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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CES의 첨단 기술 - 인터넷을 위한, 인터넷에 의한 

사물인터넷 상용화 코 앞에 … 스마트카 기술도 대거 등장 


▎안승권 LG전자 사장이 2015 CES 행사에서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우유와 계란의 수량이 부족합니다.’ 퇴근길 스마트폰에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 든다. 메시지를 보낸 것은 집에 있는 와이프도 어머니도 아니다. 냉장고가 직접 보낸 메시지다. 우유와 계란을 사서 집으로 들어서자 로봇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샤워를 하겠다”고 말하자 보일러가 가동되고, 샤워 후 마실 뜨끈한 커피가 준비된다. 정리 후 침대에 눕자 집 안 전체가 소등된다. 모든 사물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췄다. 각자가 판단한 정보를 다른 사물에게 알려준다. 그 사물은 그 정보로 새로운 판단을 하고 또 다른 사물에게 정보를 넘긴다. 이른바 사물인터넷(IoT)의 시대다.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부적 기술은 모두 완성된 상태다. 사물 간 통신규약 마련, 신기술에 맞는 제도 도입,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기술은 이미 완성 단계


▎퀀텀닷 TV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삼성전자의 S-UHD TV.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6일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의 가전업체는 앞다퉈 자사가 보유한 스마트홈 신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행사 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홈과 관련해 개별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의 스마트홈이 등장 했다.

삼성전자가 마련한 스마트홈 부스에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연결된 모든 인터넷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자동차에 주차명령을 내리면 차가 스스로 주차를 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문을 연다. 스마트 센서가 집안의 불을 켜고 에어컨과 TV를 키고 끈다. 집안에 있을 때 누군가가 방문하면 TV에서 현관 앞 영상을 찍어 보여주기도 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집의 기기를 작동하는 ‘LG 홈드라이브’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모든 PC와 TV를 조작하고, 로봇청소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로봇 청소기에는 카메라가 달려 집안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한다. 스마트폰을 냉장고에 가까이 대면 현재 냉장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세탁기 가까이에 가져가면 기존에 입력한 방법으로 세탁을 시작한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벽난로 형상의 스마트TV를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는 벽난로 모양으로 집안 분위기를 꾸미다 버튼을 누르면 TV로 바뀐다.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의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10여 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참가해 ‘미니 모터쇼’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특히 기존 전자·IT기업과 자동차 브랜드 간의 협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IT기업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치로 자동차를 꼽았고, 자동차 브랜드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전자제품 박람회였음에도 마크 필즈 포드 회장,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자동차 업계의 거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깜짝 커플이 대거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BMW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기어S’로 BMW의 전기차 i8을 부르고 자동 주차 시키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LG전자가 똑같은 기술로 응수했다. 신형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아우디의 무인자동차를 무대 위로 불러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애플·구글과 협업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현대차가 새로 개발한 디스플레이 오디오가 주인공이다. 애플이 차량용으로 개발한 ‘카플레이’ 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하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음악감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혁신형 자동차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 주행 차량 ‘F 015’다. 유선형이 강조된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차 속에 거실과 같은 공간이 마련됐다. 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마주보고 앉아 다과를 즐기며 수다를 떤다. 어느새 차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물론 개인이 원할 때는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미래의 자동차는 움직이는 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CES에 참가한 독일 폴크스바겐은 손짓으로 차량 내 오디오, 비디오 등을 제어하는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으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 부스에서는 운전자의 심장 박동 수를 파악해 주행에 관여하는 기술이 인기를 끌었다. 운전자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차량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갓길에 차를 멈추도록 하는 기술이다. 일본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전면에 내세웠고, 미국 포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C-맥스 콘셉트카를 2015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자동차 브랜드가 자사의 신차를 모터쇼가 아닌 전자제품 쇼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물인터넷과 스마트카에 조금 밀린 감은 있지만 전자회사 간의 TV 화질 전쟁도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퀀텀닷TV 등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퀀텀닷은 전류를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이를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TV로 만든 것이 퀀텀닷 TV다. 일반 LCD TV보다 원본의 색을 더 잘 표현하고,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의 LCD 생산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퀀텀닷 TV의 장점으로 꼽힌다.

“미래 자동차는 움직이는 집”

막상 뚜껑을 열자 퀀텀닷 TV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갈렸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삼성전자다.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제품에 ‘S-UHD’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기존 UHD 화질을 뛰어넘는 화질의 TV라는 뜻이다. 일본 소니 역시 퀀텀닷 기술로 화질을 높인 TV를 중심으로 부스를 차렸다. TV의 두께가 4.9mm로 가장 얇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소니가 내세운 4.9mm이 두께는 TV 중에서 가장 얇은 부분만 측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TV의 두께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삼성도 얇은 두께의 TV를 출시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말했다. 너무 얇은 TV의 경우 쉽게 부서질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중국의 TV 업체들도 앞다퉈 퀀텀닷 TV를 전시했지만 화질이나 성능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 역시 퀀텀닷 TV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제품만 전시했을 뿐 별도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기광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 TV 전용 플랫폼인 ‘웹 OS 2.0’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77인치 울트라 OLED TV를 전시한 데 이어, 이번 CES에서는 55인치 OLED TV를 공개했다. 보다 다양한 크기와 성능의 라인업을 구축해 OLED TV 상용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1269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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