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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의 한의학 칼럼 - 분노는 간, 슬픔은 폐, 생각은 위와… 

장기별 스트레스 대처법 마련해야 … 저강도 스트레스는 무시해야 

정윤섭 미소진 한의원장
지난해 연말부터 부쩍 정장을 입고 출입증을 목에 건 생소한 얼굴이 나오는 TV 광고가 늘었다. 높은 인기를 기록한 케이블 TV 드라마 [미생]의 출연배우들이다. 미생은 프로 입단이 좌절된 바둑기사 출신 장그래가 고졸 신입 사원으로 대기업 종합상사에 입사해 사회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다.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미생의 살아있는 캐릭터와 실감나는 에피소드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절대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직장인은 물론 취업준비생과 가정주부까지 냉혹한 직장의 현실을 느끼게 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수많은 인간관계는 비단 회사생활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 지근거리에서 너무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더구나 수많은 매체와 SNS 탓에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단언컨대 가장 큰 건강의 적신호는 스트레스로부터 온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너무 흔하게 듣지만 들을 때마다 암담하다. 같은 사건, 동일한 상황에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과 반응을 보이며 그 후의 변화와 결과 또한 사뭇 다르다. 인간의 감정을 일컫는 칠정(七情)인 희노애락애오욕(喜努哀樂愛惡欲)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응하는 감정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장기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스트레스로 그 해당 부분이 허약해지거나 손상된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공부나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늘 소화가 잘 안 된다. 이유 없이 화를 잘 낸다면 간이 항진돼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우리가 큰 소리를 잘 치는 사람에게 간이 부었다고 말하는 게 이유가 있는 셈이다. 분노는 간, 기쁨은 심장, 걱정과 슬픔은 폐, 생각은 비장과 위, 두려움은 신장과 관련이 있다. 타고날 때부터 약한 장기를 가진 사람이 그와 연관된 특정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거기에 계속 노출된다면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 따라서 해당 장기를 보하는 것이 스트레스에 강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가 온통 만병의 시작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스트레스는 일에 긴장감을 주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우리에겐 긍정적인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존재하며 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의 종류·성격·강도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자세와 해소법에 따라 병적인 증후에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각 스트레스를 구분해 효과적인 대처법을 알아둬야 한다.

첫째, 저강도 스트레스는 일상적으로 자주 부딪치는 사람들과의 업무를 통해 나타나는 사소한 스트레스로 부담 없이 넘길 수도 있다. 둘째,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성과에 대한 주기적인 부담, 과중한 업무와 나를 괴롭히는 상황이 겹치는 순간 적응과 회복의 기회를 놓치면서 정신적인 압박이 육체적인 손상으로 이어진다. 셋째, 이별·사직·파산·이혼, 가족의 죽음이나 큰 병은 수명을 단축 시킬 정도로 막중한 영향력을 가진 스트레스다.

저강도 스트레스는 무시하거나 이해하거나 혹은 가볍게 보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저강도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결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견디는 내공도 생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회피나 무시가 쉽지 않으므로 현재 상황을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존재 위기의 스트레스는 완전히 차별화된 분야의 시도가 필요하다. 현대인이 위태로운 건 줄곧 이어지는 스트레스의 간극에 휴식이 너무 짧거나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단 한 번의 강력한 스트레스로 무너져버릴 수 있다. 정신적인 문제로만 여기는 스트레스는 결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생리적인 항진과 흥분 긴장상태로 이어져 결국 심장 발작이나 암의 발생에 원인도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도 몸의 상태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스트레스 유형별로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윤섭- KAIST 화학공학과와 원광대 한의학과를 나왔다. 대한한방약침학회 정회원이며 성인병·다이어트 전문 병원 미소진 한의원장이다.

1278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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