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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소비자 어디에 있든 내 물건 사게 하라 

온·오프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결합, 옴니채널 대세 … 유통 대혁명 진행 중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30대 직장여성 A씨는 주말 친구와의 약속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잡는 경우가 많다. 책·액세서리·팬시 등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교보문고의 모바일 매장에서 책을 구매한다. 계산대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약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후 친구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질 무렵이 되면 ‘바로 드림’ 코너로 가서 직원이 포장해둔 책을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2015년 유통시장이 일대 격변을 맞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제품을 만져만 보고 온라인에서 최저가 검색을 해서 제품을 사기도 하고(쇼루밍 족), 반대로 온라인으로 최저가 검색을 한 후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최저가에 맞춰달라고 조르기도 하며(역쇼루밍족), 위에서 설명한 A씨처럼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과 모바일을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모루밍족). 요즘 소비자들은 유통 채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바일이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채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크로스쇼퍼(cross-shopper)들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해졌다. 편의점·백화점·대형할인점·창고형할인점· 아웃렛·대형쇼핑몰·면세점·전문점·기업형슈퍼(SSM)·라이프스타일샵 등 오프라인 매장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오픈마켓·종합몰·전문몰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가세하고, 최근에는 모바일쇼핑도 급증했다. 불경기 속에서도 TV홈쇼핑은 약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방문판매·네트워크판매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무엇을 살 것인가?’의 고민에 더해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해졌다.

다양해지는 유통 채널

앞으로는 어떤 유통채널이 뜨고 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채널들이 어떻게 확장하고 결합해 나갈 것인가가 핵심적인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유통업계에서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유통망을 연결해 고객들이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구매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옴니채널이란 여러 개의 쇼핑채널을 소비자 중심의 전체적인(Omni) 관점에서 빈틈없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만져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몰을 통해 진행하는 쇼루밍족을 겨냥해 옴니채널은 이 고객이 타사의 온라인몰이 아닌 자사의 온라인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통합·연동이 필요한 이유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구매를 하는 역쇼루밍족 또한 마찬가지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가 이어지도록 옴니채널을 구축해 온라인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후 구매결정을 받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의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다.

통합적 옴니채널 운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구매 프로세스의 여러 단계가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이곳, 저곳을 거쳐 쇼핑을 했다는 느낌이 아닌 한 곳에서 쇼핑이 완성됐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제품을 구매해 내 손에 받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중단 없이 채워나가는 쇼핑경험을 제공해야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로블로 식품체인과 블루밍데일 백화점, 영국의 이베이와 아고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클릭 앤 콜랙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가 그러한 사례다. 클릭 앤 콜랙트는 물건을 온라인 등으로 구매하고 실제 상품 수령은 소비자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교보문고가 ‘바로드림’ 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시행해오고 있고, 롯데닷컴의 ‘스마트픽 2.0’서비스 역시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쇼핑한 뒤 매장에 직접 가서 입어보고 제품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온라인과의 유기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내 실시간 구매 기록을 통해 모바일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모바일 앱의 ‘인스토어 모드(instore mode)’를 실행하면 해당 매장 내 프로모션이나 신제품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받는다. 더 나아가 매장에서 구매할 제품을 카트에 담고 결제 대기 라인에 들어가면 ‘관련 상품 정보’을 모바일로 추천받기도 한다. 가령, 카트에 TV가 담겼다면 고객에게 TV설치대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월마트는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모바일 매출이 40% 이상 증대됐다.

옴니채널, 다른 산업군으로도 확산

이러한 채널 혁명은 비단 유통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가전제품이나 화장품을 판매하는 대리점,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만나야하는 은행과 증권·보험업 등에서도 반드시 직시해야할 변화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고객들을 우리 매장으로 찾아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할 것이다. 옴니채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전에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더욱 손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될 수 있도록 지불 수단의 편의성도 확보돼야 하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선호를 사전에 분석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기술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전지전능한 구매환경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시장이 다가오고 있다.

전미영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1271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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