등이 적극 추진될 방침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겠으나 결국 경제계획의 실질적인 성과는 남한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북한과의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장기 저성장 구조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도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광복 70주년, 통일 준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의 수용력과 진정한 성의 등에 따라 때로는 냉온탕을 오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본다면 해빙 무드가 한반도를 뒤덮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한의 문제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 경제협력의 통로가 열릴 전망이다. 우선 북한의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이 의욕적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는 곳이다. 이미 나진항 개발, 철도와 도로 등 물류망 구축, 관광 활성화, 다양한 기업 진출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5년에 나선특구 관문인 신두만강대교가 완공되면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나진-하산프로젝트도 본격 가동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장실사가 끝난 상태이며 지분 투자가 확정되면 러시아 극동에서 석탄을 가득 실은 선박이 나진항을 거쳐 포항 등지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런 훈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온다면 신(新)북방 및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열기 위한 추가 협력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전력·가스 등 에너지망 연결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들은 얼어붙은 남북 경제협력 상황을 녹이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만약 전력선과 가스관은 철도 노선을 따라 남쪽으로 오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시베리아 철도 연결사업도 활발하게 논의가 될 것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통로 열릴 가능성


▎남쪽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야경. 밤이면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북한이지만 개성공단의 야경만큼은 휘황찬란하다.
이와 같은 해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우리는 하루 빨리 나진항 2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1호 부두는 중국이, 3호 부두는 러시아가 독점권을 확보했다. 4~6호 부두 또한 중국이 50년 임차권을 얻고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에 만약 2호 부두권 마저 빼앗긴다면 중국과 러시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 신의주를 중심으로 남북한과 중국의 협력사업도 적극 모색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 단동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 대교가 완공됐다. 신의주 지역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개통이 늦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곧 신의주 지역까지 추가 투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신압록강 대교가 개통되면 신의주 개발은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3년 11월 11일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2014년 7월 23일 ‘신의주특수경제지대를 신의주국제경제지대로 결정’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국제’라는 단어는 북한 입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외 투자가의 입장을 반영한 개방특구로 만들겠다는 속내다. 북한이 발표한 신의주국경지대는 투자액만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면적만 82km²에 이르고 산업, 첨단 기술, 금융, 무역, 관광 등 복합형 경제특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압록강·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관광·농업 등의 경제개발구까지 착수되면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 차원의 다자간 개발협력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한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북한 민생 인프라 개선을 위한 조사는 국제기관과 공동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복합농촌단지 조성 등 일부 사업은 실질적인 협력 수준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 추진

남북 간의 직접적인 경제협력은 개성공단의 변화로 이어질 수있다. 다양한 경제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국제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개성공단 전자출입체계(RFID)를 통한 상시 출입 체계 개선, 개성공단관리위원회사무실의 인터넷 설치 등 전향적인 발전도 기대된다.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을 위한 도로 보수, 기숙사 건설 등도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이와 같이 정상화의 길로 달려간다면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사분쟁 사건을 처리할 남북공동기구인 상사중재위원회 회의도 가동되고,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외국 기업의 참여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다. 한·중 FTA 체결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으로 개성공단 기업의 수출 확대가 기대될 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개성공단 기업의 개성시내 외주 생산도 재개될 수 있다. 분양 받은 업체의 개성공단 투자가 허용되면 개성공단은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2015년이 되더라도 당장 재개는 어렵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등 원산 종합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 우리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리에게도 이익이 많다. 강원도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이른바 북한 리스크도 약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국제 사회의 시선이다.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가 이뤄지는 가운데 대량의 현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장밋빛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5·24 대북경제제재 조치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 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 경제협력을 진척시키기란 쉽지 않다. 천안함 사건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5·24 조치를 무조건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015년에는 5·24 조치에 대한 근본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5·24 조치의 완전 해제는 어렵겠지만, 남북이 경제협력을 부분적으로 재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0월 13일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통해 5·24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5·24조치에 대해 언급하면서 ‘남북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우리에게는 자존심만큼이나 중요한 남북관계 개선, 통일경제 실현이라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5·24 조치 -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후 같은 해 5월 24일 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이다. 제주해협 포함 우리 측 해역에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 금지, 남북 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 출입 금지,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불허 및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았다.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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