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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화폐경제학 시리즈 낸 홍익희 배재대 산학협력단 교수 - “서비스산업 하려면 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달러 이야기> 등 3권 동시 출간 … 4년간 종이책 10권, 전자책 65권 저작 


역사와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식을 담은 책은 생각보다 흔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매혹적인 존재이자 사람 만큼이나 그 속을 알 수 없는 난해한 존재, ‘돈’을 공시·통시적으로 다루는 서적은 별로 없다. 그것도 한 번에 1648쪽(3권)에 달하는 원고로 묶어내기는 쉽지 않다.

손을 대기에도 부담스러운 두께. 그렇다고 서체가 큰 편도 아니다. 삽화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마냥 긴 책은 분명 아니다. 책을 열면 생각이 달라진다. 잠시 앉아서 봐도 100여 페이지 정도는 술술 넘어간다. 매혹적인 주제,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체, 흥미로운 에피소드 덕이다. 저자는 금융통화나 경제사 전공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제 금융사 핵심을 꿰뚫어 본 뒤 꽤 신뢰할만한 미래 전망을 내놓는다. 탄탄한 문체를 기반으로 묵직한 내용을 가볍게, 난해한 주제를 쉽게 다룬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책은 분명하다.


말을 참 오랫동안 참았던 사람 같아 보였다. 홍익희 배재대 교수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말이 빠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말 재료가 다양했다. 고대에서 미래까지, 한국에서 세계를 넘나들었다. 한국 고대사 한 꼭지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의 미래까지 곧바로 연결했다. 그럼에도 주제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인터뷰 준비가 잘 된 작가일까? 의심스런 마음에 성게가시처럼 방위를 잃은 질문을 마구 던졌다. 하지만 홍 교수는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받아낸 뒤 자신의 주장을 담아 되돌려줬다. 학술적이라기보다 비즈니스적인 자세다.

32년간 코트라(KOTRA)에서 근무하며 세계 무역 현장에서 갈고 닦은 대화방법은 그러했다. 1978년 코트라에 입사한 홍 교수는 뉴욕·파나마·멕시코·마드리드·밀라노 등지에서 무역관장을 지낸 뒤 2010년 정년 퇴직했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배재대에서 교양학부를 맡고 있다. 그는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이틀만 강의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늘 책을 썼다. 코트라 은퇴 후 지금까지 4년 동안 출간한 종이책은 10권에 달한다. 전자책으로 나온 것만 무려 65권이다. 코트라 시절 겪은 유대인들에 대한 경험을 살려 적은<유대인 이야기>(2013년)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코트라 은퇴전 밀라노무역관장을 하면서부터 모은 자료를 하나씩 꺼내놓은 것이란다.

그런데 이번엔 왜 화폐경제학일까? 홍 교수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그 핵심에 유대인이 있다”며 “유대인의 서비스산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금융통화”라고 답했다. 한국 사람들은 다들 서비스산업이나 금융이 중요하고 유망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 토대가 되는 지식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홍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 이야기>는 이번 화폐경제학 시리즈의 서문에 불과하다”며 “본격적인 서비스산업을 이야기하기 위해 화폐경제를 꺼냈을 뿐”이라고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홍 교수는 유대인 문화의 특징을 ‘정의’와 ‘평등’으로 요약한다. 종교관습적으로 유대인은 부자가 되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장려한다. 신 아래 모두 평등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이 때문에 금권이 있으면서도 특권을 원하지 않아 현재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달러 이야기>는 세계 금융통화체계의 형성 과정을 미국경제사를 통해 설명한다. <환율전쟁 이야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과 현황을 그린다. 결론에 해당하는 <월가 이야기>는 심각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홍 교수는 한국은행의 최근 대응 자세를 “뒷북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선제적 대응인데 한국은행은 미래 예측 능력도 약하고 글로벌 금융에 대한 안목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금융통화위원들이 정부 입김에 좌우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유대계 자본은 금융사관학교로 불리는 골드먼삭스를 통해 유대인들을 각국 재무 수장에 앉혀 금권을 확대하는데 “한국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진입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고 금융기술 면에서도 실력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전망은 밝게 봤다. “한국은 현재 무역 7위인데, 6위인 프랑스 무역이 줄고 있고 다른 선진국도 무역이 약해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세계 수출 4강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축통화의 미래에 대해 홍 교수는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과 같이 위안화 기축통화론에 무게를 싣고있다. 접근 방법은 조금 다르다. 화폐 통화의 흐름보다 실물 거래에 해당하는 무역 지형 변화에 따라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에 오를 것으로 봤다. 홍 교수는 “한국 경제의 생사는 어떻게 중국과 잘 지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가능하면 무역결제 등에서 원화와 위안화 간 교환이 자유로워져야 한국 수출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홍 교수는 “중국과의 온라인 결제가 발전돼 양국 온라인·홈쇼핑이 자국 경제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쉬워지는 게 한국 경제가 사는 하나의 방법”이고 주장했다.

세 권의 화폐경제학 시리즈는 홍 교수의 출판 계획 중 본문 첫 장에 불과하다. 그는 의료·교육·문화·관광 등으로 서비스산업 분야별 새 장을 각각 책으로 낼 예정이다. 그렇게 큰 책을 여러 권 냈지만, 홍 교수가 적어야할 책은 아직도 많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1269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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